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지나고 밭에 나가며 둘러보니 칠월에 삽목을 한 감국의 가지 끝에 꽃망울이 붙기 시작을 했다.
그러고 보니 추분도 이레 남았고 이젠 누가 뭐라해도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찾아오는 진객은 국화이고 국화하면 미당 서 정주님의 국화 옆에서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 다는 외우지 못하여도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중얼 거리게된다.
이 시의 소재는 황국 혹은 소국이라 불리우는 노오란 국화다.
지금은 많은 국화가 품종 개량되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이지만 역시 국화는 노오란 국화가 제격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국화는 여염집 화단에서 풍요롭게 자라는 소국은 아니다.
들길 산 길 수풀 더미의 척박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구월이 오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주는 들국화이다.
그 중 산국과 감국이 노오란 꽃을 피운다.
내가 생각하는 들국화가 산국이고 감국인 것이다.
오랑캐꽃 개망초가 혹은 미국쑥부쟁이가 요즘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들국화로 자리매김 하였지만 내 가슴속의 들국화는 산국과 감국이다.
더불어 구구절의 길가 풀섶 구절초가 나의 들국화이다.
삽목을 한 덕분에 감국과 구절초가 제법 늘었다.
저마다 꽃망울을 달고 시집갈 날 받아 놓은 새악시 모습을 하고있다.
그동안 온통 파란 빛이었지만 곧 노랑과 하이얀 빛으로 수를 놓아 장엄되리라.
상상만으로도 기쁘고 심장이 뛰며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 벅차 오르는 감정 뒤에는 구절초차, 감국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제대로 성사되지 못하였었다.
꽃망울이 터질 때면 늘 그랬듯이 다른 일로 바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생각 하길 꽃차는 나하고 인연이 없구나이다.
그러면서도 봄이오고 여름이 오면 또다시 개체수를 늘리는 일을 반복하고있다.
차 뿐만 아니라 국화주를 빚을 생각! 조청을 만들 생각... 감국과 구절초의 기능성을 이용한 여러가지를 연구하고 실험하고 ...
올 해도 변함없이 그러한 생각들로 가득차있다.
어쩌면 그러다가 또 시기를 놓치고 내년을 기약 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마음이 한껏 부풀어있다.
절정의 순간을 위하여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화옆에서...
난 또다른 시를 짓고 있는 중이다.
첫댓글 ㅎㅎㅎ 한가위 명절 잘 지내셨나 봅니다. 국화파와 국화주를 예비 하는 모습을 보니.
요즘 같은 시절엔 목숨 붙어 있는 것만으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꽃도 피지 아니 하였는데 오두방정을 떠니 혹여 부정이나 타지 않으련지 염려됩니다. ^^
그래도 미리 에측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여유, 얼마나 좋습니까? 시절도 수상한데...
저도 구절초꽃이 가장 예쁜 가을꽃으로 보입니다. 산국과 감국이 우리 국화라는 것도 오늘 사 알았네요.
국화주 한 잔 할 날을 손꼽아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