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부호에 인생을 싣고
우승순
문장부호는 글의 양념이다.
음식에 양념을 안 해도 원재료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적당하면 감칠맛이 나지만 지나치면 맛을 버릴 수도 있기에 경험과 노하우(knowhow)가 필요하다. 문장부호도 마찬가지다.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문맥이 통한다.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기에 과하면 글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절한 자리에 잘 사용되면 글의 가독성(可讀性)을 높이고 의미 전달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글자 모양이나 크기, 글자 간격, 줄 간격, 단락 등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제목이나 구호 등에는 문장부호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문장부호가 「한글맞춤법」 규정의 부록에 처음 등재된 것은 1988년부터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으로 글쓰기 환경이 급격히 바뀌면서 2014년 문장부호 사용법 일부를 개정ㆍ보완하였다. 한글에 사용되는 문장부호는 총 25개다. 나열해 보면,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쉼표(,), 가운뎃점(ㆍ), 쌍점(:), 빗금(/), 작은따옴표(‘’), 큰따옴표(“”),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 홑낫표(「」), 홑화살괄호(〈〉), 겹낫표(『』), 겹화살괄호(《》), 줄표(―), 붙임표(), 물결표(~), 밑줄( ), 드러냄표( ˙ ), 숨김표(○,×), 빠짐표(□), 줄임표(......)다. 문장부호의 그 익숙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마침표는 간결하고 단호하다. 온점이라고도 부르는데 아무리 긴 문장도 마침표를 찍어야 비로소 완성되며 마침표가 없으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한 문장에 하나 밖에는 못 쓰며 새로운 문장이 시작됨을 예고한다. 숫자로 연월일(2023.5.31.)을 표시하거나 ‘3.1운동’같이 특별히 의미 있는 날짜를 표시할 때도 쓰인다. 여러 개가 모이면 말없음이나 말줄임표(.....)가 된다. 인생도 수많은 마침표의 집합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행복의 마침표도 있고,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의 마침표도 있다. 모든 일에는 마침표가 있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작이 전개된다. 마침표는 함축미가 돋보이는 최고의 문장부호다.
물음표는 누가 만들었을까? 그 특이한 생김새는 사람이 앉아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본뜬 것이라 한다. 물음표는 가장 짧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왜?, 나?, 너?, 해?, 뭘?’ 등과 같이 한글자로 한 문장을 거뜬히 완성해낸다. 물음표는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나는 누구인가? 생각이란 무엇일까? 사과는 왜 땅으로 떨어질까? 물음표가 있기에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되고, 생각하는 갈대라는 철학자도 되며, 호기심 많은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나 이 세상은 그 자체로 물음표다.
느낌표는 감동이다! 기쁨이나 슬픔, 놀람 같은 감정을 표시할 때 주로 쓰이지만 “아무개!, 홍길동!” 등과 같이 호칭에 쓰일 때도 있다. 느낌표는 특이하게 수학에서도 쓰인다. 숫자 다음에 표시하여 내림차순으로 곱셈하는 팩토리얼(factorial)이라는 기호다. 예를 들면, 5! = 5×4×3×2×1 = 120과 같다. 물음표와 느낌표는 짝이 되어 !?, ?! 등과 같이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엔 물음표가 많았지만 나이 들수록 느낌표가 많아진다. 예전엔 평범했던 일상도 요즘은 감동이고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남은 인생도 느낌이 좋은 느낌표가 많았으면 좋겠다!
쉼표는 반점이라고도 하는데, 넓은 범위로는 가운뎃점, 쌍점, 빗금 등도 비슷한 의미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예전에 세로쓰기에서는 모점이라고도 했다. 꼬리가 있는 점으로 쉼표 다음은 한 칸 띄어 써야한다. 마침표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장부호로 그 역할은 가독성을 높이는데 있다.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세상이치가 그렇듯 모든 일에는 오르내림이 있고 나아갈 때와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인생의 마디마다 재충전의 쉼표를 찍을 줄 알아야 하고 쉴 때와 마칠 때를 잘 아는 것이 현명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일하고, 쉬고, 또 일하고, 쉬며 그렇게 살다가 영원히 쉬는 게 인생 아닐까.
큰따옴표는 “직접대화나 직접인용한 말”에 쓰이고 작은따옴표는 “인용한 말 ‘안에 있는 인용한 말’”이나 ‘마음속 혼잣말’에 쓴다. 겹낫표나 겹화살괄호는 책의 『제목』이나 《신문이름》 등을 나타낼 때 사용하고, 홑낫표나 홑화살괄호는 그림이나 노래와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등을 나타낼 때 쓴다. 겹낫표나 겹화살괄호는 큰따옴표(“ ”)로, 홑낫표나 홑화살괄호는 작은따옴표(‘ ’)로 대신 할 수 있다. 줄임표의 점은...... 여섯 개가 원칙이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찍어도 탓할 수는 없다. 그게 문장부호다. 물결표는 기간이나 거리 또는 범위를 나타낼 때 쓴다. 입학~졸업, 서울~춘천, 고려시대~조선시대 등과 같이 가운데 물결표가 들어가면 간결해진다. 인생도 결국은 물결표 양쪽에 탄생일과 사망일의 숫자로 기록된다.
문장부호와는 별개로 단락도 중요하다. 낱말이 모여 문장을 만들 듯 문장이 모여 단락을 이룬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이어쓰기보다는 단락을 나누면 가독성이 높아진다. 단락은 글의 내용이나 의미가 바뀔 때, 시간이나 사건 등을 구분 지을 때 등 작가의 의지대로 문단을 나누는 것이다. 한 단락을 8문장 내외로 구성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지만 굳이 문장 수에 얽매일 필요는 없으며 내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단락이 바뀔 때 문장의 첫 글자는 들여쓰기로 시작하는데 원고지의 경우 1칸이 원칙이지만 A4용지에 쓸 때는 대개 2칸 들여쓰기를 한다. 대화체 문장이나 단락을 지을 때가 아니면 오른쪽 여백을 꽉 채운 후 줄바꾸기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자님께서는 인생의 단락을 연륜에 따라 지학,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 등으로 구분하셨다.
살다보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때도 있고, 느낌표가 다시 물음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겹칠 때도 있다. 큰따옴표로 강조하고 싶은 순간도 있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말줄임표가 필요할 때도 있다. 적당한 쉼표와 함께 역할마다 마침표를 찍기도 하지만, 쉼표 없이 곧장 달리다 건강을 잃고 마침표나 물결표를 남기기도 한다. 인생은 물음표로 태어나서 온갖 문장부호로 살다가 다시 물음표로 돌아간다. 남은 인생을 어떤 문장부호로 채울지는 일정부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겠지만 최종 마침표는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완성할지를 늘 생각하며 산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첫댓글 글쓰는 사람으로서 한글 맞춤법 문장부호에 관한 규정도 꼭 확인하고 바르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도 글쓰는 사람으로서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계속 쓸 사람이라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글맟춤법에 관한 규정을 자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에도 한글 맞춤법 좋은 강의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글 맞춤법 공부도 1회성이 아닌 6개월 이상 매일 꾸준히 공부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어떤 분들은 연세도 많으시고 맞춤법 공부 같은 건 전혀 안 했을 것 같은데도 거의 교정할 곳이 없는 분들도 많은 반면에, 어떤 분들은 교정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교정 작업 하면서 입속으로 연속 '이건 아닌데' 할 때가 있답니다
알면서도 헷갈리는 문장부호, 알기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도 풀어주셨네요.
이렇게 잘 읽고도 막상 글을 쓸 때는 또 실수하게 되네요. 에구
우작가님의 간접적 조언과 가르침 상처받지않고 공부가 될 수 있게 글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참고 삼아 거슬리는글 되지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우리글이 사실 어렵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