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휴스턴의 한 유통업체 본사 사무실, 국내 1위의 헤어드라이어 업체인 유닉스전자 이충구(李忠求-63) 회장은 미국측 관계자들과 계약서에 사인을 끝내고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전역에 이.미용 유통망을 갖고 있는 이 업체가 유닉스전자의 헤어드라이어 2000만달러치(약240억원-130만대정도)를 구입하겠다고 최종 결정한 것이다. 연간 매출 360억원 안팎인 이 회사로선 "엄청난"뉴스였다.
이 회장이 이날 남다른 감회에 젖은 것은 계약금액이 커서만은 아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도 무조건 중국으로만 갈 게 아니라 기술력만 키우면 수출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호남전기)을 다니던 이 회장이 지난 77년 유닉스전자를 세워 당시로선 낯선 제품인 헤이드라이어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시장을 미리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는 "70년대 일본에 가보니 산업화 영향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급증하면서 손쉽게 머리를 만질 수 있는 헤어드라이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면서 "우리도 조만간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예상은 적중, 이후 유닉스전자는 20여년간 승승장구했다. 그동안 시장에 내놓은 헤어드라이어만 2000만대, 쌓아두면 에베레스트산을 565이나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위기는 닥쳐 왔다. 국내 인건비는 나날이 오르고 일본의 내쇼날, 네덜란드 필립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시장을 앞다퉈 공략해온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회사 문ㅇ르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냥 주저않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기술개발과 수출을 돌파구로 정했다.
이 회장은 먼저 기술을 개발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대학을 돌아다니며 석.박사급 인재들을 직접 설득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오히려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오래 다닐수 잇고, 해외출장도 수시로 보내준다"고 열변을 토해냈다. 연구수당을 만들어 급여도 올려줬다. 덕분에 지금은 박사 3명을 포함, 17명의 연구원을 확보했다. 최근 원적외선, 음이온, 전자파 차단 등의 기능을 갖춘 헤어드라이어들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 강화에 나선 "첫 결실" 은 바로 이번 미국 수출건이다. 2년동안 준비하며, 이 회장은 10차례이상 직접 미국으로 날아갔다. 앞으로는 동(東)유럽 시장 공략에도 나설 작정이다. 동유럽도 산업화로 인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증하면서, 그만큼 헤어드라이어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도 사실은 중국 광둥성에다 200여명을 고용한 공장을 10년째 운영중이다. 하지만 낮은 인건비를 노리고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되가져와 팔거나 제3국으로 수출하진 않는다. 철저히 중국 내수시장 공략용이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 없는 한국 경제는 있을 수 없다" 면서 "정부도 해외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이 땅에 남아서 공장을 돌리는 중소기업들이 사업하기 편하게 규제를 없애고 세금도 깎아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