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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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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6월호와 마삭줄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91 08.06.04 09:3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2008년 6월 3일 화요일 비, 흐림


월간 ‘우리詩’ 6월호(통권 제240호)가 나왔다.

권두시론에 권혁수 시인의 ‘시와 명상’을 시작으로

‘이달의 우리시단’에 박희진 성찬경 고창수 문효치 홍해리 황도제 김혜연 고증식 박서영,

‘우리시가 선정한 좋은 시’로 문태준 함민복 최창균 송수권 이상국의 작품이 선정됐다.


‘신작소시집’에 복효근의 ‘뻐꾹, 속다’ 외 5편의 시,

‘이 시, 나는 이렇게 썼다’는 목필균의 김점선의 그림 ‘휴식’과 시 ‘휴식’에 대한 이야기,  

‘신작특집’에 전길자 박영원 장태숙 정숙 박정래 나병춘 목필균 윤준경 황원교 김정임 고미숙 김경성,

영역시는 이생진 작, 고창수 역의 ‘바다를 향한 창문’, 우리詩 월평은 김석중이 맡았다.


마삭줄은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용담목 협죽도과의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뿌리가 내려 다른 물체에 붙어 오르며 자라고 적갈색이 돈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이나 달걀 모양이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윤기가 있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고 취산꽃차례로 핀다.


잎과 줄기는 한방에서 해열, 강장, 진통 및 통경에 사용하며

사철 푸른 잎과 진홍색의 선명한 단풍이 곱고 꽃을 볼 수 있어

관상용으로 울타리나 돌무더기, 또는 나무에 올려 키우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나무나 현무암의 담벼락에 자생하며 곳곳에서 꽃무더기를 이룬다.

 

 

♧ 비천한 봄날 - 홍해리


얼마나 비루한 삶이었던가

돈에게 굽히고 힘 앞에서 쩔쩔매고

세월에 네월에 설설 기다 보니

내 허리가 허리가 아니었구나

굽신거린 생도 한세상이란 말씀인지

이제는 굽신대지 말고 살라고

허리에 털도 없는 탈이 나셨다

3·4번 요추에 인공관절 집어넣고

보형물을 고정시키고 나니

꽃도 피우지 못하는 몸이 꼿꼿해졌어

이제는 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꼿꼿이 서서 밥을 먹는 나

잠도 반드시 반듯이 누워 자느니

머리에서 다리까지 잇는 허리가

나를 선달로 만들어 놓아

비어 있는 의자가 나를 부르네

환한 봄날 비루한 생에게 딴죽이나 걸어 볼까, 에루화!

 

 

♧ 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싹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렁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 히 적셔준다


 

♧ 개구리 울음소리 - 최창균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렸다


어느 봄밤

물꼬 보려 논둑길 들어서자

뚝 그친 개구리 울음소리에다

나는 발을 빠뜨려

고요의 못을 팠다


한발 한발

개구리 울음소리 지워나갈수록

깊어지는 고요의 못에다

내 생의 발걸음소리 빠뜨렸던 것


나는 등 뒤에서 되살아나는

개구리 울음소리 듣고는

불현 듯 가던 길 잠시 멈춰 뒤돌아보니


내 고요의 못이 왁자하니 메워지는 소리 듣는다

비로소 내가 지워지는 저 개구리 울음소리


나는 그 논배미에서

벌써 걸어 나와 집에 누웠는데도

개구리 울음소리는 줄기차게 따라와

내게 빠져 운다

내 삶의 못에 빠져 운다

 

 

♧ 봄날 옛집에 가서 - 이상국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고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서는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어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 얼룩 - 나병춘


손가락에 스카이블루 잉크가 묻었다

채 글씨가 되지 못하고

얼룩으로 남은

뜬구름 같은 속절없이 사라지고 말 풍문 같은

우연한 그림 하나가

몽고반점처럼 박혀 있다

나의 삶의 구할은 얼룩이었다

울음이 되지 못한 채 깨져버린 알들은

다 무엇이 되었을까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움직이는 나뭇가지들

바람이 분다 꽃잎이 흩날린다

열매가 되지 못하고 흔적 없이

물에 둥둥 떠가는 꽃 그림자들

스카이 블루 하늘의 흔적을 물에 씻는다

돌멩이로 문지른다 언제 있었냐는 듯

아무런 낌새가 없다

내 몽고반점의 후예는 달랑 지상에 둘,

그 아이들도 어딘가에 깜냥껏 삐뚤빼뚤

제 나름의 글씨를 쓰고 있으리라

수많은 얼룩과 흔적을 감추며 부끄러워하면서

 


♬ 클래식 기타 연주 명곡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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