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부류 상장예외품목수 1995년 30개…올핸 145개 기준값 발견 기능 약화 우려 ‘예외’ 지정 장관 허가 받도록 김승남 의원, 법 개정안 발의 법인 ‘환영’ 중도매인 ‘반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장예외품목수 증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과부류의 경우 상장예외로 거래되는 품목이 상장거래품목의 3배에 달해 도매시장의 거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엔 상장예외품목 지정체계를 바꾸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상장예외품목수 지속 확대…상장품목의 3배=가락시장의 청과부류 상장예외품목수는 비상장거래가 처음 도입된 1995년 30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113개로 늘었고 2009년까지 품목수에 변화가 없었다. 2010∼2016년 115개, 2017년 116개, 2018년 110개, 2019∼2020년 115개 등으로 한동안 소폭이나마 품목수가 조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30개 늘어난 145개로 확대됐다. 상장거래품목수가 48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거래품목수보다 3배나 많은 셈이다.
상장예외품목의 거래금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1995년 148억28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 1000억원을 넘어섰고, 2년 뒤인 2001년엔 2000억원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나 2007년 3000억원, 2010년 4000억원, 2015년 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상장예외품목 거래금액은 5225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상장예외품목수와 거래금액이 늘면서 도매시장의 상장거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농안법 제31조는 도매시장법인의 수탁에 의한 상장거래를 도매시장 거래의 기본 골격으로 하되,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품목에 대해서만 중도매인이 비상장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도매시장 관계자는 “도매시장 거래는 상장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비상장거래는 예외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상장예외품목으로 한번 지정하면 상장거래품목으로 환원하지 않고 고착시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장예외품목이 늘어나면서 도매시장의 공적인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상장거래는 출하자와 중도매인간 개별 거래라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며 “상장예외품목이 늘어나면 기준가격 발견이라는 중앙도매시장의 역할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장예외품목 지정 주체 바꾸는 농안법 개정안 발의돼=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최근 중앙도매시장의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할 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가락시장 등 중앙도매시장의 상장예외품목은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에 따라 도매시장 개설자가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하고 있다. 상장예외품목 지정에 개설자의 의지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인 것이다.
개정안은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할 때 농식품부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상장예외품목의 지정기간이 종료되면 3개월 이내에 재평가한 후 해당 품목이 농안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즉시 상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3% 미만인 품목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상장거래에 의하여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김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도매시장 농산물 가격 결정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비상장거래는 상장거래를 보완하는 한시적인 제도임에도 상장예외품목을 지속 확대해 현행법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농산물의 폐쇄적 가격 결정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매법인·중도매인, 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반응 엇갈려=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도매시장법인들은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관계자는 “상장예외품목의 유통은 출하자 권익보호에 기초해 농식품부가 결정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도매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김동석 가락시장상장예외품목중도매인연합회장은 “비상장거래는 경매제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제도”라며 “법 개정으로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해제되면 해당 품목 중도매인들의 생존권이 위태로워질 것”이라 말했다.
이민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