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성야 2017
여러분, 모두에게 부활 축하드립니다.
가장 거룩한 날, 가슴 깊은 속으로부터 기쁨이 스며오는 날, 이 날을 다시 한 번 성모님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는 제 마음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이 날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쏟아 부어 주시는 은총이 가득한 날입니다. 그분이 주시는 기쁨이 고요히 우리의 가슴 속을 흐르는 날입니다.
여러분들, 부활을 믿습니까? 부활이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죽음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지나 다시 생명이라는 빛 안으로 들어오신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이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었다면 부활은 그 사랑에 대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의 응답입니다.
여러분들, 부활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아무도 증명할 수 없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을 증명할 수 없지만 봄을 느끼듯이 말입니다.
이 부활로 우리는 이제 ‘비읍’의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부활이 되기 전까지는 ‘시옷’의 세계였습니다. 사순은 ‘시옷’의 세계였습니다. 저는 사순의 이미지를 물었습니다. 어느 수녀님이 ‘어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수녀님의 이미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비읍’의 세계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빛의 이면인 ‘시옷’의 세계인 사순은 어둠일 수 밖에 없음을 이제야 조금 이해합니다. ‘시옷’의 세계에서는 아직 완연한 봄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비읍’의 세계가 아닌 것이었으니까요.
작가 김소연이 시옷의 세계란 책을 냈어요.
그러나 이제 부활로, 드디어, 봄, 빛, 부활, ‘비읍’으로 시작되는 ‘비읍’의 세계로 들어선 것입니다. 부활, 봄은 비읍의 세계입니다. 부활을 통해 드디어 ‘시옷’의 세계가 무르익어 ‘비읍’의 세계로 꽃을 피우게 됩니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고통, 어두움,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부활은 바로 그 사랑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아무도 부활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사랑의 힘만이 부활하신 그분이 이 날에 우리에게 평화를 주신다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날에 그분이 우리에게 사랑의 빛을 비추어 주십니다. 그 빛을 느끼고 그 빛에서 불길을 당겨 우리 가슴의 등불을 켜십시오.
어제 우리가 켰던 부활초는 이 빛의 상징입니다. 이제 실제로 그 빛을 여러분들의 가슴의 등불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이 빛을 켜서 계속해서 간직하지 못한다면 누가 세상에 새로운 생명의 봄을 가져다주겠습니까?
‘비읍’의 시, 몇 개 나누며 다시 한 번 부활 축하 인사를 드리고 강론에 대합니다.
먼저 정호승 시인의 ‘꽃을 보려면’입니다.
‘비읍’의 세계에서는 ‘시옷’의 세계에 속한 칼을 버려야 합니다.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이어서 문정희 시인의 ‘우리들 마음 속에’라는 시입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뜻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무거운 바위 틈에서도 풀꽃이 피고
얼음장을 뚫고도 맑은 물이 흐르듯
그늘진 거리에 피어나는
사랑의 빛을 보라
거치른 산등성이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을 보라
우리 마음속에 들어 있는 하늘
해보다 눈부시고
따스한 빛이 아니면
어두운 밤에
누가 저 등불을 켜는 것이며
세상에 봄을 가져다주리.
최영미 시인의 ‘사랑의 힘’이라는 시를 오늘 부활 축시로 읽어드립니다.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림자
나무는 나무
바람은 영원한 바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면
겨울은 뿌리째 겨울
꽃은 시들 새도 없이 말라죽고
아이들은 옷을 벗지 못한다
(중략)
책장의 먼지를 털어내고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랑이 아니면 계단은 닳지 않고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이제 성주간을 마치게 되었는데, 성주간 우리가 묵상한 예수님의 수난, 십자가, 그리고 죽으심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수난에서 고통은 외적으로 드러난 모습이지만 내면의 핵심은 사랑이었습니다.
부활의 의미도 다름 아닌 사랑입니다. 바로 사랑의 힘이 부활이라는 놀라운 하느님의 현현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부활은 죽기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당신 아버지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부활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만 사랑으로 생명을 내어 놓으셨고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이제 예수님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들어 높이신 것입니다.
바로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의 힘이 하느님에 의해 부활로 나타난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부활 축하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나눕니다.
첫댓글 사랑의.....빛!
사랑의 힘.......
부활 함께 기뻐해요^^
고맙습니다^^()
Happy Easter~~!!
신부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우리 예수님 부활로 모든 기쁨 전하며
신부님 안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큰 축복으로
머므시길 기원합니다.
미움과 증오
어둠과 무덤에서 살아나
생명의 빛으로
사랑의 응답으로
춤추게 하는 기쁨으로
각자의 삶에 생기와 활기로 가득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