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수 피오나 애플이 팬들에게 남아메리카 콘서트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키우고 있는 애완견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팬들에게 보낸 총 4페이지짜리 이 친필 편지로 인해 애플은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피오나, 고작 개 한 마리 가지고 왜 이러나. 빨리 털고 일어나라”와 같은 심각한 비난조의 논평도 이어졌다.
놀라운 건 애플이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글에 8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좋아요’를 클릭하고, 팬의 대다수가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지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동물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가 애완동물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상대적으로 작은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애완동물의 죽음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리고 애플처럼 키우는 동물이 아프거나 죽어간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는 사람도 거의 드물다.
Philip Habib
남자 아이가 불독을 안고 있다.
사회학자 할 헤르조크는 자신의 저서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싫어하며, 누구는 먹는다(Some We Love, Some We Hate, and Some We Eat)’에서 애플의 결정,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미국 사회에 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한 과(科)의 생명체로 인식하는 미국인들이 늘고있다. (그렇다고 동물을 인간의 축소판 혹은 털 달린 아이들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주변에 이런 타입의 애완동물 주인도 간혹 있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애완동물 업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구 중 무려 70%가 애완동물과 한 침대를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배우자와 한 침대를 쓰는 비율과 맞먹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에 들이는 돈도 상당하다. 올해 미국인들이 애완동물 관리에 들인 비용은 5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애완동물의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도 예전보다 줄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터넷 채팅방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돌보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한때는 동물이 불치병이 걸리면 안락사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및 통증완화 의료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필자는 애완동물의 건강악화와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동안 동물 호스피스 전문가 한 명을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내 동물 대상 호스피스 및 통증완화 의료서비스 업체는 대략 75곳 정도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또 어떤 전문가는 죽음을 앞두고 말기 의료서비스를 받는 동물이 연간 약 1만 마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십 년 전에 비해 무려 열 배 가까이 늘었다. 애견 휠체어, 치료 목적의 침대, 요실금 기저귀 등 보조 의료물품의 매출도 증가 추세에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통증완화 및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도 가족 중심 접근을 기본으로 한다. 즉 애완동물이 숨을 거두는 동안 가족이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애완동물 주인과 수의사들은 예전처럼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동물의 삶의 질을 높게 유지시켜 줄 수 있다.
가령 관절염에 시달리며 절뚝거리는 애견을 위해 집의 환경을 바꾸고(경사로, 작은 카페트, 미끄럼 방지 양말 등)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해주면 애견이 움직이는 데 보탬이 된다. 또 병의 예후와 진행과정은 물론 애완동물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낄 때 이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등을 배워두는 것이 좋다.
동물전문 호스피스 의료시설에서는 주인들에게 애완동물을 잃게 될 경우 두려운 점들, 그리고 죽음 및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도록 이끌어 준다. 경륜있는 수의사나 사별(死別) 전문 카운셀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수의사들은 통증관리에 전문가들이며, 애완동물은 물론 동물을 키우는 가족에게 적합한 말기 의료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국제 통증관리 수의 아카데미(International Veterinary Academy of Pain Management)의 인증을 받은 통증 전문 수의사들도 아직 적은 수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애완동물을 잃게 되는 두려움과 고통에 사로잡힌 나머지 결국 사랑하는 동물과 함께 있는 그 시간까지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죽음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며 매우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애완동물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다.
필자는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시간보다 죽음을 앞둔 필자의 애완견을 위해 부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 혼자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이없는 생각 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혼자 만이 아니었다.
— 피어스 박사는 ‘더 라스트 워크: 죽음을 앞둔 애완동물에 대한 고찰(The Last Walk: Reflections on Our Pets at the End of Their Lives)’의 저자다.
첫댓글 찡이언니가 피어스 박사의 저 책을 우리나라에 내줬으면 좋겠네요...
비슷한 책은 있어요. 멜라니조이가 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요...
동물 호스피스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이들어가는 모습보며 제일 힘든건 두려움이거든요.
세상에 그무엇보다 소중한것을 아는 사람은 함께 했던 반려견과 반려묘 가 늙고 병들었을 때, 죽음이 눈맢에 있는 사랑 하는 아이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지켜 주지 못한것을
후회 하는 거라고 합니다... 날마다 후회 하고 있는 저로선 .ㅠㅠ
.....콘서트보다 중요한 사실을 아마 여기 카페분들이라면 다 알껀데...거기다대고 또 못할말 하는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