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망할래? 11 T.G.I.F. 구하기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는 식당중에 하나가 T.G.I.F .다.
한때 T.G.I.F. 마케팅 팀장을 1년반정도 했으니 참 잘 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났고 내외부적인 환경이 변화했으니 사정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힘들다는 것이다.
꼭 T.G.I.F. 만 힘든 것이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가 다 힘들다.
브랜드도 올드해졌고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와 달리 크고 작은 경쟁업체들도 많이 생겼다.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들 1세대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나름 한때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T.G.I.F에 대한 조언
아니 제언을 좀 할까 한다.
T.G.I.F. 마케팅팀장이 되기 전에는 T.G.I.F.를 잘 몰랐다.
그냥 강남역 근처에서 스테이크를 한번 먹어 봤는데
제법이었다는 기억이 있을 뿐이다.
내딸 재은이 어려서 그 당시에는 마르쉐와 친했던 것 같다.
어린이 놀이터도 있고 음식 서비스 시간도 마음대로 조정이 가능해서
아내는 재은이와 내가 식사를 다한 다음 놀이터에서 놀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어린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였던 우리에게는
아주 적합한 외식공간이었다.
T.G.I.F.는 마흔이 된 나에게는 생소한 외식 공간이었다.
출근하기 전에 일산 라페스타에 있는 T.G.I.F. 에 가 봤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하나씩을 시키고 메뉴판도 열심히 보고 있었다.
메뉴판에 햄버거가 있었다.
속으로 ' 누가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를 먹어 햄버거는 롯데리아애서 싸고 맛있는 것 많은데'
'웬디스가 그립다. 웬디스 햄버거 맛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주변을 돌아 보았다.
헉! 정말 햄버거를 주문하는 사람이 있네
주변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들이 좀 있었다.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T.G.I.F.알아? "
'T.G.I.F. 햄버거 맛있지"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을 햄버거 식당이라니
이 친구뿐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미국 유학파 친구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거의 다 같은 대답이었다. " 햄버거 맛있지"
T.G.I.F.는 미국에서 로얄티를 주고 수입한 브랜드 여서
분기별로 미국 본사에서 메뉴 개발이나 마케팅 점검을 하려 온다.
미국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와서 마케팅 전략회의를 하는데
이건 뭐 대학교 마케팅 개론 수업 시간도 아니고
정말 마케팅 교과서에 있는 이론을 그대로 도입해서 분석하고 설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마케팅 쪽으로는 문교부 혜택을 많이 받은 내 입장에서는
"미국놈들 별거 아니군" 편한 마음으로 마케팅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 레스토랑의 브랜드 포지셔닝 맵이 하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브랜드 포지셔닝 맵을 보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웃백과 T.G.I.F.가 엇비슷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이건 정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서 레스토랑의 브랜드 포지셔닝 맵상에 아웃백은 우리나라라면
삼원가든 정도의 위치에 있었고 T.G.I.F.는 김밥 천국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미국 레스토랑 브랜드 포지셔닝 맵을 보는 순간
왜? 미국에 유학갔다 왔던 친구들이 T.G.I.F.를 햄버거 가게라고 이야기 했는지
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마케팅을 공부했다.
브랜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나름 마케팅 이론에 충실하다.
학위가 있어서 인지 가끔 나를 너무 모범생으로 알고 있는데
난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론을 알기에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마케팅 이론은 별도로 다음에 다 정리하기로 하고 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면
옥주현, 바다, 이효리가 핑클과 S.E.S의 아이돌 그룹을 해체하고 솔로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할 때
사람들은 다 옥주현이나 바다가 솔로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솔로 가수로 성공한 가수는 이효리였다.
이 사례를 참 여러가지를 이야기 해 주는데
난 이효리의 성공은 이효리의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본다.
옥주현과 바다는 근야 노래 잘하는 가수였고
그냥 노래 잘 하는 여가수로 포지셔닝을 했다.
반면 이효리는 건강한 섹시미를 가진 가수로 포지셔닝했다.
노래 잘 하는 여가수는 이미자 시절부터 참 많았다.
옥주현과 바다는 그 많은 노래 잘하는 여자중에 하나 일뿐 이었다.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해마다 시시때때로 어느 시대나 노래 잘 하는 여가수는 있었다.
그러나 건강한 섹시미의 여가수는 아마 김추자 (사실 나도 김추자를 잘 모른다.)
이후에 처음 아니었을까?
이효리는 새로운 포지셔닝
이효리만의 포지셔닝을 시도했고 그것이 성공해서 솔로 여가수로 탑이 될 수 있었다.
이게 마케팅의 힘이고 포지셔닝 잘 된 사례가 될 수 있다.
포지셔닝이 마케팅 이론적으로 뭐인지 몰라도 된다.
다만 그게 이효리가 솔로 여가수로 성공할 수 있었던 마케팅 전략이었다는 거만 알아 주었으면 한다.
우리도 이효리처럼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당신의 T.G.I.F.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던 난 결심했다.
T.G.I.F.를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과 같은 포지셔닝 맵상으로 패러다임 쉬프트를 하기로
미국의 김밥천국 T.G.I.F.를 김밥천국T.G.I.F. 자기 본래의 편한함이 살아날 수 있게 움직이기로
이걸 다른말로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T.G.I.F.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되어 있는데
포지셔닝이란 사람들의 마음속 사다리에 인식되고 있다는 말인다.
T.G.I.F.를 케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을 다시 포지셔닝 하는 작업
사람들의 마음속 사다리에 비싸고
무슨 특별한 날에만 가야 하고
생일 파티나 하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그냥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도 한잔하고
대학생들이 미팅도 하고 스터디도 하고
배고플 때 혼자가서 바에 앉아서 햄버거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다시 포지셔닝을 하는 거 였다.
대학생 객원 마케터들을 뽑아서 그들과 함께 메뉴도 개발하고 이야기도 만들어 갔다.
만원의 행복이라고 요즘 T.G.I.F. 에서 아직까지 진행하는 메인 요리와 디저트 그리고 음료까지
폴코스로 다 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착한 가격 메뉴들을 만들어 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족이 와서 아이와 아빠가 메뉴 하나만 주문해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 메뉴도 출시해서
폭발적인 칭찬을 들었다.
그 당시 패밀라레스토랑에서는 금기시 되었던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개발했다.
그 당시에 T.G.I.F.에서 판매했던 잭 다니엘 포크 스테이크와 크리스마스 콥보 메뉴가 지금의 서가엔 쿡 목심 스테이크와 비슷하다.
맥주를 바에서 마시면 수제 소시지를 무료 안주로 제공하여 맥주 마시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2006년 국가 고객 만족도 1위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될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자랑처럼 되어서 미안한데
한가지 아쉬운 점
꾝 시도 하고 싶었는데 못한 프로모션 하나
그게 바로 오늘 위기의 T.G.I.F.에 내가 주고 싶은 선물이다.
그건 바로 T.G.I.F. 햄버거 다.
요즘 수제 버거가 아주 젊은 층에 유행하고 있다.
수제 햄버거 유명한 집 거의 다 가서 먹어 봤다.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참 힘든 노동이지만 그래도 유행하는 외식 트렌드를 체험하는 건 외식마케터로써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오늘 날 한국에서 유명한 수제 버거를 먹으면 먹을 수록
T.G.I.F. 햄버거가 그립고 생각난다.
T.G.I.F. 햄버거의 품질 경쟁력은 갑이다.
남은 건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가 인데
그것까지 식당, 망할래? 에서 다 설명해 주면 경쟁자들에게 저지 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 따로 멕주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기로 하자.
아마 내가 마케팅 팀장으로 있었던 시절에는 수제버거를 다들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수제버거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서 안다.
이제는 T.G.I.F. 햄버거로 정면 승부를 해도 될 때가 온 것이다.
만원짜리 수제 햄버거가 이제 보편화 되어 있는 수제 버거 시장에서 T.G.I.F. 햄버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만한
숨은 명품이다.
이제 남은 건 마케팅이다.
T.G.I.F 가 김밥천국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메뉴는 햄버거다.
지금 만원짜리 풀코스 메뉴들은 손님들이 가성비를 계산하기 어렵다.
손님들이 익숙해진 수제 버거로 정면 승부를 해서 성공한다면
케주얼 레스토랑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지금 외식산업계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좀 더 가벼워져야 하는 시대가 왔는데
거대 패밀리레스토랑은 자신의 포지셔닝의 패러다임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서 위기에 처해 있는거다.
이제 과감하게 케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 해라.
1997년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시절 T.G.I.F.는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마도 그 당시의 우리나라의 국민 소득이 이만원 내외의 식사가 비싼 외식으로 인식되었던 가난한 시절이었지 때문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다.
그러나 2014년 오늘 지금은 T.G.I.F는 색깔 없는 올드한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브랜드 포지셔닝을 다시해야 한다.
마케팅전략은 김팀장이 맥주 한잔 사면 알려 주지요.
위의 글은 네이버 블로그의 돼지문화원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