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 하지만 때로는 낯선 것에 매료되기도 한다. 이처럼 익숙함과 낯설음은 상반된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공존하고 있다. 낯익은 대상이나 상황에서도 낯선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익숙한 낯설음'은 단순한 모순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익숙함과 낯설음, 이 두 개념은 처음에는 정반대로 보여졌다. 그래서 '익숙한 낯설음'이라는 주제가 필자에게 다소 모순적이고 어려운 주제로 다가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제 경험을 되짚어보니, 오히려 익숙한 낯설음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부모님과의 관계였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익숙한 존재인 부모님이었지만, 성장하면서 점점 그분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늘 친절했지만, 직장에서는 다른 관리자로써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에게 늘 사랑하는 모습만 보여주었지만, 시장이나 물건을 살때는 냉철한 분석가의 모습 역시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렸을 때는 전혀 몰랐던 부모님의 또 다른 모습들이었다. 그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모님의 삶과 가치관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오랜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낯선 행동이나 성향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모든 일에 계획을 철저히 세우던 친구가 갑자기 모험과 낭만을 꿈꾸는가 하면, 평소 말수가 없던 친구가 어느 주제에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런 낯선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의 단편적인 면모를 넘어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익숙했던 대상에서 예기치 못한 낯선 면모를 발견하는 경험은 필자에게 새로운 자극과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 보다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때로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낯선 느낌 덕분에 타인과 세계를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익숙한 낯설음은 우리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특성이다. 익숙하다고 여겼던 대상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낯선 모습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세상을 제한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낯설음 속에서 익숙함을,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며 필자는, 그리고 인간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부모님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우리가 성장해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 연세가 드시다 보니 변화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성장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이러한 것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친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어떤 면만 보게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도 변화의 과정 중에 놓여 있으므로, 실제로 어떤 부분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변한 건 우리들 모두이므로, 변한 책임도 우리 모두에게 물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책임을 우리가 다 질 필요는 없고, 그런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