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이 아몬드인 것과 표지 그림이 왜 무뚝뚝한 표정을 한 소년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궁금증이 풀렸고 그런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도 잘 와 닿았다. 지금 이 시기에 나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모두 겉으론 잘 드러내지 않고 내가 밖으로 자주 보이는 표정은 무표정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끌렸던 것 같다. 혹시나 내가 이 책을 읽고 심경의 변화를 겪을 수 있을까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윤재가 받은 진단은 감정 표현 불능증, 다른 말로는 알렉시티미아이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감정을 느끼는 곳인 편도체의 크기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재는 기쁨, 슬픔, 사랑, 두려움 같은 사소한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편도체의 모양이 아몬드와 같아서 윤재 엄마는 윤재에게 아몬드를 많이 먹였다. 몇 안 되는 희망이였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걸 들키지 않고 그가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윤재의 엄마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교육했다. 그런 윤재는 할머니, 엄마와 셋이서 살고 있었다. 윤재의 생일이면서 크리스마스이브날 이기도 한 날, 가족들은 윤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외식을 했다. 행복하게 식사를 마치고 윤재가 계산대 옆 사탕에 관심을 둔 사이 문 밖에서는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자가 망치와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엄마와 할머니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남자는 그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사건 이후 그 남자의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서는 ‘오늘 누구든지 웃고 있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라고 써있었다. 그렇다. 남자는 세상을 증오하던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고 그날따라 불행하게도 윤재의 할머니와 엄마가 환하게 웃었던 것이다. 이 장면이 너무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묘사되어있어 충격적이었고,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묻지마 살인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그렇게 혼자가 된 윤재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학교에는 윤재에 대한 소문이 퍼져있었다. 나는 남의 가슴 아픈 가정사를 쉽게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고 화가 났다. 어느 날 윤교수라는 한 남자가 윤재를 찾아와 죽어가는 아내에게 잃어버린 아들인 것처럼 연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윤재가 아줌마를 만나고 며칠 후에 아줌마는 숨을 거두었다. 아줌마의 장례식장에서 곤이라는 친구를 만났고 몇 차례의 갈등이 있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닮은 점을 찾으면서 진짜 친구가 된다. 또 도라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윤재는 조금씩 달라지고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갔다. 그런데 곤이는 아빠와의 갈등, 사회의 안 좋은 시선 등으로 나쁜 길로 빠져버리고 윤재가 곤이를 찾았을 때 곤이는 비참해진 모습이었다. 곤이를 만난 장소에서 곤이의 소년원 선배인 철사가 휘두른 칼이 윤재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정신을 잃은 윤재는 병원에 입원했다. 몇 달이 지난 후 윤재는 완전히 회복했고 기적처럼 깨어난 엄마와 만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사회를 잘 꼬집고 있는 책이라 최근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초반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 하면 공감하지 못 하고 결국 소통하지 못 한다. 예전에는 억울한 일이 생겨도 ‘가만히 있으면 다들 알아주겠지.’, ‘말 안 해도 알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세상은 매정했다. 말하지 않으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감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는 현대 사회는 개인의 이기심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서로 소통하지 못 하고 다툼이 일어난다. 말로만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