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동권순회투쟁⑨] 전라북도 익산시
시내버스 노선 105개나 있는데…
저상버스 노선 비율은 고작 3.8%
저상버스 보급률도 19.5%뿐
장콜은 28대… “해도 너무한다”
전라북도 익산시의 보행상 중증장애인은 5871명이다. 전북에서 전주시 다음으로 많은 중증장애인이 산다. 그런데 저상버스 노선 수는 4개뿐이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도 법정대수보다 한참 모자란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북장차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21일 오후 2시, 익산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를 향해 “해도 너무한다”고 규탄했다.
전북장차연, 전장연 등이 익산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전북장차연
- 저상버스 노선 비율 3.8%, 장애인들 “해도 너무한다”
2021년 기준, 익산시 시내버스 노선 수는 105개다. 이중 저상버스가 운행되는 노선은 4개(3.8%)에 그친다. 운행 대수도 현저히 적다. 시내버스 164대 중 저상버스는 32대로, 저상버스 보급률은 19.5%뿐이다. 이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에 명시된 2021년까지의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보급률 목표치 4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관련 자료: 국토교통부, 2021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연구)
김홍기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뒤로 “익산시는 바우처택시 도입하고 발달장애인 이용차별 철폐하라”, “보성원 학대피해자 즉각 탈시설 자립지원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 전북장차연
서울시에서 온 김홍기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는 “오늘 하루 종일 익산시에 있으면서 저상버스 딱 한 번 봤다. 익산시에 장애인이 많이 사는데 왜 저상버스 수가 이렇게 적나? 익산시청 정말 해도 너무하다. 빨리 저상버스 많이 만들어라”라고 성토했다.
특별교통수단도 사정은 비슷하다. 법정 대수는 40대지만 운행 대수는 28대(보급률 70%)밖에 없다. 24시간을 운행하지만 운전원 수가 부족해 5871명이 28대로 예약 전쟁을 하는 상황이다.
이창준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익산시는 호남지역의 중앙통로 같은 곳이다. 익산시에서는 여수시까지 갈 수 있고 광주광역시나 목포시에도 갈 수 있다”며 “그런데 익산시 장콜(장애인콜택시)은 너무 불편하다.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정헌율 시장은 익산시 장애인 이동권을 확실하게 확보하라”라고 요구했다.
익산시는 ‘전북도 특별교통수단 등의 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보행상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임산부 등을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는 ‘보행상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으로 계산한다. 즉,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교통약자도 필요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어 정작 특별교통수단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 되는 휠체어 이용자 입장에선 이동에 더욱 제약을 겪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지자체에선 휠체어 이용자와 비휠체어 이용자를 구분해 임차택시, 바우처택시 등을 운행한다. 익산시엔 비휠체어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택시가 한 대도 없다. 임차택시 4대만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전북장차연은 익산시에 △특별교통수단 차량 1대당 8시간 운전인 2인 확충 △바우처택시 도입 및 이동지원서비스 보장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공공 운영 △저상버스 예외노선 규정 시 장애인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익산시청 로비에 방패로 무장한 경찰 수십 명이 있다. 사진 전북장차연
- 익산시 “공감한다”, “논의하겠다” 정도로 그쳐
기자회견을 마친 활동가들은 오후 2시 40분경부터 익산역에서 익산시청까지 행진했다. 행진 후 4시 30분경 익산시청에 도착했지만 미리 도착한 경찰 병력이 시청 로비를 막아 들어가지 못했다.
익산시청과 전북장차연 대표단이 면담한 결과, 익산시는 요구사항에 대해 “공감한다”, “논의한다” 정도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민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에 따르면 익산시는 올해 추가경정안에 특별교통수단 차량 1대당 운전원 1.2명 예산을 반영하고, 내년 본예산에는 하루 운행시간 16시간(운전원 2명)을 목표로 국토부, 전북도, 전북장차연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휠체어 이용자와 비휠체어 이용자를 구분해 이동차량을 지원하며, 발달장애인을 임차택시 이용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익산도시관리공단에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해 공공성을 확보한다. 더불어 저상버스 탑승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익산늘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협의해 버스정류장 접근성 현황을 파악한 후 올해 추경안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활동가들이 익산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전북장차연
한편 전북장차연은 익산시 소재 사회복지법인 ‘전북보성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보성원’과 ‘덕암’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지난해,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해 장애인 학대 사실이 확인됐지만 가해 직원은 퇴사하고 시설장만 교체됐다.
전북장차연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시설 보성원 피해자는 3명,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덕암 피해자는 6명인데 이들 대부분 아직 시설에 거주 중이다. 덕암 피해자 중 1명은 고창군의 한 시설로 전원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북장차연은 △인권침해시설 보성원·덕암 폐쇄 △피해자 즉각 탈시설·자립지원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익산시는 이에 관해서도 “협의한다”, “논의한다” 정도로 그쳤다. 탈시설로드맵 시범사업과 보성원·덕암 피해자 긴급 탈시설 및 시설폐쇄에 관해 전북장차연, 전북도와 협의하기로 했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와 탈시설장애인 자립정착금 관련 예산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익산시 탈시설지원조례 제정을 위해 전북장차연과 협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 장애인 이동권 순회 투쟁 중인 전장연은 오는 27일에는 대구광역시에서 지하철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