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서울신문 14주내 낙태로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해선 안 된다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임신 14주까지 여성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임신중단을 결정할 수 있고,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근친상간 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 등 기존 에외 사유 외에 생계 불안정 등 사회 경제적 사유가 있어도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낙태를 하려면 의무적으로 보건소 등 국가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상담을 한 뒤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혀재는 모자 보건법이 정한 예외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히 태아의 독자적 생존 시점인 임신 22주 전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했었다.
개정안의 요지는 14주 이내 낙태 허용, 14~24주 예외적 허용, 이후 금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낙태죄의 존치라는 측면을 넘어 오히려 그동안 사문화됐던 낙태죄가 더 강력하게 부활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임신 25주째부터의 낙태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남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위헌적 법개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여성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 또한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임신 여부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10대 등 미성년 산모가 낙태 시점을 놓쳐 화장실 등에서 출산 후 태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복중의 작은 생명조차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낙태 최소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임신중지 자기결정권은 충분하게 보장돼야 한다. 헌재가 임신 14주와 22주를 예시했지만 그 취지는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상담과 숙려기간도 세계보건기구가 여성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이미 폐지를 권고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시대역행적 조항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조사에 다르면 낙태율은 허용국가나 금지국가나 큰 차이가 없다. 합법이든 아니든 여전히 필요한 사람들은 낙태 시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명경시 풍조가 우려된다면 여성의 자기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임신의 또 다른 당사자인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출처 : 국민일보 낙태 사실상 전면 허용, 생명경시 확산 우려된다
정부가 7일 입법예고한 낙태 허용 규정 신설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따른 것이지만 유감이다.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의 중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낙태에 대한 합법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생명경시 현상이 확산될까 우려스럽다. 개신교 등 종교계가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임신 14주까지는 임신한 여성 본인이 자유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신 15~24주 이내는 사유가 있는 경우 모자보건법에 따라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관련 기관의 낙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균 낙태 시기는 95% 이상이 12주 이하로 드러난다. 14주 규정 자체가 별로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24주 이내로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지정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만 거치면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입증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는데, 기준이 모호해 남용될 여지가 많다. 또 사리분별이 어려운 미성년자에게 불가피한 경우 보호자 동의 없이 상담만 받고 낙태 시술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연유산 유도 약물 허용도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여성계 등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개정안이 퇴행적 행태라고 비판하지만, 기본적으로 태아의 생명권은 그 어떤 가치보다 크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낙태가 임부의 의자와 관게없이 강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등 남용되면 오히려 여성 인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
정부가 헌재 결정 이후 1년여 동안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다 별다른 공론화 과정도 없이 불쑥 개정안을 내놓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하나 여론 형성 과정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현재는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시일이 촉박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법적 제어 장치를 마련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냥 낙태해도 된다는 무분별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고 태아 생명권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낙태하지 않고 출산하는 임부와 태아에 대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