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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0일,
이날은 승민이 엄마의 인생을 뒤바꾸어 놓았다
중학교 교사인 그녀는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학교로 출근했다
오전 8시 30분,
그녀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고 뒤이어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는 아들 승민이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는 "승민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평소처럼 먼저 학교에 출근하는 엄마에게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했던 승민이었다.
그녀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들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집으로, 승민이 휴대전화로도 전화해봤지만 둘 다 연결되지 않았다
불안함이 엄습해올 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은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승민이에게 사고가 났다"라고 말했다
승민이 엄마는 급하게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그녀는 이때까지만 해도 승민이가 교통사고를 당한 줄 알았다.
하지만 차가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이번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은 "교통 사고가 아니다"라고 했다.
승민이 엄마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어디로 가야되는지 물었다.
경찰은 "1층으로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아파트 1층으로 갔다.
1층엔 아파트 경비와 경찰차가 있었고, '하얀 천'이 있었다.
경찰관은 그녀에게 다가와서 하얀 천을 가리키며
살면서 감히 상상도 못했던 말을 건넸다.
"시체를 확인해주세요"
승민이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하얀 천을 걷었다.
하얀 천 아래, 아들 승민이가 누워있었다.
승민이를 보자마자 엄마는 승민이를 끌어 안았다.
승민이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아직도 이렇게 따뜻한데, 어서 119를 불러주세요"
그 순간, 승민의 코에서 피가 쏟아졌다.
엄마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한참을 울고 있던 승민이 엄마에게 경찰관이 다가왔다.
경찰관은 "진정하세요, 아마 위에서 뛰어내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승민이 엄마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이후, 승민이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고, 엄마는 경찰과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집은 평소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승민이가 정리해놓은 것이다.
승민이 방도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거실과 부엌 사이의 다리미대 위에는 승민이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있었다.
유서는 총 A4 네 장이었다.
승민이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서에 빽빽이 채워 놓았다.
하지만 승민이 엄마 눈에는 수많은 내용 중에서
맨 뒷장의 마지막 문장, "엄마, 아빠 사랑해요"만 눈에 들어왔다.
병원에 보내진 승민이는 검안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승민이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드러났다.
승민이의 온몸에는 구타 당한 흔적이 있었다.
이때 승민이 아빠와 승민이 형, 승윤이가 병원에 왔다.
둘 다 승민이 소식을 듣자마자 망연자실했다.
화목했던 한 가족의 삶이 무너져 내렸다.
승민의 유서에는 그동안 승민이가 겪었던 고통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리고 승민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 했던 말들로 가득했다.
승민이와 같은 반 학생 2명은 수시로 승민이에게 게임 아이템을 키우도록 했고, 매일 돈을 갈취했다.
이들은 승민에게 '물고문'도 했고, 전깃줄을 목에 걸고 끌고 다니며 음식 부스러기를 먹게 했다.
가해자들은 집으로 찾아와서까지 승민이를 괴롭혔다.
승민이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은 승민이가 남긴 또 다른 유서를 발견했다.
그 유서에는
"마지막 부탁인데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몇몇 애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어도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몰라요.
엄마 죄송해요. 사랑해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승민이가 세상을 떠난 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됐다.
가해 학생 2명은 승민이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을 때,
아파트를 찾아와 승민이가 '자살했는지'를 묻고 갔다.
또한, 이들은 "(이정도가) 폭력이냐, (이정도로) 감방에 안간다ㅋㅋㅋ"라고 서로 문자를 주고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승민이의 유서에 나온 가혹행위 대부분이 실제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함께 폭행에 가담했던 다른 1명도 추가로 입건됐다.
가해자들은 통화 기록을 삭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인정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승민이에게 수시로 협박 문자를 보냈으며,
목검, 단소 등을 이용해서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또한, 이들은 승민에게 대신 게임을 하게 했으며 숙제도 대신 하도록 강요했다.
이들은 승민이의 집에 수시로 드나들며 음식물을 마음대로 먹고,
등산복을 강제로 구매하게 한 뒤 빼앗는 등 약 8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빼앗았으며,
승민이 통장에서 14만 5,000원도 인출하도록 해 빼돌렸다.
승민이가 남긴 마지막 편지와 가해 학생들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이 알려지자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그러나 여느 사건처럼, 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승민이 엄마는 아들의 죽음으로 몰고 간 학교 폭력 문제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아들이 떠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승민이 엄마, 임지영 씨는
지금도 보다 나은 학교 폭력 대책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나아지지 않는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와 교육 당국의 허술한 관리 체제를 지적하며
"학교 폭력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그날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 폭력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한편, 승민이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 2명은
각각 징역 장기 3년 6개월(단기 2년 6개월), 징역 3년(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의 경우, 모범적인 수감 생활으로 단기형량을 채우면 장기형 이전에도 석방될 수 있다. |
첫댓글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져서야, 숙명처럼 찾아올 수 밖에 없는 불행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