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과 타향他鄕은 서로 대비對比되는 곳place이다 영어에서도 홈타운one's hometown은 뭔가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인데 어쩌면 홈home이 앞에 놓여서일까 아더 프로빈스other province는 왠지 모르겠으나 좀 생소함이 있다 프로빈스provinc라는 공간보다 언아더another라고 하는 다른 개념 때문이겠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스와힐리어語 하나 더 보탤까 '음지 와 지지Mji wa Jiji'다 '음지'는 시골의 뜻이고 '와'는 소유격이며 '지지'는 연고 있는 큰 도시다 이를 한 데 묶어 고향이라 부른다 하여 '음지 와 지지'는 통째로 읽어야 한다 가령 내가 입고 있는 '내 옷'은 남의 옷이 아니라 내 옷인 까닭에 '나'와 '옷'을 나누어서 생각하지 않고 통째로 '내 옷'으로 읽음과 같다
고향과 타향이 갈리는 것은 앞에 놓인 '고故'와 '타他'로 인해서고 뒤의 '향鄕'은 2곳에 모두 통한다 그렇다면 '향鄕'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시골 향鄕'자부터 살펴보자 이 '시골 향'자는 위 글자 외에 '시골 향郷' '시골 향鄉' '시골 향鄊' '시골 향乡' 자가 있는데 모두 '시골 향乡'자가 얹혀 있으나 부수는 '읍邑'의 뜻인 우부방阝이다
'시골 향鄕'자를 파자해 들어가다 보면 아주 자그마乡한 마을阝사람들이 흰쌀밥白을 한가운데 놓고 마주匕 앉은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흰쌀밥은 사람을 어질良게 한다 사람人은 밥을 먹음으로써 어질어良진다는 게 '먹을 식食' 자다 본디 '시골'이란 쉽게 얘기해서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왔다 산골이 '산'이 '골'진 곳에서 왔듯이 말이다
이처럼 사람 냄새 나는 동네鄕를 놓고 앞에 어떤 개념을 얹느냐에 따라 '연고 고故'자를 얹으면 고향이 되고 '다를 타他'자를 얹으면 타향이 된다 고향에 대한 개념은 크게 2가지로 첫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둘째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고향 표현에 둘째는 문제가 없으나 첫째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미국 LA에서 원정출산을 한 뒤 거기서 출생신고를 하고는 [사실 서구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뒤 사주 따라 나중에 이름을 짓는 게 아니라 미리 아기 이름을 다 지은 뒤에 산모가 분만실에 들어간다고 한다] 곧바로 우리나라에 돌아와 젖먹이 때부터 서울서 키웠다면 태어난 곳 미국 LA를 고향이라고 할까 자란 곳 우리 서울을 고향이라 할까
고향의 '고'는 '연고 고故'자로 아주 어렸을 때古로부터 회초리攵 맞아가며 자란 곳이다 또 '연고 고故'의 소릿값 '옛 고古'자는 열十 사람口을 거친다는 뜻으로서 크게 두 가지 뜻이 들어있다 첫째는 공간一 개념이고 둘째는 시간丨 개념이다 시간 개념은 요즘도 그대로이나 공간 개념은 거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시간은 여전히 1시간은 60분이고 하루는 24시간이며 한 해는 12달 365일이다 이는 늘일 수도 단축할 수도 없다 하나 공간 개념은 상상 밖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온 세계가 동시적이다 한국과 미국이 지구 반대편이지만 소통은 같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전자파와 빛의 속도가 같은 까닭이다 가장 먼 곳이 지구 반대편인데 이는 겨우 2만km 안팎이다 초속 30만km의 15분의 1거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미국이나 브라질까지 정보가 전해지는 속도는 15분의 1초면 완벽하다 할 수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은 반박할 것이다 전자파의 속도와 빛의 속도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아무튼 공간적인 입장에서 10명의 입을 거치며 퍼져가는 일은 요즘 같으면 결코 '옛古'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공간 개념이 아니고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아들에게서 손자로 이어지는 세대generation는 짧은 게 아니다 이때는 '연고 고故'자 쓰임새가 달라진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곳 고향이다
고향이 세대를 잇는 개념이라면 타향은 이와는 분명 다르다 '다르다'의 주체가 뭘까 사람도 환경도 아직 익숙하지 않음이다 그 가운데서도 으레 사람이 문제다 처음 보는 자연환경을 접하면 사람은 누구나 신비의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처음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게 바로 남亻이라也 할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첫째는 사람이다 사람은 늘 두 가지밖에는 없다 그 두 가지 부류가 '나自'와 '남他'이다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남他은 나와 분명 다른他 사람이다 낯선 사람他들이 사는 곳鄕이 타향이다 여기 <부모은중경>에서는 설한다
타향은 위험한 곳이고 고향은 안전한 곳일까 이는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익숙한 생각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잘 모르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을 서먹서먹하게 하는데 고향과 타향은 다만 이 차이일 뿐이다 이른바 '낯가림의 원리'라고나 할까 아기는 낯선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면 두려운 까닭에 그냥 울어버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는 반면 오히려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시간을 요한다 만일 아기와 정드는 시간을 단축하려면 아기보다 얼굴의 높이를 낮추면 된다 비록 좀 낯선 얼굴이라 하더라도 아기가 내려다볼 수만 있다면 자지러지는 아이의 공포는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추어 함께 함은 가장 으뜸가는 교화의 법칙이다
누군가 내게 묻기를 '지금 스님 하는 얘기가 다 맞느냐?'한다면 나는 마테오 길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페르난도 벨라스케스가 음악을 맡았으며 세르기 빌라노바가 촬영을 하고 프란시스코 라모스가 제작한 영화 100분 40초 동안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사랑의 신비 원제 <열역학의 법칙>을 권한다
비토 산즈를 비롯하여 베르타 바스퀘즈 비키 루엥고 안드레아 로스 아이렌 에스콜라 조제프 마리아 포우 다니엘 산체스 아레발로 치노 다린이 출연한 스페인 영화 마이에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우리말 제목 <사랑의 물리학>을 권한다
고향은 언제나 포근하며 타향은 늘 서먹서먹하기만 할까 쓰디쓴苦 삶生으로부터의 해방解放이 '일체一切가 유심조唯心造'라 하여 마음먹은 대로 척척 이루어질까 만약 그렇다면 <부모은중경>말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정든 고향 떠나 낯선 타향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초苦楚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갔을 것이다
-----♡----- 참고자료1 독특한 스페인 로맨스 영화 사랑의 물리학 BeCut 공작소 https://becut.tistory.com/342 -----♡----- 알림1 서울 대각사 주지 비구 동봉의 BBS-TV수요 정기법회가 있습니다 새해 1월 2일 오후 2시입니다 마포 불교방송 3층 대법당 누구에게나 열린 시공간이니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오십시오
알림2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진행되는 파자로 읽는 천자문 강의는 2018년 12/29 2019년 01/05 2019년 01/12 3주 동안 '겨울방학'입니다 -----♡-----
외눈박이 개구리를 보니 이 녀석도 고향 떠나 낯선 곳에서 고생한 거 아닐까 마음이 짠하다 한국문화정품관에서 찰깍 & 꾸밈/비구 동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