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내려오는 조각품들이 있다.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쳐 가까이 갔을 때는 함께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어 조각품인지 실제 사람인지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생생함을 주는 그런 명작들은 거의가 돌에서 살아나온 생명체다. 조각가들이 큰 돌속의 생명을 그대로 끄집어 내어 살아있는 실체를 들어나게 한 것은 돌의 생명을 꿰뚫어 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럽의 명품 조각품 말고도 우리의 석굴암이나 대웅전에 모신 석제 부처상을 대하면 그 앞에서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의 형상은 만고불변이다. 원시인부터 내려온 그 모습 그대로 인류는 진화의 과정을 거쳤으나 기본적인 모양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돌속에서 끄집어내는 조각가의 솜씨는 하늘이 준 기술이다. 그 기술을 사람이 손대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자연이다. 한연순 시인은 자연의 솜씨를 그리고 있다. 자연은 스스로의 생명력이 무한대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홍수나 화재의 재난으로 황폐화 되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 복구가 되는 것이 자연의 힘으로 사람은 도저히 따르지 못한다. 자연을 훼손하며 집터를 고를 때 옮겨진 돌들이 한쪽에 쌓여 있다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복원되는 모습에서 시인은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고 고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그것을 어떻게 이기느냐 따라서 삶은 이뤄진다는 것을 밝힌다. 지금 힘들다고 포기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는 다면 삶은 없다. 굿굿하게 이겨나가는 것은 기다림이고 기다림 속에 희망은 존재한다는 믿음을 준다. 세상에 존재감이 없는 것은 없다. 먼지 한 톨도 그만큼의 힘은 있으므로 언젠가는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돌무더기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한 시인의 눈이 밝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