세종시 수정안 골격 잡혀
재계 "삼성, 어떤 형태로든 세종시로 가긴 갈 것"
정부는 5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7차회의를 열고 세종시 입주기업에 산업용지를 평(3.3㎡)당 최소 36만~40만원에 기업측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원형지(原形地) 형태로 공급하고, 국세(소득세·법인세)를 3~7년간 100% 면제하고 이후 2~3년간 50% 감면하는 등의 투자 유치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세종시 원안(原案)의 핵심인 정부부처(9부2처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기업·대학·연구소 등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부처 이전 여부에 대한 공식 결정 절차가 남았지만 정부는 이를 백지화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했고 오는 8일 세종시 민관합동위 8차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세종시 대안(代案)의 윤곽은 완성된 셈이다.
이로써 관심은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 특히 정운찬 총리가 작년 12월 충청지역을 방문해 세종시 입주가 성사단계라고 밝힌 '대기업 1곳'이 어디냐에 모이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초 행정중심도시를 목표로 한 원안을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고려대·KAIST 등 대학 2곳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입주를 사실상 확정 지었지만,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 명칭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비공개 방침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을 주도하고 있는 총리실과 청와대, 정치권에선 세종시 입주가 유력한 '대기업 1곳'이 삼성, 특히 삼성전자일 것이란 관측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비밀 중 남아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정말 올 것이냐, 온다면 삼성 쪽에서 먼저 검토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냐, 정부 쪽에서 희망하는 LCD 쪽이냐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우선 그 상징성 때문이다. 부처 이전 백지화를 상쇄하고 충청 여론을 '수정 찬성' 쪽으로 돌려놓을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갖췄으면서 세종시 입주조건을 맞출 만한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가령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투자 유치할 때 상대가 먼저 묻는 질문은 '삼성도 오느냐'이다. 삼성이 세종시로 가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 부처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약 1조6000억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파격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투자 여력을 가진 기업이 삼성전자 외에는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삼성이 세종시에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작년 연말 특별사면·복권된 것도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 세종시 입주'에 대한 정부와 여권의 이런 기대감은 자유선진당 등 야권에선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 29일 이 전 회장 사면소식이 알려지자 야권은 일제히 '세종시 빅딜 사면' 의혹을 제기하고 나왔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런 식으로 사면을 남발하는 것은 세종시에 내려 보낼 대기업 선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의 '이건희 사면-세종시 빅딜설'에는 정말 삼성이 세종시 입주를 결정할 경우 충청지역의 '수정 반대'여론이 급속히 누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런 관측에 대한 삼성 측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세종시 입주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뒤 검토할 문제이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규 투자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더 강조한다.
하지만 재계 복수의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삼성이 어떤 형태로든 세종시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것은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란 특허 기간이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구조와 제작법을 모방해 복제약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삼성은 지난해 신사업으로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사업 추진 방식 등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사업 진출 계획이 상당히 진척됐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바이오복제약 생산을 위한 공장은 대규모 인력 채용과 큰 공장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 투자 규모와 관련해 지금까지 삼성 측이 밝힌 것은 5000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로 충청도민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세종시 대안에서 제외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삼성전자의 LCD사업도 유력한 입주 대상으로 꼽힌다. 우선 1개 라인 투자가 최소 3조원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충청도민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규모'가 된다. 또 삼성은 현재 LCD 8세대라인까지 투자를 진행했는데, 일본의 소니와 샤프는 지난해부터 10세대 라인 투자를 이미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삼성은 탕정에 이미 대규모 LCD 단지를 조성해놓고 있다. 211만㎡에 이르는 2단지 부지는 아직 공터로 비어 있다. 세종시에 LCD 신규 투자를 진행한다면 엄청난 투자비를 들여 조성한 이 부지가 낭비된다. 또 LCD 사업이 탕정과 세종시에 분산돼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도 어렵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사업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지만, 정권차원의 정치 논리와 부딪쳤을 때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삼성은 정부의 많은혜택과 비용이 적게드는 기업을 이전하게 될것은 뻔한것 .궂이 알짜산업을 이전하겠는가..
삼성이 손익계산을 맞추려 정부와 밀고당기는 협상으로 기업이전은 사실상 어려울것이다.
역시 이건희 사면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