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세계가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상대방에게 귀를 여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아는 길은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읽는 것이고 그것은 그의 말을 들어줌으로써 가능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등 그의 말을 들어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듣기를 거부하면 첫걸음부터 뗄 수가 없게 됩니다. 당연히 두 세계는 그냥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태는 특히 권력관계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나타납니다. 예컨대 부모 자식 관계나 스승과 제자, 직장에서 상사와 직원 그리고 계급 상 상하관계로 되어 있는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일방향의 대화만 있게 됩니다. 그러면 서로 다른 세계를 살게 됩니다.
아비는 딸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고 어미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바다의 세계나 육지의 세계에서나 부모 자식의 관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모양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자식의 관계 속에서는 문화 차이를 넘어 비슷한 듯합니다. 사랑하는 자식이니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습니다. 하지만 자식의 인생이 부모의 인생을 연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식은 자식의 길이 있습니다. 부모의 바람이 자식에게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렇게 강요한다면 서로가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자식이 자라면 둥지를 떠날 차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만들도록 놓아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참 쉽지 않지요.
자라면서 다른 세상에 대한 꿈과 동경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을 꾸준히 따라가며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 꿈에 대한 열정이 강할수록 삶 자체를 거기에 맞추어 진행합니다. 부모가 자식의 그 열정을 이해하며 돕는 자가 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하면 훼방자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자기의 꿈을 자식에게 투영하지요. 그것이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살아온 경험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식의 꿈이 부모의 꿈과 일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행히 비슷하기도 해서 가업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자식의 길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아무튼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에리얼’은 육지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그것을 이루려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왕은 그런 딸의 소망을 포기하도록 극구 반대하며 애쓰지만 속된 말로 자식을 24시간 감시하며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날 폭풍에 난파당하는 육지의 ‘에릭’왕자를 구해줍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왕자는 의식이 돌아오는 중 어렴풋이 여자를 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하여 있습니다. 에리얼은 왕자를 찾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 바다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 만남이 두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서로가 그리워하는 겁니다.
어떻게든 육지로 가고 싶습니다. 그 왕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육지로 올라가려면 그 몸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체에 다리를 가져야 합니다. 오라비에게서 권력을 빼앗고 싶어 하는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려하고 있습니다. 마침 에리얼의 간절한 소망을 눈치 챕니다. 둘의 간절함이 마주쳐 거래를 합니다. 네게 다리를 줄 테니 사흘 안에 에릭과 키스를 하면 네 것이 된다. 그 숙제를 풀지 못하면 너의 힘이 내게로 온다. 즉 네 아비의 힘이 내게로 오는 것이다. 내가 바다의 여왕이 되는 것이다. 위험한 거래입니다. 그러나 에리얼의 간절함이 성사시킵니다. 문제는 입을 봉한 것입니다. 듣기는 해도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육지로 나서게 됩니다. 에릭의 궁전까지는 들어갑니다. 에릭의 눈과 마음에도 에리얼이 들어왔습니다. 이상하게 찾고 있는 바로 그 여인의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마녀 율슐라가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물론 에리얼의 돕는 자들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떼어놓으려 하고 또 어떻게든 붙여놓으려고 합니다. 시간은 다되어가고 잇습니다. 모든 것을 잃느냐 육지의 사랑과 꿈을 얻느냐 하는 판가름이 곧 날 것입니다. 막바지 둘 사이에 대단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원하는 대로 권력을 쟁취하려던 순간 마녀는 최후를 맞게 되고 잃었던 왕권의 상징인 불의 삼지창도 도로 찾아 아비에게 넘겨줍니다.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안정을 되찾습니다.
인어공주가 유색인종일 수 있느냐 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디즈니 영화사에서 획기적인 시도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잘 아는 대로 유럽의 동화이기에 그들의 문화가 나타납니다. 여태 영화로나 애니메이션으로나 인어공주는 백인으로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색다른 광경에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야기에 빠지다보면 그다지 신경이 써지지도 않습니다. 하기야 여태 보아온 것이 있으니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요즘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으니 또 모르지요. 아무튼 그냥 어른용 동화로 보면 됩니다. 바다 속 풍경도 아름답고요. 영화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날씨 속에 좋은 주말입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