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론 Ⅰ
인간은 가치 있는 존재이다. 가치는 갈망과 욕망의 대상이며 성취했을 때 행복감을 준다. 가치는 보편적 가치와 개별적 가치가 있다. 두 가치가 공존하면서 가치관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세상에 백해무익한 것은 없으며 존재 가치가 있기에 존재한다.
가치는 본능적인 삶에서 정신적인 삶으로 옮겨가면서 상승한다. 영적인 삶으로 성장하면서 가치는 높아지며 종교적 가치는 사랑에 있다. 물질적 경제적 가치에서 정신적 영적인 가치에 이르기까지 인간 활동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인간 정념의 뿌리는 사랑이라고 했다.
보편적 가치는 일상에서 삶의 질서로 이어진다. 제반 규정을 이행하고 지킴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므로 누구나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지킨다. 개신교 신자가 장례식에 가서 조문하면서 망자에게 절을 올리는데 개인이나 가치관의 사정으로 절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가치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그래도 절은 해야지 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이다.
때로는 두 가치가 충돌을 일으킬 때도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이다. 모든 가치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주일에 미사를 드리는 것은 의무이며 보편적 가치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떠나는데 가족 중 신자인 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성당에 가는 것이 보편적 가치이다. 그러나 비신자가 볼 때는 개별성 가치로 충돌하게 된다.
급하게 열차를 타러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다. 그것을 보고 가는 길을 계속 가는 것과 쓰러진 사람을 도와야 하는 두 가치가 충돌한다. 이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도우려니 열차 시간을 놓치겠고 지나치려니 양심에 거리끼고 난감하다, 이때 어느 가치를 따라서 할까? 가치는 획득했을 때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어야 하기에 판단이 서지 않을까.
왜 위험한 오지에 가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우며 자기의 삶을 죽이는가? 그것은 보편적 가치로는 이해되지 않는 개별적 가치이다. 그는 영적인 가치 즉 종교적 가치로써 신과의 관계에서 비롯한 가치로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느낀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랑하라, 그런데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 하셨다. 무엇을 사랑하든지 진짜로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의 근원까지 나가게 된다. 사랑의 근원은 무엇일까?
“모든 인간 정념의 뿌리는 사랑(Caritas)이다.”라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말했다. 그 뿌리의 사랑은 神이다. 오상의 비오 신부는 “모든 진정한 사랑은 하늘에서 온다.”라고 했다. 인간이 갈망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는 모든 뿌리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신은 사랑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자의 노력으로 물질 만능시대에 풍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아 오히려 사람을 죽이고 있다.
사람은 항상 보편적 가치와 개별적 가치가 상충하면서 갈등한다. 개별적 가치가 강한 사람이 보편적 가치와 잘 융화될 수 없을까? 루이 라벨은 가치가 상승하면 밑에 있는 것일수록 보편적 가치와 개별적 가치가 반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정상에서는 일치한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는 하느님 안에서는 반대되는 것도 공존한다고 한다.
이명곤 교수(제주대학교)의 루이 라벨의 가치론 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