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나 그냥 오늘 머리 깎아야겠다.”
다음 주에 미용실에 가실 거라 했는데, 이민철 씨가 머리 다듬으며 기분 전환이 필요하신 것 같다.
염색까지 하실 거라 현금 찾는 것을 돕기로 하고 은행으로 향한다.
“이민철 씨, 오늘은 어디 은행으로 가볼까요?”
오늘은 행복한반찬 외에 단골로 정한 도시곳간에도 동행한다.
가까운 은행에 먼저 들르고, 날이 좋아 조금 걸어 가게에 도착한다.
“이민철 씨, 저는 이 가게 처음인데요. 앞장서 주실래요?”
이민철 씨 따라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바구니를 챙겨 반찬을 둘러보신다.
적당한 위치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담으시는 게 확실히 노련하시다.
진지하게 살피면서 넣으시나 싶더니 점점 담는 속도가 빨라진다.
전임 동료에게 미리 물어야 했나 싶다가도 이민철 씨 삶이고 뜻이니 이런 것까지 묻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이제 와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이민철 씨가 기분이 나쁘실 것 같다.
그렇다고 사장님께 원래 이렇게 많이 사시는지 묻기도 좀 이상하다.
다른 반찬 둘러보는 척하며 고민하는데 이민철 씨가 말한다.
“보자, 몇 개 담았는가. 열여덟 개 정도 삽니다, 원래. 전에부터 그랬어요.”
“아…. 조금 더 자주 와도 돼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시는 게 부담 되시면.”
“아닙니다. 무결 샘이 한번 세 주실랍니까. 몇 개 담았는고.”
“열한 팩이네요. 들고 가기 무겁지는 않을까요?”
“아이, 괜찮습니다.”
잠시 멈칫하셔서 계산하러 가시는 줄 알았는데 냉장고 앞을 벗어나 중앙에 진열된 반찬 몇 팩을 더 챙기신다.
진땀이 조금 났지만 이민철 씨를 믿기로 했다.
“고구마 튀김은 언제 나옵니까?”
계산하며 다시 한번 단골의 면모를 보았다. 사장님 대답에 그때 또 오겠다 하신다.
이민철 씨가 봉투를 들고 가게를 나서는 중, 따라가는 척하다가 허겁지겁 살금살금 사장님에게 가서 속삭였다.
단골인 것 같으신데 원래 한 번에 이 정도로 사시던 게 맞는지….
다소 사무적이던 사장님이 살짝 웃으며 맞다고 하신다. 이민철 씨를 믿고 기다리기로 해놓고 왜 그리 불안했을까.
금전 관련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예민해졌나 보다.
“이민철 씨, 오늘 이렇게 동행한 김에 여쭤보고 싶은데…. 제가 더 인사드릴 곳은 없나요? 자주 가시는 가게요.”
“있지요. 시장에 국밥집도 있고….”
국밥집을 시작으로 몇 군데 말하신다.
“언제 가 보면 좋을까요?”
“설에 인사드리러 갈 때 가 보면 되지요.”
아, 그렇구나. 그게 훨씬 자연스럽겠다.
직원이 무언가 물으면, 이민철 씨는 잘 모르겠다는 말 대신 거의 매번 생각지 못한 답을 주신다.
덕분에 설 맞아 인사드리러 가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구나 싶다.
정리를 돕겠다며 일부러 댁까지 따라 들어갔다.
이민철 씨와 만난 이후 아직 냉장고를 열어본 적이 없다.
남의 집 냉장고는 함부로 여는 게 아니라던데.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 같아 이민철 씨가 굽혀 앉아 반찬 정리할 때 반찬을 전해드리며 냉장고를 살폈다.
냉장고 정리나 청소에 거들 일이 있을지….
그러다가 차곡차곡 양식을 쌓는 이민철 씨가 참 든든해 보인다.
도시곳간 반찬 가게는 반찬이 가득가득 쌓여 있는, 집 냉장고도 가득가득 채워주는 곳간 같은 곳인가 보다.
2026년 1월 16일 금요일, 서무결
민철 씨의 계획과 일정이 있네요. 신아름
듣는 것과 마주하는 건 다르겠죠. 기록에서 읽었지만 눈 앞에 벌어지니…, 하하! 민철 씨가 이렇게라도 살림을 사니 감사합니다. 월평
이민철, 주거 지원 26-1, 이민철 씨께 여쭙는 주거 계획
이민철, 주거 지원 26-2, 어렵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