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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06
S#1. 쌍리 / 지하창고 (전회 연결)
여전히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도현과 리진.
그 위로, 쿵쾅쿵쾅....또다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소리.
도현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리진을 보며, E) 이건 내가 아니야.... 지금 이 소리가....내 거일 리가 없어.
리진 :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E) 뭐야, 또 뛰어? 이번엔 누구 때문인데? (퍼뜩) 설마...! 그새 또 변한 건 아니겠지?
리진 : (조심스레) 혹시....신세기...?
도현 : (순간, 굳은 표정으로 잡고 있던 리진의 어깨를 앞으로 확 잡아당기는)
리진 : (헉...! 하는 느낌으로 보면)
도현 : 오리진씨. 아직도 저와 세기가 헷갈립니까? (리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헷갈리지 않게 해드려요?
천천히 리진을 향해 다가오는 도현의 얼굴.
두 눈이 커지며 숨 막힐 듯 바라보는 리진.
마치 키스할 듯 차츰 가까워지는 두 사람. (5부 엔딩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하는 그 순간!!!
쿵쾅쿵쾅!!! 터질 듯이 급상승하는 맥박소리와 심장소리에 헉! 하며 몸을 떼고 마는 도현.
도현 : (뭐지....? 왜 이러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리진을 보고)
리진 : (역시, 멍...하니 도현을 보다가, 느닷없이 험악한 표정으로, 도현의 옷깃을 양손으로 와락 움켜쥐는)
도현 : (헉!!!)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확인해볼 게 있어서....
리진 : (위협적으로 더욱 바싹 움켜쥐는)
도현 : (헉!!!) 아, 아시다시피, 제 심장을 저 혼자만 쓰는 게 아니라, 여러 인격들이 함께 쓰다 보니 혼선이 생겨서...
누, 누구 때문인지 확인을 좀 해보려고,
리진 : (더욱 바싹 움켜쥐며, 위협적으로, OL) 왜 하다 말아요?
도현 : (못 알아듣고) 예?
리진 :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왜 이렇게 패기가 없어요?
도현 : !! (당황해서 목소리 한 톤 더 올라가며) 예?
리진 : 나도 확인할 게 있으니까 하던 거 마저 해봐요.
도현 : !! (당황스러운) 저, 저기 오리진씨,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리진 : (더 바싹 움켜쥐며, OL) 나는 심장을 나 혼자 쓰는데도 혼선이 생겼다고! 며칠째 머릿속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고!
(억울한) 아니 내가 왜 그쪽 때문에 머릿속에 벌레를 키워야 돼? 수능만점의 영광에 빛나는 머릿속에 뭐 키울 게 없어서?
잘 됐어요. 일 벌어진 김에 확인해보고 끝내자고요! (달려들고)
그 기세에 밀려 뒤로 억! 뒤로 넘어가는 도현!
그 바람에 도현 위로 넘어지는 리진!
이때,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
동시에 홱 문 쪽을 돌아보면, 한 손에 열쇠를 들고 입을 쩍 벌린 채로 서있는 리온!
리온 : (포개져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대에~박...!
S#2. 쌍리 뜰 (밤)
도현의 차 트렁크가 열리면,
상비용 구두와 옷을 얼른 차 뒷좌석으로 옮기는 도현이고,
그 빈 트렁크에 엄청난 양의 김치통과 반찬통을 차곡차곡 싣고 있는 리온과 오대오.
지순영 : 김치는 하루 뒀다가 냉장고에 넣어요. 반찬은 먹을 만큼씩만 작은 그릇에 덜어서 따로 보관하고,
아, 갈비는 냉동실에, 응?
도현 : (송구한) 이렇게 많이 안주셔도 되는데요.
지순영 : 아이구, 혼자 산다 그래서 쬐끔 쌌어요, 쬐끔.
리온 : 그르게. 너무 쪼끔이다. 내 친구한테 너무 박한 거 아냐, 엄마? (하며 트렁크 문 닫는데, 통이 너무 많아 안 닫히는)
아버지. (부르면, 부자가 나란히 트렁크 위로 올라앉아 쿵, 문을 닫고)
오대오 : (내려와서, 못 마땅하고 아쉬운) 술집에 오는 놈이 차는 왜 끌구 와서는.. 그러지 말고 대리 불러 대리.
리온 :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닌 거 같으네요, 아버지. (하며, 보라는 듯, 리진 쪽을 턱짓하면)
리진 : (아까부터 쪽팔려서 고개 못 들고 발끝으로 땅만 툭툭 패고 있는)
가족들 : (쯧...리진을 동시에 째리는)
도현 : (민망하고, 얼른) 그, 그럼 가보겠습니다.
가족들 : (어, 얼른 가. 얼른/ 가세요 / 또 와요, 등등)
도현 : (잠시 리진 쪽을 일견했다가, 차에 올라 출발시키고)
가족들 : (보고 있다가, 도현 차 멀어지면, 일제히 리진 쪽을 쏘아보는)
리진 : (따끔거리는 시선에 결국) 아, 왜, 뭐!
지순영 : 창고 문 고장 난 거 뻔히 알면서, 여자가 튕기는 맛이 있어야지. 쯧! (창피하다는 듯 리진을 스쳐 안으로 향하고)
오대오 : 얼빠! 금사빠! (실망이라는 듯 리진을 스쳐 안으로)
리온 : (작게) 술 깨니까 쪽 팔리지? (하고는 버럭) 들어와 얼른! (안으로)
리진 : (억울한) 아, 내가 일부러 가둔 게 아니라니까아? 왜들 안 믿어어--
S#3.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한 얼굴로 운전 중인 도현.
도현 : (F.C) 오리진씨. 아직도 저와 세기가 헷갈립니까? 헷갈리지 않게 해드려요? (얼굴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끼이이익— 갓길에 차를 대고는, 핸들에 머리를 박는 도현.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미치겠는 심정으로 핸들에 머리를 콩콩 찧고. (*찧을 때마다 클랙슨 빵.빵.빵. 스타카토로)
S#4. 쌍리 뜰 (밤)
뜰에 묶여있는 리나(대형견)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리진.
리진 : 미쳤어, 미쳤어, 미쳤나봐. 언니가 그런 거 아니지? 술이 그런 거지?
(목덜미에 붙였던 얼굴 떼고, 리나 보며) 왜 말을 못해? 웅? (리나가 왈~~!! 짖으면) 개소리 말라구?
(다시 목덜미 와락 껴안으며) 그르니까. 내가 왜 그런 개소리를 했을까아아---
S#5. 도현의 집 / 욕실 (밤)
거울 앞에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는 도현.
일체의 잡념이 끼어들 틈을 안주겠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머리를 마구, 마구 털어내는데,
리진 : (F.C) 나는 심장을 나 혼자 쓰는데도 혼선이 생겼다고! 며칠째 머릿속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고!
(억울한) 아니 내가 왜 그쪽 때문에 머릿속에 벌레를 키워야 돼?
도현 : ......(떠올리다가,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가 생기는데)
문득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퍼뜩 정색하는 도현.
얼른 거울등과, 욕실등을 차례로 탁! 탁! 끄고 나가버리는.
잠시 암전.
잠시 후.... 거울등이 다시 탁! 켜지면,
거울에 한 손을 올려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도현!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노려보는데.... 세기다!!!
질투와 분노로 살벌해진 세기의 표정에서.... F.O
S#6. 도현의 집 외경 (이른 아침)
S#7. 도현의 집 / 침실 (이른 아침)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도현, 알람소리에 팟! 눈을 뜬다.
누운 채로 눈만 굴려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의 침실이다.
안심하는 도현. 알람을 끄고 일어나 앉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그대로 멈칫, 굳는다.
벌떡 일어나서 보면,
정면 벽지 위에 마치 흘러내리는 핏물처럼 붉은 라커로 쓰여 있는, “KILL YOU"!
섬뜩해지는 도현. 이때 갑자기 콜록콜록 새어나오는 기침.
그제야 보면, 침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위스키병과 찌그러진 맥주 캔, 구겨진 담뱃갑, 꽁초가 가득한 재떨이....!!
충격으로 멍해지는 도현!
S#8. 도현의 집 / 거실 (이른 아침)
거실로 나오다 말고 그대로 바위처럼 굳어버리는 도현.
보면, 마치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듯 완전히 난장판이 된 거실!
여기저기 박살난 집기들과 부셔진 CC-TV카메라의 잔해들!
그 광란의 현장을 충격으로 멍....하니 바라보며 서있는데,
알람 음과 함께, 저절로 팟! 켜지는 벽걸이 TV화면!
그 화면에 등장하는 살벌한 세기의 얼굴!
세기 : (화면 속에서) 오랜만이야 차도현.
도현 : ! (순간 굳는)
세기 : 그 동안 집을 아예 감옥으로 만들어놨군. (성의 없이 박수치며) 훌륭해. 아주, 훌륭해. 과연 재벌 3세다운 화끈한 돈지랄이야.
(비식) 이런 식으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왜, 날 가둬놓고, 내가 없는 틈틈이, 또 내 여자를 만나려고?
도현 : ! (순간 멈칫, 충격) 내 여자....?
세기 : (순식간에 표정 서늘해지며) 감히 니가 내 시간을 뺏어? 그것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숨고, 피하고, 도망치는 거 말곤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병신 새끼가 감히 내 여자와 입을 맞춰?!!!
도현 : !!! (리진을 향한 세기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겠고)
세기 : (살벌한 눈빛과 말투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바로 들어. 내 여자를 건드리면, (이 악문 소리로) 니 여자가 위험해져.
하며, 화면을 향해 사진 한 장을 꺼내 들어 보이는 세기!
풀 화면으로 잡히는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채연의 얼굴!!
순간, 쿵!!!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지는 도현에서!!!
S#9. 채연의 집 / 침실 (이른 아침)
사이드테이블 위에서 진동음으로 울리고 있는 채연의 휴대폰.
카메라 옆으로 이동하면,
침대 위에 아직 잠들어 있는 채연이고, 그 옆에 엎드려 잠들어있는 남자의 벗은 등.
집요하게 울려대는 진동음에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눕는데 보면, 기준이다.
기준 : (잠기운 묻어 있는) 한채연..... 전화 받아.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이불 속을 더 파고드는 채연.
기준, 어쩔 수 없이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 확인해보면, 액정화면에 뜬 ‘도혀니’.
순간 표정이 굳는 기준. 잠들어있는 채연을 일별하고는 휴대폰을 들고 거실로 나간다.
S#10. 채연의 집 / 거실 (이른 아침)
기준, 거실로 나와 통화 버튼 누르고 휴대폰 귀에 붙이자마자,
도현 : (다급한, F) 채연아! 너 어디야 지금? 괜찮아? 무사해? 안전해?
기준 : (벙...했다가, 어이없어서 허, 웃는) 한 번에 하나씩만 물어 인마,
S#11. 도현의 집 / 거실 (이른 아침)
도현 : ! (기준의 목소리에 멈칫 정지되는)
기준 : (F) 휴일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해 남의 여자 안전은 왜 확인하는 건데? 뭐 정기 검침일이야?
도현 : (낭패다) 기준이형?
S#12. 채연의 집 / 주방 (이른 아침)
기준 : (주방으로 들어오며) 전할 말이 뭐야. 니가 애타게 찾는 채연이 아직 자는 중이시다.
(커피콩이 든 유리병 뚜껑 열며) 전해줄 테니까 말해.
S#13. 도현의 집 거실 + 채연의 집 주방 (이른 아침)
도현 : (사심 없이, 오히려 그랬길 바라는 마음으로) 혹시 어제 채연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기준 : (스푼으로 커피콩 퍼서 분쇄기에 넣다가 멈칫, 이것 봐라? 남자 행세하네?) 내가 그렇다고 하면 채연이의 무사와 안전이
동시에 확인되는 거냐? (피식) 안심해 그럼.
도현 : (깊게 안도하며) 잘했어, 잘했어 형. 고마워.
기준 : (기분 나쁜) 어제 마신 술이 말질하는 중이냐? 시답잖은 소리 할 거면 그만 끊어 인마. (끊으려는데)
도현 : (다급히, OL) 잠깐만! 잠깐만 형!
기준 : 뭐야, 아직 체크할 게 또 남았어?
도현 : 형한테..... 부탁할 게 있어.
기준 : (벙찐) 나한테?
S#14. 채연의 집 / 침실 (이른 아침)
어이없는 표정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는 기준.
기척을 느끼고 기준 쪽으로 돌아눕는 채연.
채연 : (눈 감은 채로) 커피 냄새 죽인다. 누구 전화였어?
기준 : (침대 옆구리에 걸터앉아, 들고 온 커피 마시며) 도현이.
채연 : (순간 눈을 뜨더니, 일어나 앉으며 관심) 도현이가 왜?
기준 : 너 밤새 안녕하시냐고.
채연 : (실망, 찌푸리며) 무슨 조선시대야?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기준 : 나랑 밤새 같이 있었는데 무사할 리가, (보며 씩-) 도발했지.
채연 : (등짝 팍! 때리고, 기준 커피 뺏어 마시며 슬쩍) 뭐 다른 말은 없구?
기준 : 널 절대 혼자 두지 말라신다.
채연 : (커피 마시다 멈칫, 보며) 뭐?
기준 : 옆에서 늘 지켜주래. (피식) 나 눈물 날 뻔 했다 야.
채연 : (어이없고, 기막힌) 무슨 여동생 시집보낸대?
S#15. 도현의 집 / 거실 (이른 아침)
거실을 서성이며 불안과 공포를 다스리고 있는 도현.
도현 : (스스로를 세뇌시키듯) 안심해. 채연이 곁엔 기준이 형이 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채연인 안전해. 안전해. 안전해.
세기 : (E) 저런, 괴로운 모양이군.
도현 : !!! (소리에 보면)
영상이 끝나 지지직거리고 있던 TV화면에 다시 나타나는 세기의 모습!
세기 : (왼팔 들어 보이더니, 손목에 찬 시계를 톡톡 치며, 도발하듯) 정확히 십분. 넌 방금 니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했을 거야. 무사하다는 걸 알고 안심했겠지만, 여전히 불안하겠지.
(놀리듯) 어때, 살아있는 지옥이지? 안 그래?
도현 : (분노로 온몸이 떨려오고)
세기 : (순식간에 서늘해지며) 다시 이 지옥을 겪고 싶지 않으면, 내 경고를 명심해. 내 여자를 건드리면, 니 여자가 위험해진다,
이건 너와 내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첫 번째 룰이야. 알아들어?!!!! (살벌한 경고와 함께 팟! 꺼지는 영상)
도현 : (화면을 뚫어버릴 듯 노려보다가 이를 갈 듯) 개자식..... (분노가 폭발하며) 신세기 이 개자시이이익----!!!!!
소리치며, TV모니터를 쓸어버리듯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리는 도현.
이때, 비밀번호를 풀고 현관문으로 들어서던 안실장,
난장판이 된 거실과 성난 짐승처럼 물건을 쓸어버리고 있는 도현을 발견하고는 경악하며 달려와 말리는.
안실장 : 왜 이러십니까, 부사장님! 진정하십시오! 진정하세요, 부사장님!
도현 : (헉...헉...성난 호흡을 거칠게 내쉬다가 그대로 털썩 소파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는)
안실장 : (둘러보며 멍해지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대체 이게 다.....
도현 : (머리 감싸 쥔 채로) ......
안실장 : (불안한) 부사장님.....?
도현 : (대답 없이 천천히...고개를 드는데, 무섭게 서늘해진 얼굴) 안실장님. 이제부터 저는, (사이, 눈빛) 도박을 해 볼 생각입니다.
안실장 : !!! (보는데서)
S#16. 쌍리 / 리진의 방 (아침)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리진(아직 잠옷차림).
(F.C) 마치 키스라도 할 듯 가까워지던 도현의 얼굴.
(F.C) 도현의 옷깃을 바싹 움켜쥐고, ‘왜 하다 말아요?’
순간 아아악--! 머리칼 쥐어뜯으며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날리는 리진.
이때 울리는 휴대폰. 확인해보면,
(INS) 액정화면에 뜬 ‘받기 전에 심호흡 하세요’
리진 : !! (얼른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으며) 여보,
박선생 : (다 듣지도 않고 버럭, F) 여보는 누가 니 여보야 새꺄!
리진 : !! (휴대폰 잠시 귀에서 뗐다가 다시 대는)
박선생 : (F) 너 이 새끼, 근신처분이 무슨 벼슬이야?
리진 : 벼, 벼슬 아닙니다.
박선생 : (F) 근데 병원에 코빼기도 안 보여? 너 지금 당장 우사인 볼트스럽게 병원으로 튀어와, 롸잇나우!!!
(소리침과 동시에, 발딱 일어나 준비모드 들어가는 리진에서)
S#17. 강한 병원 외경 (낮)
리진 : (E) VIP 방문 면담이요?
S#18. 강한 병원 / 의국 (낮)
책상에 앉아 밀린 차트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박선생이고,
황당한 표정으로 박선생을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 아니 어떤 VIP가, 레지던트 1년차한테 방문면담을 받겠대요?
박선생 : (차트기록에만 몰두한 채 성가신) 아, 낸들 알아? 콕 집어서 너를 보내달라고 했다는데?
리진 : 그러니까, 누가 저를,
박선생 : (OL) 재단 이사장이 특별히 부탁한 VVIP라니까 각별히 신경 좀 써주고, (종이 한 장 책상 위로 밀어주며) 읽어보고 싸인 해.
리진 : 이게 뭔데요?
박선생 : 비밀유지 각서.
리진 : (싫은) 이런 거까지 써야 돼요?
성가신 표정으로 각서 읽어 내려가다가, !!! 입이 떡 벌어지는 리진.
(INS) 비밀유지 각서 말미에 적힌 ‘면담자 신세기 귀중’
리진 : !!!! (얼른 박선생에게 매달리며) 다른 사람 보내면 안 될까요? 저 보기보다 입 되게 싸요. 비밀유지 장담 못한다니까요?
박선생 : (일 하는데 방해 되는) 이 새끼가, 진짜! 니가 지금 그런 말 할 처지야?
(손에 각서 쥐어주고, 등 떠밀며) 꺼져! 겟아웃오브히어!
리진 : (떠밀려가며) 박선생님! 박선생님! 플리즈!
S#19. 강한 병원 건물 앞 (낮)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걸어 나오는 리진.
이때, 기다리고 있었던 듯 리진 앞에 와 멈춰서는 고급 세단.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 리진에서.
S#20. 도현의 집 앞 (낮)
리진을 태운 세단이 도현의 집 대문 앞에 와 멈춰서고.
안에서 내리는 리진. (*세단은 알아서 사라지고)
도살장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도현의 집 쪽을 바라보다가, 차고 앞에 주차되어 있는 세기의 오픈카를 발견하는. 그 위로,
세기 : (F.C-5부 16씬) 차도현을 잠재워줘.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리진 :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도망치듯 뒤로 홱 돌아서는데)
석호필 : (E-5부 19씬) 너만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
리진 : ! (순간 멈칫 서고)
석호필 : (E) 니가 피하면 오히려 집착이 더 심해질 수도 있어.
리진 : ......(결국,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대문을 향해가는)
리진,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올리는 순간,
저절로 지잉— 열리는 대문.
보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카메라!
S#21. 도현의 집 / 거실 (낮)
마음을 굳게 먹고 안으로 들어서다가 멈칫 서는 리진, 세기의 폭주로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보고 경악하는.
멍...하니 거실을 둘러보다가, 햇살이 들어오는 통유리창 앞에 서있는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하는.
(*역광을 받은 탓에 아직 눈빛은 보이지 않는)
리진 : (기막혀서) 신군, 이거 다 니 솜씨야?
도현 : ......
리진 : (야단치듯) 또 뭐 때문에 이 난장판을 만들어 논 건데?
도현 : ......
리진 : (말을 말자 싶어) 됐고. 오늘은 왜 또 불렀어.
도현 : ......
리진 : 이봐, 신군, 나 바쁜 사람이야. 니 문자 장난이나 VIP퍼포먼스에 놀아줄 시간 없다고. 말해 얼른. 뭔데.
뭐 또 차군이냐 신군이냐 선택하라고? 아니면 차군이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잠재워 달라, 그 부탁하려고?
도현 : 저한테... 거짓말을 하셨군요.
리진 : !! (목소리에 멈칫하는, 설마...싶어 보면)
도현 : (천천히 햇빛 속에서 걸어 나오는)
리진 : (도현의 눈빛을 알아보고는) ......!!! 차도현씨?
도현 : (배신감에, 차갑게) 저번에 제가 물었을 때... 의사로서 뭔가를 부탁받은 적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리진 : ......(잠시 혼란스러움에 멍해 있다가, 퍼뜩) 아, 그건 거짓말이 아니에요. 신군에게 그런 부탁을 받은 건
차도현씨를 만난 후니까. 어제 말해주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취해서.... (열심히 정리해주다가, 생각해 보니 기분 나쁜)
근데, 거짓말은 그쪽이 한 거 같은데요? 대체 신군 이름으로 절 부른 이유가 뭐죠?
도현 : 도박을 해볼 필요가 있었거든요.
리진 : 도박이라니요?
도현 : 만일 세기가 오리진씨를 부르면, 오리진씨는 과연 올까 안 올까...
리진 : ! (보는)
도현 : 내가 했던 경고를 떠올리고 피할까, 아니면 경고에도 불구하고 세기를 만나러 올까...
그 결과에 따라 제가 오리진씨를 경계해야 할지,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지, 판단이 설 거 같았거든요.
리진 : ! (배신감에) 그러니까.... 날 놓구 테스트를 하셨다? (표정 식으며) 그래서, 판단은 섰나요?
도현 : 덕분에요.
리진 : 결과를 좀 공유해도 될까요?
도현 :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이 생각보다 꽤 친하구나, 세기는 오리진씨에게 진심이고, 오리진씨 역시,
(리진을 보며) 세기에게 진심일 수도 있겠구나,
리진 : (식은 채로 보며)
도현 : 어쩌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나를 잠재울 수도 있겠구나, 위험하다. 위험하다. 이거 꽤 위험하다.
내가 살 궁리를 찾아야겠다.
리진 : 그래서, 경계하는 쪽으로 판단이 섰다?
도현 : 아니요. 그 반댑니다. 오리진씨를 제 편으로 만들 생각이거든요.
리진 : ? (의중을 모르겠는데)
도현 : 오리진씨,
리진 : 말씀하세요.
도현 : 제가 세기와 같은 제안을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리진 : !!!
도현 : (리진 앞으로 다가와, 리진의 눈을 정시하더니) 오리진씨, 제 비밀주치의가 되어주시겠습니까?
리진 : !!!! (띵--)
S#22. 피트니스 클럽 (낮)
채연, 러닝머신 위를 뛰고 있다. 뭔가 곰곰 생각하며.... 그 위로,
기준 : (E) 헷갈릴 게 뭐 있어? 이제부터 한 채연 어장관리 안 받겠다, 오늘부로 수족관 탈출한다, 선긋기 확실히 들어간 거 같던데.
하긴, 여친 생겼다 이건가?
괜히 심정이 상하는 채연, 러닝머신 작동을 탁 멈추고는, 수건과 워터보틀 탁탁 챙겨서 나간다. 그 위로,
리진 : (띵...한 채로, E) 갑자기....나한테 왜 이래요 대체?
S#23. 도현의 집 / 거실 (낮)
리진 : 세기와 같은 제안이라면, 세기를 없애달라는 뜻이잖아요.
도현 : 비슷합니다.
리진 : ......(보다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며, 혼잣말) 나 참,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인 격이네 이거.
(하고는) 미안하지만 번지수 잘못 찾으셨어요. 나는 아직 전문의도 아닐뿐더러,
DID 케이스는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데 주치의는 무슨,
도현 : (OL) 전문의는 아니지만, 제 비밀주치의로 오리진씨만한 적임자는 없습니다.
리진 : 전문의는 아닌데 적임자다? 혹시 궤변론자예요? 소피스트학파?
도현 : 지금껏 세기는 그 어떤 의사에게도 절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리진 : 그런데요?
도현 : 오리진씨 말은 들었습니다.
리진 : 뭐요. 애완견 놀이 한 번 해준 거요?
도현 : 세기는 오리진씨에게 진심입니다.
리진 :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요?
도현 : 오리진씨라면 세기를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리진 : 내가 뭘 설득시켜야 하는데요?
도현 : 나의 안전, 그리고 3개월 후에 진행될 융합치료에 협조해 줄 것.
리진 : 아니, 왜 3개월 후예요? 그렇게 세기를 없애고 싶다면 지금 당장 치료를 시작하면 되잖아요. 물론, (강조) 전문의한테.
도현 : 저는 3개월 동안 국내에 남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후엔 미국으로 돌아가 정식으로 치료를 받을 예정이구요.
그때까지만 제 곁에서 세기의 폭주를 막아주면 됩니다. 물론, 없애주기까지 한다면 굳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리진 : (미치겠는) 아니, 두 남자 다 나한테 왜 이래요? 두 사람이 무슨 게임 캐릭터야? 내가 무슨 프로 게이머야?
왜 나한테 서로 없애달라고 난리냐고요.
도현 :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요.
리진 : (순식간에 정색하며) 사양하겠습니다.
도현 :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요.
리진 : 원하는 대답만 듣고 살 순 없죠.
도현 :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리진 : 그래도 거부합니다. 거부는 거부합니다. (뒤돌아 가는데)
도현 : (휴대폰을 꺼내 단축키를 누르더니) 이사장님?
리진 : ! (순간, 확 돌아보는)
도현 : (리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부탁드렸던 오리진씨 휴직 건 말인데요, 예정대로 진행해주십시오.
리진 : !! (하얗게 질리며) 뭐하는 짓이에요 지금!
도현 : 감사합니다. 그럼. (끊고)
리진 : (화난) 차도현씨!!
도현 : 유감스럽게도 방금 백수가 되셨네요. 오리진씨에게 좋은 일자리 하나를 제안하고 싶은데, 해보시겠습니까?
보수는, 아마 상상 이상일겁니다.
리진 : (질려버리는)
S#24. 도현의 집 앞 + 채연의 차 안 (낮)
채연, 차를 몰고 도현의 집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적당한 곳에 차를 멈추는 채연.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도현의 집 쪽으로 향하려는데,
쾅! 거칠게 대문을 닫고 안에서 나오는 리진.
채연 : ! (순간 우뚝 멈춰 선다. 도현의 집에서 여자가 나왔다)
화난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오다가, 다시 한 번 도현의 집을 돌아보는 리진, 실망감과 배신감에 한참을 노려보다가 간다.
그런 리진을 바라보며 서있는 채연의 표정.
S#25. 도현의 집 / 거실 (낮)
차갑고 담담했던 얼굴을 지운 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도현.
그런 도현 옆에 조용히 와 서는 안실장. (*안실장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상황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안실장 : 세기의 여자를 이용해 세기를 없앤다... 그런 뜻입니까?
도현 : ...(피식) 아니요. 세기의 여자를 세기로부터 지킨다... 그런 뜻입니다.
안실장 : 오리진씨를 곁에 두면 오히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도현 : 대신 곁을 주지 않는다, 감정도 주지 않는다, 위악은 필수다... (좀 웃으며) 못 느끼셨습니까?
안실장 : 세기의 협박대로라면 한팀장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도현 : 채연이 곁에는 기준이 형이 있어요. 하지만, 오리진씨는 다릅니다.
안실장 : (보는)
도현 : 제가 오리진씨를 피한다고 해도, 세기가 오리진씨를 찾아간다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지금은 세기가 오리진씨에게 진심이지만, 언젠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구요.
차라리.... 비밀주치의로 제 곁에 두는 편이, 두 여자 모두를 지키고, 나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안실장 : (도박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운데)
울리는 휴대폰.
무거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던 도현, 표정이 굳는다. 채연이다.
S#26. 도현의 집 앞 (낮)
채연 : (대문 앞에서 통화 중) 지금 니 집 앞이야. 열어. (기막히고 화나는) 너 요즘 왜 그러니 진짜? 왜 안 하던 거짓말이야?
니가 집에 없긴 왜 없어? 방금 니 집에서 여자 나가는 거 봤는데! (터지며) 경비 불러 문 따고 들어가 내가? (화내는 데서)
S#27. 카페 (낮)
도현과 채연,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도현 : (채연 안 보는 채로 탁자 끝에 시선 둔 채) ......
채연 : 고개 들어. 왜 떼인 돈 받으러 온 빚쟁이 취급이야 너.
도현 : ......(괴롭지만, 고개 들고, 애써 차갑게) 말해. 고개 들었어.
채연 : 기준오빠랑 나, 약혼할 사이라는 거 언제 알았어?
도현 : ......? (그건 왜 물어?)
채연 : 너 그거 땜에 질풍노도 겪는 청소년처럼 삐딱하게 구는 거 아냐?
도현 : (픽) 왜 내가 두 사람 때문에 질풍노도를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채연 : (도도하게) 내가 니 첫사랑이니까.
도현 : (고개 옆으로 돌리고 조금 웃는)
채연 : 아니라고는 하지 마.
도현 : 아니라고 안 해. 그걸 알고도 모른 척 가증 떨던 니 모습이 떠올라서 조금 웃었어.
채연 : (기막혀서) 가증?
도현 : 첫사랑 맞아. 근데 니 맘이 기준이 형한테 있는 거 알고 바로 접었어. 주름 하나 상처 하나 흔적 하나 없이 잘 접히더라.
그리곤 끝. 그 후로는,
채연 : (OL) 그 후로도 기야 너.
도현 : (좀 웃으며) 뭘 믿고 그렇게 확신해?
채연 : 나 뉴욕 갤러리에서 전시회 준비할 때 너, 꽃 들구 잠깐 들렀었지? 팜플렛에 실을 사진 좀 골라달라고
내가 사진을 열 장쯤 보여줬나? 그때 봤어. 니가 내 사진 한 장 훔쳐 소중히 숨기는 거.
도현 : (순간 멈칫, 떠오르는)
(F.C-8씬) 세기가 위협용으로 들고 있던 채연의 사진.
도현 : (그 사진이다. 다시금 세기의 협박이 떠올라 눈을 감는데.....)
채연 : 기분 나쁘지 않더라. 누구한테 그렇게 소중한 취급 받는 거.
(도현 보며) 나한테 너도 그런 존재거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힘들 때 꺼내보면 편안해지고, 힘이 되고,
도현 : (OL) 채연아.
채연 : (감상에 젖은 채) 말해.
도현 : 관리 그만 해. 이제 니 어장에 안 들어가 나.
채연 : !!! (서늘하게 식어 내리는) 어장관리로 보여 이게?
도현 : 나는 갖기 싫고, 남 주긴 아쉽고, 옆에 두자니 서자타이틀이 영 걸리고, 차라리 어장 속에 넣어두고 가끔 밑밥이나 던져주자,
그게 어장관리야. 그거 그만하라고. 재미없어졌다고 이제.
채연 : (서늘하게 굳은 채로)
도현 : (일어나며) 앞으로 이런 일로 찾아오지 마. 저번에 했던 내 경고 진심이야. 먼저 갈게. (가려는데)
채연 : 차도현도 별 거 없네. 순수한 척은 독판 하더니, 여자 하나 땜에 이십 년 우정 바로 걸레 취급이야?
도현 : (OL) 기준이 형 버리고 나한테 올래 그럼?
채연 : ! (충격으로 보는)
도현 : (피식 웃으며, 위악) 못하겠지? (표정 차가워지며) 그럼 앞으로 내 앞에서 여자 흉내 내지 마. 안 통해 이제. (나가고)
채연 : !!! (기막히고, 서운하고, 서러워서, 붉어진 눈으로 쏘아보는)
S#28. 카페 앞 (낮)
도현 카페 문을 열고 나온다.
다섯 발자국 쯤 빠르게 걷다가, 느려지다가, 결국 멈춰 서서 창가에 앉아있는 채연을 바라본다.
자존심 상해 냅킨 한 장 확 들어서 눈 밑에 갖다 대는 채연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픈 도현.... 그 모습 위로,
리진 : (기막힌, E) 아니 무슨 휴직신청이 반나절 만에 처리가 돼요?
S#29. 일식집 룸 (밤)
석호필과 리진이 식사하며 대화중이다.
리진 : (미치겠는) 이건 완전 권고사직 수준이잖아요!
석호필 : 3개월 휴직일 뿐이야. 잘린 게 아니라고.
리진 : 자의에 의한 게 아니잖아요, (이를 갈며) 어느 못돼 처먹은 이기적 유전자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잖아요!
석호필 : ........(포기하고, 쏟아 붓게 놔두며, 사케 잔 채우는)
리진 : 이사장님도 그래요, 얼마나 튼튼한 연줄인진 모르겠지만, 새파랗게 젊은 놈이 전화 한통 했다고 그래,
앞길 창창한 레지던트의 미래를 이렇게 무책임하게 싹둑 잘라내도 되는 거예요? 아, 그 인간이 무슨 대통령 아들쯤 된대요?
아님 재벌 2세라도 된대요?
석호필 : (마시며) 2세가 아니라, 3세.
리진 : (멈칫) 네?
석호필 : 승진그룹 후계자. 현재는 승진그룹 산하 ID엔터 부사장.
리진 : !! (입 벌어져서 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 차리고는) 아, 암튼, 어, 어쨌든, 재벌이라고 치고, 재벌 말이라면 무조건,
석호필 : (OL) 승진그룹은 우리 병원에 막강한 재력을 행사하고 있어.
리진 : ......(더는 할 말 없는, 잔 들어 마시려다가, 도로 내려놓으며) 그러니까 교수님이 저 좀 도와주세요.
석호필 : 나는 말이다 오선생, 휴직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야.
리진 : (의외의 반응에 놀라) 교수님.
석호필 : 차군이 국내에 있는 3개월 동안은...... 위험해. 차군이 언제 또 세기로 변해 널 찾아올지 모르니까.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좋아.
리진 : 하지만 교수님,
석호필 : 그래서 말인데 오선생, 차라리 이참에 나가서 공부 좀 하고 들어오면 어떨까?
리진 : 네?!
석호필 :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제안이 왔어. 단기 교환 연수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오선생 널 추천할까 해.
리진 : !!!
석호필 : 비밀주치의는 거절해. 그리고 존스홉킨스로 가. 그게 현명해.
S#30.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밤)
복잡한 심정으로 생각에 잠겨 운전을 하고 있는 리진.
석호필 : (E) 대신 말야 오선생, 차군 너무 미워하지 마라. 아무런 내막 없이, 어떤 사정없이,
갑자기 그런, 이기적 유전자가 될 놈이 아냐.
S#31. 플래시백 (일식집 룸)
석호필 : (안쓰러운 마음 담아, 자작하며) 자신이 저지른 일은 반드시 책임지는 놈이야. 자신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갈까
매순간을 전전긍긍, 매일 매일을 고군분투하는 놈이야. 뭔가 자신이 감당하기엔 벅찬.... 코너에 몰려 그랬겠지.
S#32.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밤)
리진 : ......(심정 복잡해지는 위로, 떠오르는)
S#33. 몽타주
-(3부 30씬) 불길 속에서 의식이 가물가물한 리진을 들쳐 안고 달리던 도현.
-(3부 35씬) 의식이 가물가물하던 리진의 눈에 희미하게 보이던 도현. ‘이런 저를 만나게 되어서...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던.
-(4부 3씬) 셀프 치료로 봉합된 상처가 숨겨져 있던 도현의 이마를 들춰보던 리진. 당황하던 도현.
-(4부 6씬) 세기 때문에 리진과 위장연애를 해주던 도현. 도현의 다정한 미소에 심장이 선덕거렸던 리진.
-(4부 9씬) 박선생 앞에 무릎을 꿇던 도현. 바라보던 리진.
-(5부 18씬) 키스 후에 멍하니 리진을 바라보던 도현.
-(3부 엔딩) ‘차도현. 이 얼굴을 하고, 이 눈빛을 한 저는 차도현입니다’ 어색하게 피식 웃던 도현.
S#34.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밤)
리진 : ......(떠올리고 보니, 심정이 더 복잡해지는. 그 위로)
리온 : (E)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당장 떠날 준비를 해야 마땅했다. 그의 은밀한 제안 따위는 잊었어야 했다.
S#35. 쌍리 / 리온의 방 (밤)
탁탁 타다타타탁... 자판 소리와 함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리온.
중간 중간 커피도 마셔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몰입 중이다.
리온 : (E) 그 짧은 망설임의 순간, 기억의 여신 므시모시네는 이미 그와 그녀에게 장난을 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두 사람 앞에는 야릇한 상자 하나가 놓이게 될 것이다.
S#36. 도현의 집 / 거실 (밤)
난장판이었던 거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고,
통유리 창 앞에 야경을 바라보며 서있는 도현.
리온 : (E) 절대 열어서는 안 될, 보아서는 안 될, 기억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 하나가... 그리고.....
도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듯 돌아선다.
순간 지잉-- 소리를 내며 도현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CC-TV 카메라.
도현 멈춰 선다. 카메라를 올려다본다.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된 기분....
리온 : (E) 언젠가 그는 므시모시네의 짓궂은 속삭임을 듣게 될 것이다.
열어봐...기억해봐...그날...너와 그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F.O)
S#37. 차영표의 집 외경 (새벽)
S#38. 차영표의 집 / 거실 (새벽)
윤자경, 나이트가운의 허리끈을 여미며 방에서 나온다.
주방으로 향해가다, 깔끔하게 출근 준비를 마친 기준이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다.
윤자경 : (놀라) 벌써 출근해?
기준 : (미소로) 일찍 일어나셨네요? 갑자기 조찬 미팅이 잡혀서요.
윤자경 : (기준의 코트 깃을 살짝 매만져주며) 주말엔 채연이한테 뺏기고, 평일엔 일에 뺏기고,
엄마 많이 섭섭할라 그래? (눈 흘기면)
기준 : (웃으며) 너그럽게 봐주세요. 대신 저녁에 일찍 들어올게요.
윤자경 : 얘, 말 나온 김에 니들 약혼은 어쩔 거야? 채연이랑 얘기 좀 해봤어?
기준 : 그 친구도 회사 일이 처음이라 바쁜 눈치고, 저도 일이 산더미라서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구요.
윤자경 : 약혼은 안 급해서? 조만간 채연이 엄마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어. 주총 전에 날짜 잡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기준 : (그저 웃는데, 울리는 휴대폰, 받으며) 네, 최실장님.
(입모양으로만, 다녀오겠습니다, 하고는 밖으로 향하며) 지금 어딥니까?
윤자경 : (그런 아들 듬직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는)
S#39. 차영표의 집 / 부부의 침실 (새벽)
침실용 안락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차영표 앞에 커피잔 놓아주며,
윤자경 : 씨도둑은 못한다더니, 기준이도 워커홀릭이야.
차영표 : (흡족해서 흠흠 웃는) 사내눔이 그래야 정상이지. 하물며 장차 승진그룹을 책임져야 할 놈인데.
윤자경 : (남편 맞은편에 앉아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
차영표 : ......(신문에 집중한 채, 손만 뻗어 커피 잔 잡는)
윤자경 : (생각에 잠긴 채로) 여보.... 그 아이 말이에요.
차영표 : (한 모금 마시고 내리며, 무심히) 그 아이라니 누구.
윤자경 : 민서연 아이요...
차영표 : ? (잠깐 봤다가, 이내 픽 웃으며) 여자들이란.... 당신도 가십이나 소문에 관심이 많아?
윤자경 : (혼자 생각에 잠겨, 진지한) 가십이나 소문이 아니라 정말로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계집아이가 아니라 사내아이라면...
차영표 : (보는, 그저 가벼운 수다가 아님을 알겠는)
윤자경 : (그제야 남편 보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차영표 : 어떻게 되다니 뭐가?
윤자경 : 어찌 됐든 외견상은 큰집 핏줄이잖아요. 만에 하나, 그 아이가 살아서 나타난다면, 승진그룹의 판세가 달라질 텐데,
그게 우리 기준이한테 득일까, 실일까... 그걸 묻는 거예요.
차영표 : (피식 웃으며, 찻잔 집는)
윤자경 : 응? (답해 보라고)
차영표 : 어떻게든, 우리 편에 서게 만들어야겠지. 필요하다면, 우리 쪽에서 먼저 그 아이를 찾아 나설 수도 있는 일이고.
(마시며 눈빛)
S#40. 쌍리 / 리온의 방 (새벽)
밤샘작업을 마치고 책상 위에 넙치처럼 엎드려 잠들어 있는 리온.
알람 소리에, 포스트잇 한 장 붙은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추릅~ 입가를 닦고, 알람을 끄고,
으아아아-- 기지개를 켜며 창가로 간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바람을 쐬다말고, 흠칫! 굳는 리온. 보면,
(INS) 쌍리 뜰. 흰 잠옷차림의 여자 한 명이 머리로 얼굴을 덮은 채, 짙은 안개 속에 잠겨 서있다!
리온 : ! (헉! 공포에 질려 얼른 창문 뒤로 숨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홱! 창밖을 내다보면)
(INS) 텅 빈 뜰.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여자.
리온 : (소름이 돋는) 그동안 내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어. 당분간 연쇄살인은 쓰지 말아야겠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의자에 걸려있던 수건을 홱 벗겨 들고 밖으로 나가고)
S#41. 쌍리 / 2층 복도 (새벽)
리온, 수건을 목에 걸고 욕실로 향해가다가, 뭔가 뒤로 스윽-- 지나가는 기척에 움찔 멈춰 선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음침한 옆모습으로 서 있다가 스윽— 리온 쪽을 돌아보는, 아까 그 뜰에 서있던 여인!!!
리온 : (뭉크의 절규처럼, 비명) 아아아악---! 아아아악---!
리진 : (늘어뜨렸던 앞머리를 손으로 열며) 아, 뭐야아, 시끄럽게.
리온 : (다리에 힘이 빠지며 그대로 털썩 주저앉는 위로)
가족들 : (놀란, E) 존스홉킨스?!!!
S#42. 쌍리 홀 (아침)
수저 뜨다 말고, 놀란 표정으로 리진을 보고 있는 가족들.
리진 : 응. 6개월 단기 연수. 그래서 오늘부터 휴직상태.
지순영 : (환해지며) 잘 됐네에---! 그치 여보?
오대오 : (신중한 표정으로, 한 손 들어 아내를 막으며) 좋은 일인데, 왜 잠 못 이루고 처녀귀신처럼 마당을 방황했어?
리진 : (짧게 당황) 어? 그, 그게..일이 좀....복잡하게 얽혀버렸거든...
리온 : ? (보는 위로)
지순영 : (E) 뭐가 어떻게 얽혔는데?
리진 : ...(보다가) 어떤 재벌이....나한테 3개월만 주치의를 해달라네.
지순영 : 재벌 주치의?!! (환해지며) 잘 됐네에---! 주치의면 병원보다 일도 덜 고되고, 페이도 훨씬 높을 거 아냐. 그치 여보?
오대오 : (버럭) 이 사람이! 애가 처녀귀신이 됐을 때는 뭔가 고민이 있었을 거 아냐, 고민이! 엄마라면 그거부터 물어야지!
지순영 : (버럭) 아, 왜 자꾸 애더러 처녀귀신이래, 재수 없게!
리온 : (정리하듯) 그러니까, 양손에 먹음직스러운 떡을 쥐긴 쥐었는데, 뭘 먹고, 뭘 버려야 할지, 고민 중이시다?
리진 : (괴로운) 아니. 떡 따위 원한 적도 없고, 먹고 싶지도 않아. 다 버려버리고 맨손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지금까지처럼.
오대오 : 그럼 그렇게 해! 뭐가 문제야?
리진 : 근데 그게.... 어차피 벌써 휴직도 돼버렸고, 선택을 해야만 되는 상황이거든.
(도움을 청하듯 가족을 보며) 만일 나라면... 어떤 쪽을 선택하겠어?
오대오 : 아, 우리 의견이 뭐가 중요해? 니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지!
지순영 : (아쉽지만 쿨하게) 그래에! 여기 니 인생 대신 살아줄 사람 없어.
리진 : 리온이 넌...?
리온 : 최선의 선택은, (손가락으로 리진을 가리키며) 바로, 너의 선택이야.
리진 : (몰아쳐라 감동이여, 뭉클, 글썽) 아빠....엄마....리온아....
가족들 : (따뜻한 공익광고 미소를 지어보이는 데서)
S#43. 쌍리 / 주방 (낮)
가족들 덕분에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는 리진.
지순영 : (E) 엄만 그렇다.
리진 : 엄맛! (소스라치게 놀라 보면)
언제 왔는지 리진의 옆에 서서 영혼 없는 행주질을 하고 있는 지순영.
지순영 : 물론 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존스홉킨스보단, 재벌 주치의가 낫지 싶어.
(리진의 머리카락 넘겨주며 울먹울먹) 지금도 많이 못 보는 얼굴인데, 외국 나가 있으면 더 못 볼 거 아냐.
리진 : 엄마..... (울먹이며 마음이 약해지고)
S#44. 쌍리 / 앞 뜰 (낮)
짠해진 심정으로 리나의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고 있는 리진.
오대오 : (E) 아빤 그렇다.
리진 : 엄맛! (소스라치게 놀라 옆을 보면)
언제 왔는지 리진 옆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있는 오대오.
오대오 : 물론 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꼭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존스홉킨스가 낫지 싶다. 말이 좋아 재벌 주치의지
결국은 고급 고용인 아니겠냐. (울먹울먹) 아빤 수능만점자인 우리 딸이 재벌 비위나 맞추면서 사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리진 : 아빠..... (울먹이며 마음 약해지고)
S#45. 쌍리 앞 (낮)
짠해진 표정으로 빈 사료그릇을 들고 쌍리로 향하는 리진인데,
애완견용 프리스비 원반을 들고 안에서 나오는 리온.
리온 : (마침 잘 됐다는 듯) 어, 리진아.
리진 : (지레 울컥해서, OL) 왜! 뭐! 다들 내 선택을 존중한다며!
리온 : (당황) 아, 아니, 나는 날씨가 하도 좋길래, 같이 리나 운동이나 시키러 가자고...
리진 : (컥!) 리, 리온아, 그게,
리온 : (이미 상처받은) 미안하다. 이런 나라서. (크허헝! 손등을 코밑에 갖다 댄 채 멀리멀리 뛰어가고)
리진 : 리온아! 리온아! (뛰어가는 데서)
S#46. 쌍리 근처 경치 좋은 산책길 (낮)
목줄에서 풀려난 리나가 발랄을 떨며 앞서 뛰어가고 있고,
그 뒤를 나란히 걸으며 따라오고 있는 리온과 리진.
리온 : 흐음... 그 재벌 문제가 있네. (호기심으로) 무슨 재벌인데? 말하면 아는 재벌이야?
리진 : 환자의 히스토리를 함부로 밝힐 순 없어.
리온 : 지 환자도 아니면서. (쯧! 째리고는) 어쨌든, 그 재벌 노인네가 돈지랄을 하는 바람에 강제 휴직이 된 거란 말이지?
리진 : 노인이, (아니다, 하려다가 관두고) 어쨌든 맞아.
리온 : 가엾네.
리진 : 누가?
리진 : 그 노인 말이야. 결국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한 거잖아.
리진 : 아니, 대체 어느 행간을 어떻게 읽으면 그런 해석이 나오는 거냐?
리온 : 너한테 전문적인 치료를 바라는 건 아니라며? 병은 숨겨야 하고, 치료는 받을 수 없고, 혼자 고군분투하는 데도
이제 한계를 느껴. 그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겠냐?
리진 : (단호) 전문의.
리온 : (답답) 친구지.
리진 : 작가님이라 그런지 너무 감상적이시다.
리온 : (리진의 어깨에 한 팔을 걸며) 동생아, 모든 마음의 병은 말이다, 혼자서 얻게 된 병도 아니지만,
혼자서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병의 원인이 된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치료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법이거든?
리진 : (찌릿) 정신과 의사 앞에서 노냐 지금?
리온 : 의사만 필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친구도, 가족도, 연인도 필요하다 말이지. 모르긴 해도 그 사람 곁엔 지금 아무도 없을 걸?
그러니까 ‘힘들어, 도와줘, 친구가 필요해’ 그 간단한 말을 할 줄 몰라, 사포 날처럼 까칠한 방어벽을 두르고 하는 거지.
리진 : .......(마음에 새겨지는) 그래서 넌, 내가 그 사람을 도와줬으면 좋겠어?
리온 : (멈춰 서서 보며) 이봐, 이봐, 선택은 너의 몫이야. 남한테 떠맡기지 말라구. 난 어느 쪽이라고 말한 적 없어.
그냥 그 노인네가 안됐다고 말했을 뿐이지. 그건 나니까 할 수 있는 말이야. 하지만 넌 다르지.
리진 : 난 왜 다른데?
리온 : 너는 프로니까.
리진 : ! (보는)
리온 : 연민이나 동정은 안 돼. 연민과 동정만으로 치료되는 병도 아니고. 이번 기회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내공을 키우면,
장차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도 있어. 어쨌든 선택은, 너의 몫이야.
리진 : (노려보며) 냉정한 인간.
리온 : (씩 웃고는 다시 걷는) 어쨌든 이 오빤 니가 심히 자랑스럽다.
존스홉킨스건, 재벌 주치의건, 다 능력이 되니깐 나오는 말 아니겠냐.
리진 : 능력은 무슨. 난..... (나오느니 한숨) 똥 밟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새 운동화 사 신어야 하는 억울한 심정인데.
리온 : 그럼 걍 신던 거 씻어서 신든가.
리진 : 이미 휴직처리 됐다니깐?
리온 : 그럼, 둘 중에 더 이쁜 걸로 골라잡아.
리진 : 그러니까, 어떤 게 더 이쁜 건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잖아.
리온 : 니가 뛰기 쉽고, 도약하기 쉽고, 날기 쉬운 운동화 쪽이지.
리진 : (피식) 날 수 있는 운동화가 세상에 어딨냐?
리온 : 없으면 내가 달아줄게.
리진 : (멈칫 보는)
리온 : (정면만 응시한 채로) 그러니까..... 어느 쪽이든 자신 있게 선택해. 혹시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도,
덕분에 힘들고 괴로워서 도망치고 싶어지더라도, 좀 더 멋지게, 좀 더 우아하게 도망칠 수 있게
이 오빠가, 날개 달린 새 운동화 들고 니 뒤에 서있을게.
리진 : ......! (바라보며, 고마운) 오리온아.....
리온 : 니네 오빠 늠늠 멋있지? (씩- 웃는 데서)
S#47. 쌍리 근처 풍경 좋은 곳 (낮)
쉬이잉--- 푸른 하늘 위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프리스비.
날아가는 프리스비를 쫓아 힘차게 뛰고 있는 리나와 리온과 리진!
공중으로 튀어 올라 프리스비를 낚아채는 리나!
애정도를 테스트 하듯 내 쪽으로 오라고 우쭈쭈거리는 리온과 리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리온에게 달려오는 리나.
우쭐대는 리온.
얄미워서 리나가 물고 있는 프리스비를 뺏어 날리는 리진.
달려가지 못하게 리나의 목덜미를 안고 뒹굴며 천진하게 웃는 리온.
기준 : (E) 그럼, 오메가의 원작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겠군요.
S#48. 아이디엔터 회의실 (낮)
각 부서 팀장급 직원 6~8명 정도가 모인 팀장 회의.
액티브하고 스피디하게 회의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준이고,
태블릿을 보며 경청 중인 도현.
강팀장 : 네. 현재 나온 시나리오만으로는 뭔가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감독 역시 오메가 원작을 확보해서 스토리를 보강하고 싶다는 욕심을 꺾지 않고 있구요.
기준 : (이미 이팀장 쪽을 보며) 그래서, 오메가 작가 계약 진행상황은?
이팀장 : 여러 라인을 통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긴 한데,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편집자 외엔, 실체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현재 편집자를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강팀장 : (알만하다는 듯) 아이고, 짤 없는 것들. 행여라도 다른 데 뺏길까봐 그러는 거지.
오메가 덕분에 그 출판사 건물 새로 지었다잖아.
기준 : (불쑥, OL) 부사장님이 한번 해보시죠.
도현 : ! (보고)
팀장들 : ! (보는)
이팀장 : ! (도현의 눈치 살피며, 좌불안석) 아, 아닙니다. 제, 제가 계속 하겠습니다.
부사장님 소셜 포지션도 있는데 모냥 빠지게 무슨,
도현 : (기준 보며, 담담히) 저는 지금 중국 화무 미디어 측과 MOU 체결 건을 진행 중인데요.
기준 : 아, 그 건은 저와 강팀장이 맡아서 합니다.
도현 : ! (굳고)
기준 : 아직 업무 파악도 못하셨을 텐데 첫 업무로는 (강조) 너무 과하고, 중한 거 같아서요.
도현 : (굳은 채로) 사전에 저와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준 :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지난 회의 때 결근을 하셨더라구요.
도현 : 담당자가 바뀌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업무협약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저쪽 파트너에 대한 예의도 아니,
기준 : (OL, 됐고) 오메가 작가 잡아오세요.
도현 : (굴욕감을 참으며 보고)
팀장들 : (두 남자의 심상찮은 기 싸움을 지켜보며, 초긴장 상태)
S#49. 아이디 엔터 회의실 앞 복도 (낮)
회의를 마친 도현이 굴욕감과 모멸감을 참으며 걸어오고 있다.
이때 뒤에서 다가와 도현의 어깨에 손을 얹는 기준.
기준 : 너무 열 받아 하지 마. 원래 계급사회라는 게 이래. 자기 커리어를 인정하지 않으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가다가) 아! (다시 도현 쪽을 돌아보며) 우리 영화 의학자문 말인데, 강한 병원이 어떨까 싶은데,
니 생각은 어때?
도현 : !! (순간 하얗게 질리고)
기준 : (놓치지 않고 보며, 짐짓 미소로) 그 병원 정신과가 유명하더라구.
그 누구더라....? 그 병원에 굉장히 저명한 의사가 한 분 계셨는데?
도현 : !!! (점점 더 질려가고)
기준 : (짐짓 안타깝다는 듯) 아, 석..... 무슨 박사였는데, 기억이 안 나네? 어쨌든, 한번 생각해 봐. 간다?
(뒤돌아가며, 도현의 반응에 촉이 서고)
도현 : (떨려오는 손을 다른 손으로 움켜쥐는)
S#50. 아이디엔터 직원 화장실 (낮)
수돗물을 틀어놓고 긴장감에 바싹 마른 입안을 헹궈내고 있는 도현.
기준이 뭔가를 알아내고 있다... 내 정체가 곧 탄로 날지도 모른다... 조여드는 압박감에 좀체 진정이 되지 않는데,
이때 문자 알림음 들려오는.
꺼내서 보면, 안실장의 문자.
안실장 : (E) 지금 어디 계십니까?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서태임의 호출에 이번엔 깨질 듯한 두통이 시작되는 도현.
결국 수트 상의 안주머니에서 갈색 약병을 꺼내는 도현.
손바닥에 약 한 알을 덜어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손바닥으로 입을 막듯이, 약을 털어 넣는 도현의 모습에서,
S#51. 승진그룹 / 회장실 (낮)
응접 테이블 위로 놓이는 중매용 사진. (*명문가의 영애로 보이는 단아한 모습의 젊은 여성)
도현 : ......!! (짐작이 가고, 서태임을 보는)
서태임 : 명성그룹 둘째다.
도현 : 회장님. 저는 아직,
서태임 : (OL) 위기십결 중에 동수상응이란 말이 있다. 저편에서 바둑돌을 그리 움직였다면, 우리도 그에 맞게 수를 놔야겠지.
도현 : 죄송하지만, 회장님의 의중을 잘.....
서태임 : (한심한) 회사일 하겠다는 놈이 정보가 이렇게 어두워서야. 증권시장에 파다하게 퍼진 얘기가 왜 니 귀에만 못 들어가?
차기준 사장 약혼 발표를 경제신문으로 읽을 셈이야?
도현 : 외람된 말씀이지만, 두 사람의 약혼이, 지금 이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다하시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태임 : 주총을 앞둔 시점에 굳이 약혼을 서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도현 : 이 아가씨에게 저는, 적임자가 못 됩니다.
서태임 : 너는 적임자가 못 돼도, 이 아가씬 우리에게 적임자야! 채연이 외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승진그룹 주식이
얼만 줄이나 알고 하는 소리야? 그 주식을 손에 쥐고 날 흔들겠다는 수작인데, 한가하게 적임자 타령이야?
도현 : 약속드린 대로, 주총까지 최선을 다해 회장님의 경영권 방어에 힘쓰겠습니다.
하지만 삼 개월 후에 저는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서태임 : (날카롭게 보는) 달리, 미국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도현 : ! (움찔 굳는, 설마.... 알고 있는 것인가, 또 다시 손이 떨려오는)
서태임 : 미국에 따로 여자라도 있는 거야?
도현 : ! (보는, 일단은 안도하는)
서태임 :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거라. 우리 집안의 수치는 니 에미 하나로 족해!
S#52. 서태임의 저택 / 거실 (낮)
낮술에 취해 휘청거리고 있는 신화란을 말리고 있는 도우미.
신화란 : (혀 꼬인) 아줌마 왜 이래 정마아알. 내가 이 집에서 술 축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뭐야?
왜 그것도 못하게 하냐구우--
도우미 : (말리며) 큰 사모님 알면 질색하시는데, 그만 하세요 사모님.
신화란 : 허, 내가 그 노인네를 무서워하면, 신화란이 아니라 찐계란이야. 존 말로 할 때 비켜. 아, 비켜어! (도우미를 확 밀어버리고)
도우미 : (아악--! 바닥으로 넘어지는)
S#53. 서태임의 저택 / 지하 와인창고 (낮)
휘청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신화란.
불안해서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도우미.
신화란 : (은은한 조명 아래 누워 있는 값비싼 와인병들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찍으며)
어,느,것,을,고,를,까,요,알,아,맞,춰,보,세,요, 딩! 동! 댕! 동! (손가락이 멈춘 와인병을 꺼내들며) 빙고!
흥에 겨워 와인병을 들고 돌아 나오다가 멈칫, 바닥 구석에 떨어져 있는 곰인형을 발견하는 신화란.
신화란 : 응?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며) 저게 뭐야 아줌마?
도우미 : ? (신화란이 보고 있는 쪽을 보며) 뭐가요, 사모님.
신화란 : (가리키며) 저거 말야, 안 보여? 애도 없는 집에 웬 인형이야?
도우미 : 그르게요? (갸우뚱) 전번 날 부사장님께서 가져오셨나?
신화란 : 우리 도현이가 여길 왜? 걘 술도 안 하는데?
도우미 : 작은 댁 사모님 오셔서 식사하던 날 있잖아요. 그날 부사장님 여기 계셨었거든요. (치우러 가려면)
신화란 : !!! (직감적으로 저지하며) 돼, 됐으니까, 아줌만 나가. (멀뚱히 서있는 도우미에게 버럭) 내가 치울 테니까 얼른 나가라고!
화들짝 놀란 도우미, 술주정하는 걸로 알고 도망치듯 가고.
적당한 곳에 와인병 내려놓고는, 천천히 곰인형 쪽으로 다가가는 신화란.
바닥에 그려져 있는 예의 그 나나의 낙서!
신화란 : !!! (순간 술이 확 깨며, 충격으로 멍해지는, E) 설마.... 도현이가 그 아일 기억해낸 건 아니겠지....? (불안해지는데서)
S#54. 도현의 사무실 (낮)
찌잉— 깨질 듯한 두통에 얼굴을 고통스럽게 찌푸리며 관자놀이에 손을 갖다 대는 도현.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던 중.
안실장 : (서류 올리는 중이다가, 걱정스럽게 보며) 괜찮으십니까?
도현 : (미소) 괜찮아질 겁니다.
안실장 : (파일 내밀며) 오메가 작가 작품 목록과 관련기사들입니다. 드리겠습니다.
도현 : 수고하셨습니다. 아, 오메가 작가 소설도 부탁드립니다. 전부 읽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안실장 : ......(보다가, 조심스레) 오리진씨한테서는...아직입니까?
도현 : (쓰게 피식)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아니겠죠. (하는데, 또다시 찌잉-- 두통)
안실장 : (캐치하고)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 쉬시는 편이....
도현 :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일어나며) 드레스룸에서 한 시간만 쉬겠습니다.
안실장님은 오메가 작가 담당 편집자와 미팅 좀 잡아주세요. (드레스룸으로 향하고)
안실장 : (무거운 한숨으로 보다가, 나가는)
S#55. 도현의 사무실 내 드레스룸 (낮)
여분의 수트와 구두 등이 준비되어 있는 드레스룸 안.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도현. 그 위로 파편처럼 떠오르는,
리진 : (23씬) 사양하겠습니다. 거부합니다.
채연 : (27씬) 나한테 너도 그런 존재거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세기 : (8씬) 내 여자를 건드리면 니 여자가 위험해져!
두통이 심해지는지 한 손을 이마에 올린 채 고통스럽게 몸을 뒤척이는 도현.
잇새로 신음 소리마저 새어나오고,
기준 : (49씬) 강한병원 어때? 그 병원 정신과가 유명하더라구.
서태임 : (51씬) 우리 집안의 수치는 니 에미 하나로 족해!
도현 :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그 위로 떠오르는!)
S#56. 도현의 꿈
어두운 지하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어린 도현!
도현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의 그림자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어린 도현!
마침내 사내의 그림자가 어린 도현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순간!
리진 : (E) 나는 이상하게 불하고 지하실은 무섭더라.
순간, 사내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어린 도현, 옆을 돌아보면,
어린 도현 옆에, 무릎을 감싸 안은 자세로, 나란히 앉아있는 성인 리진(*5부 55씬과 같은 옷)!!!
리진 : (어린 도현을 바라보며, 미소로)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
S#57. 도현의 사무실 내 드레스룸 (낮)
순간 헉! 하는 느낌으로 번쩍 눈을 뜨는 도현!
눈에 핏줄이 서며 동공이 확장되는 데서!
S#58. 국도 위 (낮)
국도 위를 경쾌하게 달리고 있는 리진의 차.
리진 : (E) 네, 교수님, 저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에요.
S#59.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낮)
리진 : (운전하며 통화 중인) 네,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좀 더 공부가 필요한 거 같아서요.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따 뵐게요.
끊고, 잠시 운전에만 집중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는 리진.
잠시 갈등하다가.... 단축키를 찾아 누르는.
누군가 받는 느낌 들면,
리진 : 차도현씨, 오리진이에요. 생각해봤는데, 아니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저한테 주치의 제안은 역시 무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휴대폰 : (F) ......
리진 : 오늘은 작별인사하려고 전화했어요. 저 해외로 연수가게 됐거든요. (피식) 어찌 보면, 차도현씨 덕분이네요.
휴대폰 : (F) ......
리진 : 결국 주치의도, 친구도 돼드리진 못했지만, 차도현씨 만났던 거 나쁘지 않았어요. 살아생전 못해볼 경험도 해봤고....
(문득 밝게 웃으며) 아, 저번에 병원에서 위장연애 해줬던 거 고마워요. 덕분에 즐거웠어요.
아, 그리고 불속에서 구해줬던 것도요. (말하다보니, 생각보다 추억이 많은, 떨치듯 밝게) 어쨌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좋은 주치의 만나게 되길 바랄게요. (끊으려는데, 어쩐지 이상한) 차도현씨, 듣고 있어요?
휴대폰 : (F) ......
리진 : (휴대폰 끊으려던 손 거두며, 불안한) 차.....도현씨?
요섭 : (F) 어차피 누나도 도망치는 거잖아.
리진 : ! (멈칫 굳는, 도현의 목소리가 아니다!)
요섭 : (F) 결국 도현이 형은 누나한테 버림받은 거네. 안 그래?
리진 : !! (도현도, 세기도 아닌 제3의 인격임을 알겠는, 낯빛 창백해지며) 너......누구야?
요섭 : (F) 나?
S#60. 어딘가의 장소 (낮)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휴대폰 통화중인 누군가의 뒷모습. (*장소가 어딘지는 아직 보여지지 않고)
천천히 뒤를 돌아서는데, 영국식 기숙학교 스타일의 프레피룩, 그 위에 걸친 더플코트,
거기에 샤프해 보이는 안경, 목에는 닥터드레 헤드폰,
영민하면서도 시니컬한 눈빛을 지닌, 소년 인격 요섭이다!
요섭 : 안요섭. 나이는 열일곱. 닥터 스코필드가 붙인 별칭은.... (입가에 시니컬한 미소) 자살지원자.
S#61. 갓길 (낮)
끼이이익--- 갓길에 와서 세워지는 리진의 차!
S#62. 리진의 차 안 (낮)
충격과 공포로 낯빛이 하얗게 질린 리진, 서둘러 거치대 위의 휴대폰을 떼어 내서 귀에 붙이며,
리진 : 자살 지원자?
요섭 : (F) 그래. 자살지원자. 난 그 별명이 꽤 맘에 들어.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딸깍딸깍, 치익치익 소리---)
리진 : ! (그 소리 캐치했고, 불안해지는) 지금 이거.... 무슨 소리야?
요섭 : (E, 대답 없이, 딸깍딸깍, 치익치익--- 소리만)
리진 : ! (덜컹 불안해지는) 말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너?!!
S#63. 어딘가의 장소 (낮)
건물 외벽 앞에 와 서서, 그래피티용 스프레이 물감을 흔들고 있는 요섭.
(*좀 전의 딸깍딸깍, 치익치익 소리는 스프레이를 흔들고 뿌리는 소리였고. 뭘 그리는지, 장소가 어딘지는 보여주지 않는)
요섭 : 다잉메세지를 남기려는 거지. (벽 위에 치이익— 스프레이 물감을 뿌리며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는)
리진 : (F, 덜컹해서) 다잉메세지?!
요섭 : (작업하는 채로 무덤덤한 말투) 더 이상 살아봤자 의미 없어. 괴물 취급, 돌연변이 취급도 지겨워 이제.
차라리 내가 모두를 데리고 죽어버릴까 해.
리진 : (F, 공포에 질려 다급한) 잠깐,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봐, 요섭아!
요섭 : (잠시 그림의 구도를 가늠하듯 벽에서 좀 떨어져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죽음만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아마 저 하늘이 내 무덤이 될 거야.
S#64. 리진의 차 안 + 어딘가의 장소 (낮)
리진 : 자, 잠깐만!!! (침착하려 애쓰며, 달래듯) 다잉메세지를 남긴다는 건 너도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거잖아. 그치?
말해 봐 나한테. 내가 다 들어줄게. 내가 지금 바로 달려갈 테니까, 거기가 어딘지 말해 보라고!
요섭 : 글쎄, 여기가 어딜까? 누나가 한번 알아맞혀봐. 만일, 한 시간 안에 날 찾는다면, 우릴 막을 수도 있어.
리진 : (쿵!) 한 시간?
요섭 : 그래. 하지만 단 1초라도 늦으면.... 우린 이미 사라지고 없을 거야.
이제 그만 끊어야겠어. 빨리 작업을 마무리해야 되거든. 바이.
S#65. 달리는 리진의 차 안 + 거리 (낮)
리진 : !!! (다급하게) 잠깐, 끊지 마!!! 기다려, 기다리라니까!!!
하는 순간, 뚝 끊어지는 전화.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미 전원이 꺼져 있는 휴대폰!
눈앞이 아득해지는 리진이고!
S#66. 어딘가의 장소 (낮) ☞ 시간 튄 겁니다. 7부 전반부 참조.
손에 들고 있던 스프레이 물감통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는 요섭.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는, 완성된 벽화를 바라보며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요섭.
카메라, 벽 쪽을 향해 팬하면,
(INS) 벽 위에 그래피티 아트로 그려진 도현과 인격들의 모습!!!
도현을 비롯하여, 세기, 페리박, 요섭, 요나, 그리고 곰인형을 안은 나나까지,
각각의 인격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그 각각의 위에 영어로 이름이 적혀있다!!!
카메라 다시 팬하며 전체 풍경이 보여지면, 어느 건물 옥상이고!
옥상 난간가에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서 있는 요섭!!!
그 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근처 교회 첨탑의 십자가가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
눈을 감는 요섭. 마치 날개처럼 양팔을 넓게 펼치더니, 그대로 떨어지려는 듯 몸이 앞으로 기우는데서!!!
-<킬미 힐미> 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