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은 소리들로만
정밀하게 얽혀 짜입니다.
쌓아놓은 도서관의 책들에서
말들이 부식되어 뭇 시간들에 녹아들 듯
오래 펼쳐져 펄럭이는 늪은
새로 말문을 틉니다.
내가 부르는 소리들은
동심형으로 늪을 확장하지만,
매번 수면과 가시연잎의 틈이
더 조밀해집니다.
그 틈새로 당신이 가려 하면
오르막인 계단은 어느 틈에 어둠 속으로
더 내려가고
그 계단 위에서 과묵한 고동이
다른 낮은 길을 낼 것입니다.
벌써 그 틈새로 부대끼는
바람의 낌새가 있습니다.
물거울에 비친 별들을
제 것으로 덮는 마름과
생이가래, 개구리밥의 묵시들이
희붐하게 일렁입니다.
그 시선들 아래, 더 아래
무수한 것들이
서로 간(사이)을 조밀하게 붙드는
검고, 흰, 낯선,
소리의 반짝임들 속에서
그 수런대는 고요 속에서, 도리어,
내 숨비소리가 더,
빈속의 꽉 찬 부름으로 끓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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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우포늪/ 이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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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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