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춘천에 올라갔습니다.
김진홍 후배의 애마를 타고 올라갈 때는 좋았는데, 그런데 휴게소에 내리는 맛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커피 한잔에 담배 한개비 피는게 낙이였는데. 휴게실 내릴 기분이 안납니다.
옛날에는 춘마에 버스 두대로 단체 출전한 때도 있었다등 과거 대회, 잊혀져가는 회원들 이야기 하며 북으로 북으로.
소양강 댐근처에 예약해 놓은 팬션에 짐을 풀고. 인터넷 안내처럼 멋있는 전경을 가진 숙소는 아니였지만.
주로 가족단위로 오는 곳이라 조용해서 좋았습니다.
근처 식당가를 방랑하다가 결론은 닭갈비로. 카보로딩중이라 3인분만 시켰는데 닭은 1/3마리정도 나머진 전부 양배추에 떡 고구마 약간. 너무 심하더군요.요새 닭값도 많이 내렸다는네.
나와 김진홍 선생은 부지런히 떡만 찾아서 먹었습니다.
하얗게 보이는게 하나 있어 골랐는데 먹어보니 닭이였습니다. 오래간만에 맛 보는 고기, 정말 향긋했습니다.
그렇지만 눈물을 머금고 바로 뱉았습니다. 술도 카보로딩용으로 막걸이 두잔에 소주 한잔으로.
바로 팬션에 도착해서 9시경에 취침에 들어갑니다. 나이 드니까 코 안고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침에 준비한 찹쌀현미흑미 혼합곡으로 전기밥솥에 지었는데 간밤에 물에 담가놓아도 완전히 생쌀. 한번 더 물붓고 끊여도 마찬가지. 결국 냄비에 다시 담아서 개스불로....
준비한 반찬으로 맛있는 카보로딩후 7시경 대회장으로 갑니다.
최대한 골인지점 가까운 곳에 주차시키고 나니 갈 곳이 없습니다.
담에 올라올 때 항상 여기 주차하자 하면서 비장의 효마클 전용 주차장으로 지정.
커피주는데도 없고, 겨우 대구 달사마에 가서 커피 한잔 얻어먹고.
본부석 의자 하나 구해서 따뜻한 볕에 앉아 사람 구경하다보니 어느듯 두시간이 지나갑니다.
고수들만 모인다는 B조, 서브쓰리만 노린다는 B조!!! 구석에 오매 기죽어하며 버리는 헌 티 입고 출발만 기다립니다.
고수들 틈에 오버페이스 안해야지 했는데, 그것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 출발 부터 몸이 너무 무겁습니다.
뒤에서 우루루 한떼의 군마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C조, 또 2-3분있다가 D조, E조 이후부터는 쿵쿵하는 소리도 들리더군요.
한 20분 이리피하고 저리피하다보니 G조까지 다 지나가고 조금있다가 G조 5시간 페이스메이커까지 지나갑니다.
의암댐 지날때는 "옛날에 이 길은"하는 드라마 아씨 주제가까지 생각납니다.
코스는 신도로로 바뀌어 옛날 시골 지방도로처럼 아기 자기한 맛도 없고, 땡볕에 아스팔트위로 오르막 내리막도 조금 있습니다.
15km이후 부터는 슬슬 걷기시작하는 패잔병 조에 끼이니 피할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20km U턴 자리에 회송차 타는 곳이라는 현수막 아래에 버스가 5대쯤 보이고 그앞에 포기자 대 여섯이 앉아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달려갔더니 버스 기사는 안보이고 한참 있어야 출발한답니다.
그후로는 회수버스는 골인할 때까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때부터 걷다가 뛰다가..
주위에는 한창때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노년 달림이와 옆에 붙잡혀 억지로 말동무해주는 초보 젊은 달림이.
내가 한창 때는 국토횡단도 하고 보스톤 뉴욕도 가고 어쩌고 저쩌고.
정말 세월앞에는 장사 없습니다.
30Km 지점에서는 풀뿌리 달림이를 위한 6시간짜리 워크 브레이크팀도 지나가고 이후에는 2.5km 지점마다 있는 자원봉사자도 짐을 쌉니다.
스프레이 존에서 물파스좀 뿌려 달라고하니 약은 다 떨어져 바람소리만 들립니다.
콜라가 먹고 싶어 길가에 조그만한 구멍가게에 가니 할배 주인장님이 다 떨어졌다합니다.
원래 찾는 사람이 없어 5캔정도만 갖다 놓는다고. 할 수 없이 사이다로..
주로상에 보이는 먹거리 마실거리는 다 챙겨 먹다보니 배는 출렁출렁.
시내에서의 마트는 전부 8차선거리 반대편에만... 그냥 주위에 널려있는 식당에 가서 1000원주고 사먹으면 되는데.
겨우 슈퍼 한 곳을 찾아서 콜라 한 캔 구해 마시며 또 걷습니다.
38km지점에서는 노인 밴드가 소양강 처녀를 계속 연주합니다. 갑자기 목이 울컥해집니다.
나머지 남은 4km를 40분에 걸쳐서 겨우 도착합니다. 골인 지점에 효마클 회원이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내 때문에 2-3시간을 기다렸는데 전혀 짜증내는 표정도 없이..그러니 더 미안합니다. 그런데 회수차가 보여야지..
내려오는 길에 홍천 한우촌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나는 계속 나이는 못 속인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며 나이 탓을 하는데.
나머진 전부 2달 연습가지고 되냐며, 연습 부족이라고 합니다.
하긴 효마클 초창기에 열심히 뛰신 교수님이나 선배님들 나이가 지금 내 나이인데.
다시 생각하니 그 때 그분들이 존경스럽고,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아 봅니다.
다시 한번 장기간 기다려 준 김병호, 정대우, 김진홍 회원.
진짜 본의 아니였음을 다시 한번 양해해주길.
특히 이틀치 종합보험을 들어 놓았으면서 우리가 피곤할까봐 끝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은 김진홍 후배...
문자나 카페로 격려해주신 회원여러분 감사합니다.
옆지기 말로는 이런 기록이 5초마다 업데이트 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초조하고 갑갑했다고... "이 인간 포기안하고 혼자서 모하노 하면서."
누구는 계속 뛰고 싶어서 뛰었나?
첫댓글 김동겸 기록 못깬거 넘 슬허하지마소^^,담에 또 희망이있으니까요~~
고생했습니다 푹 쉬시고 회복 잘 하세요.
생생한 후기네요..
그 심정 너무나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해내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버티어 골인 할 수 있는 그 열정이 중요하니까요. 회복 잘 하시고 좋은 자리에서 봅시다.
그리고 같이 출전한 김병호님,정대우님,김진홍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구박! 마라톤 접은 줄 알았더니 풀을 다 뛰었네요. 그 열정 대단합니다.회복 잘하세요.
저렴한 체력으로도 풀코스 완주할 수 있다는거를 온 몸으로 보여줬네요.ㅎ
인자 맘 편히 달리면서 좋아하는 술이나 한잔합시다.
거시기 이벤트 뒷풀이 언제 할거요?
tv 조선에서 엘리트와 함께 "마스터즈" 1위도 계속보여 주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봤는데, 수고했습니다.
이이고~! 구용운성생님! 욕 마이 봤심미더...
강원장님! 이거슨 완주가 아이고 완보가 마찌요??? =3=3=3
오랜 시간동안 달리니 보이는 것도많고 후기도 생생하게 쓰시네요. 간만의 완주 축하드립니다.
기다리는 시간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을 선배님의 맴을 생각하니 저 또한 멀리서 구선배님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했습니다.
구용운 선배님 !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구선배님의 달림 자체가 우리의 자랑 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다 읽어내릴 수가...ㅜ
고생 마이 하셨고 완주 축하드립니다..토달에서 완주 축하연(?) 기대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배꼽티가 다시 유행인가요? 김진홍선배님?? ㅎㅎ
사라있는 전설이 되었네요.
그 장시간 마라톤아니면, 그라고 회수차 미비의 춘천대회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ㅜ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제 취중에 덜썩 결정하지 마시기를 ㅎㅎ
야~ 대표적인 문장가들의 글을 몇 년간 곁눈질하더니, 모두들 필력이 마니 좋아졌네!
"주위에는 한창때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노년 달림이와 옆에 붙잡혀 억지로 말동무해주는 초보 젊은 달림이"
"저렴한 체력으로도 풀코스 완주할 수 있다는거를 온 몸으로 보여줬네요"
이번 완주의 유효 기간은? 일주일? 한달?
한달 동안 풍요로운 정서를 겪을 것 같습니다.
저도 눈물이 핑 도네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제 눈에는 서브 3보다 더 멋집니다. 구박의 달림에 대한 사랑은 말하진 않아도 믿음으로 느껴집니다. 행복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등수와 기록이 뭐 그래 중요합니까? 도전이 눈부신걸요.
너무 생생한 고생담 ..죄송하지만 너무 재밌네예 ㅎㅎ.역시 글의 참맛은 찐한 경험과 진솔함에서 나오나봐여~~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완주...정말 존경스러워요~~
이런 인간적인 후기를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렸왔지예.
그야말로 나와의 전투 끝에 많은 회원들이 기다리던 승리의 소식을 전해주셨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향후 몇 년간 효마클 이바구 먹거리가 또 만들어졌습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고생했어유.열정이있기에 사랑이있기에...어제 기다린다고 했는데.산행조들의 넘피곤해서리...담에ㅋ
완주한 구박께는 축하를~~ 기다린 3분께는 심심한 위로를~~~
고생했슴다. 장거리는 학시리 되신거 같고, 나선김에 진주 풀 신청하시지요.ㅎㅎ
전부 3시간 30분 기다려준다면.
회수차 못 타서 고마 완주해야만했던 경험자로서 너무도 공감이 가는 후기네요~
8년만에 풀을 뛰겠다고 도전한 게 어딥니까?
근데 신문 보니 80세 할배도 5시간 대에 들어왔던데ㅜ
우선 푸욱 쉬시고 내년에 다시 한번 제대로 도전해 보시이소~ㅎ
구 용 운 힘!!!!!
선배님의 도전과 완주에 힘찬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힘!!
행님 오랜만에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마음을 잡는다했으니 담을 기대해도 되겠죠 ㅎㅎ
그래서 축하는 남겨두겠습니다
첫풀의 영광을 재현할 때까지
안되면 소주잔이라도 춤추는 날까지
8년만의 도전정신에 감동입니다 !! 뒤에 오는 선수들도 많네요 ㅎ 고생 많으셨습니다 ~~
춘천을 계기로 계속 풀 도전하시기를 ^^
효마클의 자랑,. 나도 이런 극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까,.
넉넉한 기록 만큼
마음도 넉넉 하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