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739 --- 한라산 윗세오름의 까마귀
오늘 산행의 정상인 1700고지 한라산 윗세오름이다. 왼쪽이 백록담 서봉으로 가는 길인데 휴식년제로 입산통제 되었다. 바다에 회색빛 갈매기가 있다면 이곳에는 갈매기만큼이나 큰 까마귀가 있다. 오골계 같아 보이는데 온통 그들의 천국이다. 떼를 지어 난무하며 고래고래 소리까지 질러대는 것이 마치 순찰대 같다. 못마땅하다 싶으면 저공비행에 배설물 공격을 하기도 한다. 그들의 일부가 얌전하게 모여 던져주는 과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먹고 있다. 그렇게 그들도 야성을 조금씩 잃어가며 은연중 길들어지고 있다. 되돌아보니 “까악 깍~,” 내지르는 울음소리는 예사롭지 않아 가슴에 파고들었다.
이곳 까마귀는 예의가 있지 싶다. “와줘서 반갑다니까.” 인사였고, 오늘 산행은 괜찮으니 “염려 말라니까.” 위안이었고 “그럼, 잘 가시라니까.” 격려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오비이락’이라고 한다. 좋지 않은 일에 의심을 받으며 억울한 일을 당한다. 그런가 하면 ‘반포지효’라 한다. 부모님 공양에 성심성의껏 보답하는 보은을 뜻한다. 어미가 늙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기력이 쇠하면 새끼였을 때의 은혜를 갚고자 먹이를 잡아 어미 봉양하는 까마귀를 일컬음이다. 요즘처럼 금수만도 못한 사람들에게 효도의 가르침이 될 성싶다. 까마귀는 시체를 파먹는 저승사자 같다는 선입감에 곤욕을 치른다.
온통 시커먼 몸집으로 보기만 해도 불길함이 떠오른다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지나칠 정도의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까치보다 길조로 여기는 나라가 더 많다. 고양이 한 마리가 특유의 눈동자를 굴리며 지켜보고 있다. 꿩이 나타났다. 장끼 두 마리가 꽁지를 쳐들고 서로 눈을 부라린다. 가까이 다가가니 무안한지 까투리 한 마리가 달아난다. 더는 다툴 가치가 없어진 수컷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빠른 발걸음으로 가다가 미련이 남는지 우뚝 멈춘다. 한참을 지나도 기척이 없자, “꿩꿩~” 더는 못 참고 소리를 질러 까투리를 찾는다. “자기야, 지금 어딨니? 나 여기 있거든.” 까마귀만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