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기차여행 (1)
새벽이 하품을 한다.
빨아 널은 붓끝에서 나오는 얼어붙은 검회색 구름이
아침 해를 이불로 덮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희미한 대전역 관제탑 조명에
부엉이 눈을 밝히며 사려는 사람들 파려는 사람들로 복적 거린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대청호 어부동에서 갓잡아온 겨울 민물새우 토하가 허리를 구부린체
두고온 고향 대청호로 가기위해 긴 더듬이를 세우고 거리측정을 한다.
초입에 난전을 연 팔십다섯 이빨빠진 꼬부랑 할머니. 돈 셈은 나보다 고수다.
하면 되는 구나라고 생각해본다.
산골마을에서 마을사람들이 채취한 갖가지 산약초를 판매해주고 유통마진이 수익이다.
유통사업 사장남이다.
명암을 해 드린다 하니 청년이 노인네 골려먹는게 그리 재미있느냐고 역정이시다.
날보고 청년이라신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꼬부랑 할머니 핫팅~.
부산행 새벽열차 무궁화호
대전 발 06시 25분 부산 09시 54분 도착.
텅빈 4호차 나 혼자다.
어쩌다 보니 나 혼자 내 전용 칸이다.
그래도 재수가 좋으면 무궁화호 한 칸은
내 전용 칸이 되니 오늘은 억세게 재수좋은 날이다.
차창 밖으로 비치는 눈 쌓인 순백의 풍경이 황홀하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도 얼어 눈이소복하니 쌓였다.
네온싸인의 향락에 찌든 도시보단 고요하되 깨끗하고
서두르지 아니해도 오차없이 흘러가는 세월의 느낌을
잊어서 좋고 평야, 산, 나무, 들판, 북적이는 도시의 풍광,
순간적으로 바뀌는 창밖의 화면 이 너무 좋다.
불어오는 북서풍에 얼어붙은 강산은
지난가을날 손톱에 피멍들어 장만한 이불을 덥고 기인 잠속이다.
다람쥐 한 쌍도 감추어둔 밤 한 톨도 잊고 잠이 들었다.
가까이 금오산이 겨울 운무 속에 조요히 기지개를 켠다.
구미의 금오산(金烏山)은 황금까마귀 산이고 경주 남산의 금오산 (金鰲)은 황금자라
산이다. 지명에 얽힌 신기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예언력은 몸서리 치도록 무섭다.
달구벌 대구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 근엄하시니 근접하기 어렵다.
을사년 정초 낙동강 칠백리가 뱀처럼 굽이친다.
오리알을 주어다 부화시키면 푸른 오리가 나오려나.
멸치가 굼실대는 부산을 향해서 기차는 간다.
대구부터는 바쁜 사람들의 행렬로 발 디딜 틈 없이
밀물처럼 내 전세 칸에 사람들로 꽉 찬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드니 피곤이 몰려 온다.
잠시 등을 기대고 잠을 청한다.
오늘은 자갈치시장에서
무얼 먹을까?
돼지국밥?
전어구이 활어 문어 고래고기? 사이소? 먹어 보이소? 무슨소?
가서 골라 먹자.
눈으로 요기하고 입으로 맛보고 생각으로 음미해 본다.
다음 목적지는 오륙도를 끼고 도는 바닷길 이기대 별장 길이다.
2025년 2월 7일
첫댓글
여행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겨울 여행이네요.
혼자서 다니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기차를 타고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영화의 스크린처럼 지나가 버리지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정겨운 자갈치 아지매의 인사지요.^^
오륙도를 멀리서 바라 볼 수 있는
이기대 데크 둘레길이 기다리고 있네요.
겨울 바다, 가슴이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서두름 없이 느리게
게으름과 여유를 만끽하면서 맑은 가을날
억새 꽃처럼 허허로히 기차여행을 즐겨갑니다.
갈때마다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은 천국 다음의
좋은 나라임에 감사하지요. 신의 경지인 어르신이라 불리면
전철무임승차. 기차요금 30%할인. 관광지 무료관광
ㅋ ㅋ ㅋ , 전공도사가 되지요.
오늘도 즐거운 날 되세요.
@초의 무궁화는 할인이 더 되지요?
겨울 기차여행에 제 고향도 나오고
제 조상님들이 터전으로 삼았던
금오산도 나오고, 정겨운 자갈치
시장 풍경까지... 주르륵 철길 소리와
함께 지나갑니다.
글 소묘가 멋져서 신나게 기차여행
따라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구미는 가끔씩 갑니다.
박정희대통령 초가삼간 생가도 있고
동상앞에 거수경례하고 나 소시적 새마을 운동의
힘찬 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요.
거북이 꼬리 구미. 금까마귀 금오산 .
무언가 있을듯도 해요.
감사합니다.
정갈하면서도 풍경 묘사가
바로 앞에서 보이는 듯 하고,
간간히 작가의 위트까지...
글 잘~~~쓰십니다.
일단 부럽습니다.
혼자 하시는 기차 여행의
묘미를 이렇게 들려 주심에
감사드리고 즐거운 여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이어진 소식도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여행은 참으로 멋지고 즐거워요,.
요즈음은 가는 곳곳마다 공원이지요.
산.바다. 참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후일 같이 한번 기차 타보고 싶습니다~
초의 님의 나를 위한 여행에 살짝
편승한 것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서사적 깊은 사유에 영혼이 맑아지는 것같아서요.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