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조직폭력배 영화처럼 영화<달마야 놀자>는 싸움장면으로 시작한다. 사고를 치고 피신처를 생각하던 조폭들은 사찰을 찾는다. 사실상 접수를 하러 들어선다. 일주일이 지난 후 바깥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절에 조금 더 머물고자 그들이 머물기를 반대하는 젊은 스님들과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영화 속 박신양이 휴대폰 전파가 잡히는 명부전 꼭대기에 올라 통화하고 있다.
3000배, 족구, 고스톱, 369게임으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 절에 있는 큰스님이 문제를 낸다. 문제가 바로 깨진 독에 물담기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다 조폭들은 깨진 독을 연못에 던져 버린다. 깨진 독에 물이 가득찼다. 조폭들의 승리로 큰스님의 허락 하에 좀 더 사찰에 머물수 있게 된다. “스님 어째서 저희들을 받아 주셨습니까?” 조폭 두목 박신양이 큰 스님에게 물으니 스님이 대답한다. “깨진 독과 같은 너희들을 내 마음속에 던졌을 뿐이다.”
장유화상이 창건한 2000년 고찰
신어산 기암괴석 나한처럼 손짓
“달마와 한번 신나게 놀아 보자”
절에 머물며 불교를 이해해가며 조금씩 변해가는 조폭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달마야 놀자>는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2001년 개봉 당시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산사의 아름다움 또한 톡톡히 역할을 했다.
경남의 명산 신어산 자락에 자리잡은 은하사가 그곳이다. 은하사는 서기 42년 김수로왕 세우고 인도에서 온 허황후가 오빠 장유화상과 더불어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던 원찰이였다. 가야국은 인도로부터 직접 불교를 전해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게 사실이라면 은하사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일 것이다. 계단을 올라 절에 다가갈수록 신어산 정상의 기암괴석들이 점점 다가온다. 신어산에는 자연이 조성한 천연 달마대사같은 나한상들이 가득 차 있다. 금강산을 만불상이라고 하듯 이 곳 신어산 또한 한때 소금강산이라 불렸다.
은하사 경내. 영화속에 수많은 장면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돌계단을 한 번 오르니 연못 한가운데 자비로운 관세음 보살님이 반겨준다. 깨진 독에 물을 담듯 거대한 자비심으로 중생의 부족한 마음을 채워주는 듯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다.
다시 한번 계단을 올라 현판 없는 문을 지나니 은하사 경내 모습이 들어온다. 나무 결을 그대로 살려 세운 범종루와 설법전 등 영화속에서 본 익숙한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대웅전과 명부전 그리고 나한들이 모셔져 있는 응진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 오른편에 영화속 주지 스님이 머물렀던 전각이 있다. 전각에는 서림사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인도에서 온 장유화상이 이 곳에 동림사와 서림사를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은하사가 바로 전에 서림사였다. 신어산이 과거 은하산이라 불렸던 까닭에 절 이름이 은하사로 바뀌었다. 전각 바로 아래 영화에서 깨진 독에 물을 가득 채웠던 연못이 있다. 연못 바로 앞에 독이 혼자 서 있다. 누군가 물을 가득 채워주길 기다리듯한 모양이다.
영화속 주지스님이 머물렀던 전각 앞 연못. 영화속 장면처럼 물을 채우길 기다리는 듯한 독이 서 있다.
부처님께 참배하고 경내를 둘러보며 영화속 장면들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난다. 369게임을 하며 묵언 수행하던 스님이 말을 터는 장면과 마음을 내 법당청소를 하다가 부처님을 쓰러트려 부처님 귀가 떨어지는 장면 등 자연과 사찰 속에 일상 속 스님들의 대사에서 무언가 훈훈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수 있게 한 영화다. 추운 날씨 만큼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신어산 정상에 계신 달마대사를 비롯한 오백나한들이 영화 속 큰스님처럼 반겨준다.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고….
첫댓글 즐겁게 본 영화였는데~ 아름다운 절의 경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