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 유람선
나는 한국에서 여행준비를 할 때, 가장 보고 싶은 곳이 이식쿨IssykKul 호수였다. 지금 그 장엄한 이식쿨 호수에 온 것이다. 가슴 훈훈한 호수의 전설과 비경을 담아갈 것이다. 이식쿨 호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며, 해발 1600m 고지에 있는 산정호수다. 이식쿨 호수의 면적은 약 6,200 ㎢로 남아메리카 볼리비아에 위치한 티티카카Titicaca 호수(약 8,300 ㎢) 다음으로 크다. 제주도 면적의 3배 또는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를 합한 크기다. 호수변을 내려오니 아름다운 꽃들이 물보다 먼저 나와 반긴다. 꽃 사이에 목선도 있다. 항구에는 벌써 우리를 태울 유람선이 정박하여 기다고 있다. 울창한 나무 숲이 호수에 비춰 비경을 자아낸다. 드디어 유람선이 이식쿨 호수의 넓은 품으로 출항한다. 키르기스스탄 동쪽에 위치한 호수다. 이식쿨 호수는 따뜻한 호수를 의미하는 키르기스스탄 말이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데, 그것은 호수의 바닥에서 온천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1948년에는 자연보호지역으로, 1975년에는 람사르 장소로,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여러가지로 특별 보호지역이다.
이식쿨 호수는 둘레 전체 길이가 688km다. 자동차로 9시간 달리는 거리다. 하루 종일 돌아야 다 보는 호수다. 평균 수심이 270m이고 가장 깊은 곳이 702m다. 호수 길이는 남북으로는 60Km, 동서로는 182Km다. 염기가 많아 식수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염분이 물 1리터에 6그램 들어 있다. 즉 염분농도가 6/1000으로 0.6%다. 바다의 1/5 염도를 품고 있다. 그래서 호수를 깨끗하게 해주고,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해주기도 한다. 러시아 부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다. 구소련연방시절에는 해군의 어뢰를 설치하여 군사훈련 지역으로 사람의 출입을 막았었다. 이식쿨 호수로 유입되는 강이 44개~118개다. 엄청난 물의 양이 고인 바다 같은 호수다. 가장 큰 강은 디이르갈란강과 튜프강이다. 호수의 물은 대부분 온천수와 천산산맥의 눈이 녹아 흘러든 곳곳의 강물이 고인 것이다. 수심 20m까지 보이는 청정 호수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나는 바이칼 호수에도 가 보았다. 그때도 유람선을 탔었다. 바이칼에서는 파도가 쳐서 배가 흔들거렸는데 이곳은 잔잔하다. 하지만 지금 이곳 이식쿨 호수도 바이칼 못지 않은 광활하고 장엄한 풍경의 호수다. 우리는 2시간 정도 유람한다. 1시간 갔다가, 다시 1시간 돌아오는 코스다. 이식쿨 호수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두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했다. 여자는 목을 찔러 자살했다. 그 죽은 여인의 붉은 피가 이식쿨 호수가 되고, 두 남자 형제는 양쪽으로 산이 되어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이다. 또 여자가 우물물 뚜껑을 덮지 않아서 계속 넘쳐서 이루어진 호수라고도 전해진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다. 잔잔한 물 위를 배가 흘러 간다. 수변에서 수영하는 사람도 있고, 리조트 건물도 있다. 울창한 나무들이 호수에 빠져 고운 풍경을 더해준다. 어찌 이것이 호수인가. 신의 큰 손이 만든 걸작품이다. 점점 수변에서 멀어지고 깊고 넓은 호수로 달린다. 배의 한쪽에는 건조한 사막산이 따라오고, 다른 한쪽엔 천산산맥의 설산이 따라온다. 바다 같은 망망한 호수다. 천산산맥 설경이 비경으로 호수를 빛내고 있다. 하얀 포말과 함께 갈매기가 솟구쳐 오르며 따라온다. 이럴 때 나는 다 비워내는 빈 몸, 빈 마음이 된다. 천진한 새가 되고, 천진한 물이 되어 참으로 무념의 행복한 순간이다. 이런 체험이야말로 세계여행에서 얻는 값진 보상이다. 현지 여자 가이드가 승선하기 전에 준비해온 보드카와 과일, 오이피클 등을 먹으며 더욱 진한 그리움으로 호수의 낭만에 젖는다. 나는 바이칼 호수에서도 유람선을 탔었는데 그때 보드카와 안주로 먹던, 바이칼 호수에서 잡았다는 훈제 물고기가 떠올랐다. 이식쿨 호수에도 많은 물고기가 많이 있지만 원래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생선을 먹지 않았다. 구소련시절 러시아 사람들이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 것을 보고 먹기 시작했다. 수심이 연간 약 5 cm씩 줄어들고 있다. 석양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호수는 더욱 고운 빛으로 물든다. 배는 우리가 승선했던 그 선착장에 내려준다. 이 고운 호수의 추억을 어찌 잊을까. 먼 후일 그리우면 어떻게 할까. 두 눈과 가슴에, 그리고 사진으로 많이 담아다가 내 정원에 걸어두고, 가슴 시린 그늘이 스며들 때 이식쿨 호수의 저 찬란한 추억의 등불로 태우리라. 이식쿨 호수의 청청한 물빛, 그 아름다운 채색으로 나도 물들어 청청한 삶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