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것 안에 있는 힘"의 주인공인 데오 그라시아스가 칼라마주 대학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책장을 잠시 덮게 만드는 책이 있다. 《고통은 너를 삼키지 못한다》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인종 대학살의 지옥을 탈출해 홀로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산 데오 그라시아스의 이야기가 담겼다. 데오는 아프리카 빈곤국 부룬디에서 태어났다. 옷 한 벌로 초등학교를 마칠 정도로 가난했지만 열심히 공부해 부룬디 의대에 들어갔다. 촉망받는 인턴 의사로 근무하던 1994년, 참극이 벌어졌다. 전체 국민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후투족이 소수인 투치족을 무차별 살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후투족 민병대를 피해 수십 일 동안 깊은 숲과 강을 헤맸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고, 끊임없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면서도 "이유 없이 웃음이 나왔다."라고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천신만고 끝에 학교로 돌아온 그는 백인 친구가 사 준 미국행 비행기표로 조국을 탈출했다. 뉴욕에 도착했지만 영어는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데오의 삶은 절망스러웠다. 식료품 배달원으로 일하며 공원에서 노숙했다. 건강이 나빠져서 입 냄새가 심했고 사람들에게 마약 중독자로 오해를 받았다. 시체로 가득한 악몽을 꾸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영양실조 상태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텼다. 어느 날 교회로 배달을 갔다가 샤론이라는 여성을 만나며 그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샤론은 수녀원에서 30년을 지내다 직접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결심을 하고 교회에서 적은 급여를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데오에게 병원 진료와 음식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한 은퇴한 교수 부부에게 데오를 만나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그들은 데오와 만난 후 몇 달 간 고민한 끝에 그를 자기 집에서 살도록 했고, 6000달러라는 비용을 지불해 그가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데오는 고통 속에서도 꾸준히 공부해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전염병 퇴치 활동을 하는 단체인 PIH(Partners In Health)를 알게 됐고, 그 이념에 감동받아 함께 일했다. 이러한 의료 활동이 결국 집단 학살과 같은 끔찍한 재앙을 막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성당을 찾아가 조용히 앉아 있기도 했다. 평화를 찾으려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종족 간 학살 사건으로 인한 증오 대신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임을 깨닫자 서서히 마음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오른쪽의 데오 그라시아스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뚫고 마침내 의과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부룬디로 돌아가 병원을 열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까스로 얻은 안전한 생활을 포기하고 악몽의 현장으로 돌아가기란 힘들었지만,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2007년 부룬디에 병원을 건립했다. 그곳은 가해자인 후투족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그의 과거를 알게 된 이들 중 일부는 몰래 찾아와 사죄하기도 했다.
이 책의 원제는 '남아 있는 것 안에 있는 힘(Strength In What Remains)'이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 아는 사람도 돈도 없던 데오에게 남은 것은 오직 병든 심신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끝은 아니었다. 쓰러진 나를 누군가가 매번 일으켰다."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은 그는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짐 가방에 의학 교과서와 청진기를 꼭 넣고 다녔다. 병든 몸속에 진짜 힘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후투족을 피해 다니다 지쳐서 쓰러졌을 때 한 후투족 여인이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며 일으켜 부축했고, 후투족 민병대 앞에서 “내 아들이오."라며 감싸안아 준 덕에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미국에 들어올 때는 공항에서 일하던 세네갈 인부가 통역을 해 주고, 자신의 거처로 데려가 미국 생활에 대해 알려 줬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샤론과 교수 부부처럼 선한 사람들 덕이었다. 부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살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반대편에서 온 힘을 다해 타인을 돕는 이들도 있었다. 데오는 자기 자신과 선한 사람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붙잡았기에 살아남았다. 희망은 고통 아래에 숨어 있다. 어둠을 견뎌 내면 희망이 찾아와 끌어올린다. 데오는 그 희망을 그대로 살아 냈다. 그의 삶은 증언한다. "고통은 그 아픔 때문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라. 그것이 너를 삼키지 못하도록." 윤재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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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공한 사람들 사례를 보면
환경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진리를 찾고,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디며
성공했습니다.
혹독한 추운 겨울을 나야
봄에 예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읍 ↑ 신사 님 !
공감 만땅 고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
후덥지근한 장맛철
건강한 여름나기로
활기찬 한 주 보내셔요
~^^
고맙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흔적
주셔서 감사합니다 ~
편안하고 여유로운
저녁시간보내세요
미셀위 님 !
~^^
안녕하세요 망실봉 님 !
올려주신 귀한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추천 듸립니다.
반갑습니다
juju 김 님 !
고운 걸음으로 멘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
후텁지근한 장맛철
잘 극복하시어,,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나기되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후텁지근한 장맛철
건강한 여름나기로
활기찬 한 주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