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의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어르신의 연륜, 고집, 소신, 좋은 습관을 보자. 그래야 어르신의 인격이 보인다.
희주와 오전에 반찬을 만들고 오후에 어르신 세 분을 찾아뵜습니다.
# 이○○ 할머니
처음 찾아뵌 이○○할머니 댁,
박시현 선생님께서 기록으로 남겼듯이 저도 댁에 들어서면서
'마당과 텃밭과 어르신의 표정'에 시선을 먼저 두었습니다.
어르신 어지러운 집안, 먼지 낀 문지방 보지 않았습니다.
어르신이 집에 들어서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 두 캔을 내어주십니다.
■ 어르신의 강점 (제가 본 강점들은 굵은 글씨체로 썼습니다)
무심코 얼핏 본 냉장고, 야채며 음식이며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아침에 밥을 하시긴 싫었지만, 끼니를 거르고 싶지 않아 마 가루를 물에 타서 드셨답니다.
점심은 복지회관에 가서 드셨답니다.
어르신은 자신의 식생활을 유지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마침 외출하시려던 찰나라서 외출복을 입으시고 목걸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동네 친구분들과 종종 마실도 하시는데 오늘은 모레 있을 잔치 전에 친구들 만나러 가시는 거랍니다.
어르신은 지인과 만나기 위해 자신을 곱게 가꾸십니다.
어르신 댁 마당의 텃밭을 보았습니다. 배추, 고추, 그 외 아직 제가 모르는 풀들까지 소박한 모습으로 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텃밭이 곱네요. 다 할머니께서 키우세요?"
"당연하지, 겉절이도 해먹지."
어르신은 텃밭을 잘 가꾸십니다. 당신 드실 것은 당신이 키워서 잡수십니다.
어르신은 건강하십니다. '건강한 것', 그것이 어르신의 중요한 강점입니다.
이전에 무릎이 아프셨지만, 잘 이겨내시고 지금은 잘 걸어다니신답니다.
장도 직접 보시고 반찬도 직접 해드신답니다.
좋은 이웃만 있고 자주 왕래만 한다면 어르신 건강은 더 좋아지겠다 싶었습니다.
# 김○○ 할머니
희주가 센터에서 미리 전화를 드렸을 때, 할머니께선 몸이 안 좋으신지 방문을 꺼리시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10초 밑반찬 배달'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관계 없는 배달, 입과 몸만 기르는 '서비스'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 뵌 어르신은 무척 마르셨습니다.
순간 어르신의 앙상한 몸에 눈길이 가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쉽사리 어르신의 외향이 '단점'이라 여기고 거기에 함몰되버릴까봐였습니다.
어르신의 강점이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차분히 어르신과 대화하며 강점, 뛰어나신 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니 당장 많지 않더라도 어르신의 강점으로 대화하게 됩니다.
어르신은 다리 힘은 부족하시지만, 상체는 여전히 건재하십니다.
그래서 상체로 가능한 집안일은 잘 하십니다.
이것이 어르신 강점 중 하나입니다.
저랑 희주가 어르신을 도우려다가도 어르신이 소신있게 설거지하시고, 그릇정리하시는 모습에 물러섭니다.
다리 힘이 없다는 어르신 말과 달리, 설거지 서 계신 채로 뒷정리까지 깨끗이 하십니다.
어르신께선 자기 집안일을 남에게 도맡아 시키지 않고 되도록 스스로 하려 하십니다.
복지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존심, 소신, 고집 있으신 어르신 삶의 고집입니다.
바로 이것이 어르신의 강점입니다.
이는 어르신의 쓸데없는 고집이 아닙니다.
평생 손아랫 사람, 특히 관계 없는 사람의 도움은 스스로의 염치에 어긋나기에
혼자 힘으로 하시겠다는 어르신의 '자주성'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와 희주의 방문도 집안일 해주시는 줄 알고 오지 마라고 하셨던 어르신입니다.
# 남○○ 할머니
어르신 댁에 들어서는데 기름 냄새가 납니다.
저희 온다는 전화를 받고 장을 보시고는, 호박전을 하셨답니다.
'아, 이것이 어르신 주는 기쁨이요 정이구나.'
또 한 번 절절히 느낍니다.
저와 희주 손금도 봐주시려 하고, 처음 보는 손주손녀 같은 대학생들을 챙겨주십니다.
어르신은 정이 많으십니다. 이것이 이 어르신의 강점입니다.
어르신은 이전에 음식을 정말 맛있게 하셨었답니다.
어르신이 몸이 안 좋아지신 후, 11년 정도 음식을 잘 못해서 예전만 못하지만
어르신이 하고픈 음식, 잘 하셨던 음식을 하실 수 있도록
이웃과 젊은이들이 잘 돕는다면 충분히 어르신 예전 감각, 솜씨 되살려서
맛깔난 음식 만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르신의 잠깐 수그러든 실력, 음식솜씨를 생동시키고 싶어졌습니다.
어르신은 또 하나의 큰 강점이 있습니다.
주위에 어르신을 돕는 이웃, 친구분들이 계십니다.
읍내라서 면만큼 이웃의 정이 많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르신 얘기들 자세히 들어보니 어르신은 좋은 이웃이 이미 있습니다.
장 보고 올 때 짐 들어주시는 아주머니,
반찬 나눠먹고 종종 식사 함께 하러오는 동네 친구분들...
장 볼 때 짐 들어주시는 아주머니와의 관계는 '강화, 개선'하고
반찬 나누고 종종 식사 함께 하시는 어르신 친구분들과의 관계는 '유지, 강화'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관계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다.
기존의 좋은 관계 허물어버리고 새 이웃 만들어 드리면
한 동네 오래산 어르신, 허탈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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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뵈는 내내 강점, 능력, 자원, 기회를 의식적으로 찾았습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하니 어르신 어려운 점, 힘든 점, 안 되어 보이는 점은 그다지 '문제'로 보이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니 제 맘에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참 손아래 사람이 처음 와서 사회복지, 봉사 한답시고
어르신 힘든 점, 문제로 보이는 것 하나 하나 들추어내는 것도 초면에 참 '예'에 어긋난다 싶습니다.
우리도 처음 보는 사람 앞에도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하는데
어르신은 돕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어려운 점, 힘든 점 다 돕지도 못할 거면서
치부만 들춰내고 가면 얼마나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질까요.
분명 면전에서 "찾아주어 고맙다, 수고한다" 하시다가도
뒤돌아서면 스스로 삶이 비참해짐에 서글플 것 같습니다.
어르신 잘 해오셨던 것,
어르신 왕년의 기억,
어르신 곱씹으면 아련하고 푸근한 봄날의 추억,
어르신 옛날의 소박하고 살가운 정다운 추억,
되살리고 싶습니다.
이전보다 더 따뜻한 추억으로 새겨드리고 싶습니다.
그 자리 이웃과 담소 나누며
먹거리 오가게 하고 싶습니다.
생신잔치든 밑반찬 마실이든
그 어떤 사업이든 어르신 인격, 관계를 살리는 '구실'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첫댓글 보기 쉽게 문단을 정렬하고, 띄워 쓸 곳과 강조할 곳을 분명히 해서 기록하니 읽기가 편합니다. / 글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주상이의 생각이 분명하니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 풍경을 스케치하듯 사실을 적고 주상이의 생각을 더하니 동화처럼 읽히고 읽는 이와 쓴 주상이에게 큰 공부가 됩니다. / 잘했다, 주상아~
거창팀은 기록할 때 주상이의 이 글을 꼭 참고 하세요 ^^
살려 쓸 강점이 많은데 애써 문제를 드러내 그것에 집착하면 사회사업 하기 힘듭니다. 문제는 소극적으로 의무로서 행하고 사회사업의 핵심인 강점을 살리고 자연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어르신의 인격을 세우고 지역사회의 바탕을 기를 수 있습니다.
'도라지 꽃이 필 때 도라지 대를 자른다' 는 어르신의 말씀을 나누었지요? 그래야 도라지가 튼실해 진다는 말씀이 거창팀을 감동시켰지요? 그 감동 그 깨우침으로 남은 기간 '강점, 자연력' 에 집중해요. / 주상이 참 잘했다. 어쩜 이리도 ... ^^
강점 - 잘 하시는것 혹은 잘 되는것? 강점 - 평소 하시던 것, 원래 그러한 것?
둘 다 해당되지 않을까요. 특별한 것만이 강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강점 발견하기 참으로 신나는 경험이 되겠네요 ^^. 잠시본 어르신의 생활에서 구체적인 강점을 발견해 내는 것. 긍정적인 것을 찾고 강화하고자 하는 것. 활동 중에 꼭 적용해 보아야 겠습니다. 아이의 강점을 구체적으로 찾아 보는 경험 생각만 해도 신이 납니다.
저도 섬팀 동료들과 아이들의 강점을 더 생각해보고 바라봐야겠습니다.
강점만? 강점을!
그렇군요. 제목 다듬었습니다. 선생님.
다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처음부터 안 좋은 것 보일까봐 의식적으로 강점을 보려 했습니다. 앞으로 더 뵙게 된다면 강점부터, 강점 위주로 보겠습니다. 어르신께 깊이 경청하되 어르신 일상에 큰 지장 있는 일이 아니라면 강점부터 보겠습니다. 작은 단어일지라도 깊이 생각하게끔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스로를 다듬게 됩니다. 선생님.
주상이의 어르신 강점 보기 참 잘읽었습니다. 한방울의 잉크를 찾기보다는 맑은 물을 더 많이 부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