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 동안 세상을 바꾼 신기술 25가지/인터넷·휴대전화 1,2위
지금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것이 없었다면 훨씬 더 어려웠거나 심지어 불가능했을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5년 혹은 10년 전에 출연했던 영화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금세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고, 멕시코나 하와이까지 날아가는 비행기 편이 얼마나 자주, 언제 있는지, 또 삯은 얼마나 되는지도 쉽게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 몇 번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컴퓨터 앞을 떠날 필요조차 없다. 그러한 변화상을 생각하면, 인터넷이 지난 25년 동안 소개된 모든 기술 혁신 가운데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일종의 과학 재단인 러멜슨-MIT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창의력을 북돋운다는 취지로 최근 흥미로운 조사를 벌였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로 패널을 구성한 뒤, 지난 25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기술적 발명이 무엇이었는가를 되짚고, 그 가운데 25개를 간추렸다(의료 및 의학 분야 기술은 제외).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기술 혁신’ 명단에 오른 상위 25개 항목은 우리 일상의 여러 면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들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변화가 금방 체감되는 것인지, 아니면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일 뿐이다.
예컨대 많은 사람은 집을 나설 때 책상 위의 개인용 컴퓨터(PC;3위), 고화질 텔레비전(HDTV;19위)이나 플라즈마TV(PDP;18위)를 끄고, 대신 휴대전화(2위)와 노트북 컴퓨터(7위)를 집어든다.
차에 오르면 오디오의 스위치를 켜 좋아하는 음악이 담긴 CD(8위)를 재생할 것이다. 운전하는 도중에는 때때로,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내 앞에 있는 에어백(13위)이 내 목숨을 지켜주겠지’라고 기대할 것이다.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는 길이라면 상용화한 GPS(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 표시 시스템;6위) 단말기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방법일 것이고, 그저 쉬고 즐길 목적으로 떠나는 길이라면 디지털 카메라(9위) 한두 대쯤은 챙겨 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현금자동인출기(ATM; 14위)에서 비상 사태에 대비해 현금 얼마간은 미리 찾아두는 것이 현명하리라.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지 먼저 궁금해 할 것이고, 그곳이 시내 중심가이거나 무선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이라면 그곳의 무선랜(와이파이, Wi-Fi;25위)을 통해 편리하게 e메일(5위)을 확인하거나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집을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났다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 메일(23위)을 확인해보는 것도 보편적인 절차일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발명으로 뽑힌 기술들. 1위는 인터넷이 차지했고(맨 위 그림), 1. 노트북 컴퓨터와 2. 휴대전화, 3. 디지털 카메라(왼쪽부터)가 각각 7위·2위·9위에 올랐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유용한 4. GPS는 6위에 올랐으며, 전기와 휘발유를 병용하는 5. 하이브리드카는 공해와 연료비를 줄여 16위에 올랐다.
개개인의 DNA 유형을 밝혀내 분류하고 식별하는 6. ‘DNA 지문’ 기술은 현대의 범죄 수사에서 이미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12위에 올랐다.
미처 깨닫지 못한 ‘일상 속의 신기술’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놀라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적응하는 현대인이지만, 그들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당연시하는 기술들이 우리 일상의 뒤나 밑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해둘 만하다.
자동차 사고를 당했으나 다친 곳 하나 없이 차에서 나오는 사람이 ‘역시 나노 기술이 훌륭하구먼. 덕택에 살았어’라거나, ‘MEMS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라고 말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MEMS는 ‘미소 전자 기계 시스템’의 줄임말로, 마이크로칩을 내장한 초소형 지능형 자동 탐지 및 감응 장치, 또는 그 기술을 일컫는다). 이들은 우리 눈에 띄지도 않고 잘 체감할 수도 없지만 몇십, 몇백, 심지어 몇천 분의 1초 사이에 정확히 작동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보호한다.
가령 차가 추돌하거나 충돌할 때, 맨눈으로는 식별조차 되지 않는 마이크로칩이 충돌 순간의 충격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충돌 순간 에어백을 터지게 하는 것이 바로 나노 기술로 만든 장치이다”라고 경제전문지 <포천>의 수석 편집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말한다. “이것은 ‘가속도계(計)’라고 하는 고도로 민감한 소형 장치인데, 차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으면 이를 즉각 감지하도록 되어 있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안전 장치인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노 기술은 지난 25년 간의 기술 혁신 부문 가운데 21위에, 그리고 MEMS는 14위에 올랐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니켈-철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15위)는 위급 상황에서 전화를 하거나, 플래시를 켤 때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충전용 배터리가 없다면 휴대전화도 그 쓰임새가 훨씬 떨어졌을 것이고, 당연히 재충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디자인과 크기가 다양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22위)는 디지털 카메라 전성시대를 열어젖뜨린 주인공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17위)도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OLED는 여느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 전력 소모가 적은 데다 화면도 밝아 LCD를 대체할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DNA(12위) 기술이 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 정도로 크게 기여할 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개인의 DNA 유형을 밝혀내 분류하고 식별하는 ‘DNA 지문’ 기술은 현대의 범죄 수사에서 이미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한편 무선 주파수를 이용한 고유 인식표(RFID; 10위)는 공항 보안 검색에서부터 슈퍼마켓의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무선 인식표는 실리콘칩과 안테나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해당 제품이나 장비의 데이터를 무선 수신기로 보내는 데 쓰인다.
몇몇 혁신 기술은 그 전까지 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주왕복선(20위)은 우주 개척의 유력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기와 휘발유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승용차(16위)는 더 적은 공해와 더 적은 연료비로 소비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에 소개한 수많은 기술 혁신의 바탕이 땅속, 혹은 바다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광(光) 섬유 다발, 즉 광통신 케이블(4위)이다. 이것이야말로 세계를 명실상부한 ‘지구촌’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광케이블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이 세계, 우리의 행성을 하나의 작은 마을로 변모시켰다. 광케이블이 없었다면 값싼 국제 전화나 몇백 개에 이르는 케이블TV 채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데이비드 커크 패트릭은 말한다.
기사제공= 시사저널 김상현(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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