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폐가 아니냐"… 이마저도 없어서 내몰리는 군 초급 간부
안아람입력 2023. 3. 13. 12:02
겨울 난방해도 숙소 내 실내 온도는 2도
앞서 공군 초급간부도 주거지원 실태 폭로
국방부, 처우 개선 약속했지만 개선 안돼
육군 현역 중위가 12일 공개한 간부 숙소 실태.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육군 초급 간부가 열악한 주거 상황을 폭로했다. 곰팡이가 슬고 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숙소마저 부족해 고시원에서 생활해야 할지 모른다는 취지다. 병사들 복무 기간이 단축되고 월급도 오르면서 가뜩이나 부사관 및 단기 장교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역 예정인 육군 현역 중위 A씨는 전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 이렇게 제보하게 됐다”며 글을 올렸다.
육군 군단 직할부대 소속인 A씨는 최근 생활하던 간부숙소에서 3월 내 퇴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해당 숙소 관리부대가 사단으로 변경됐는데, 해당 사단 소속이 아닌 간부들은 퇴실하라는 내용이었다. 인접 부대 숙소도 5월 말이나 돼야 입주가 가능했고, 해당 사단 간부는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도 “이미 사단 소속이 아닌 간부들은 퇴실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낸 상황”이라며 “원래는 일주일 안에 나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걸 알기에 3월까지 기간을 주는 것”이라며 거절당했다.
A씨는 “당장 4월부터 협조 받은 숙소가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거주할 장소가 없는 상황”이라며 “전역이 백여일 남은 상황에서 거주지가 불투명한 것도 당황스럽지만 이와 같이 초급간부 주거지원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1980년대 지어진 숙소 금 가고 곰팡이 슬어
육군 현역 중위가 12일 공개한 간부 숙소 실태.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그는 현재 머물고 있는 숙소의 상황도 전하면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강조했다. A씨는 “(현재 숙소는) 1980년대에 지어지고 리모델링·수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이 금 가고 곰팡이가 슬고 가구는 부서져있다”면서 “기름보일러에 기름 보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한겨울에 실내 온도 영상 2도인 숙소여도 군인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푸념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을 본 네티즌은 “이 정도면 폐가 아니냐”라거나 “저게 집이야..? 진짜 넘하는 거 아니냐!!!”, “어느 부대인지 진짜 토 나오네요. 윗 것들은 지들 밥그릇 챙기느라 정신 없어 아랫사람이 어찌되든 결국 소모품 취급하는 곳이 아직도 있다니 개탄스럽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누군가는 간부들 주택수당 받으니까 월세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 고시원 들어가서 살라고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하사, 소·중위들은 3년 차 미만 간부여서 주택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푼 꿈을 가지고 임관하는 후배들이 잘 곳도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 초급간부 열악한 처우 토로 잇달아
한 공군 초급간부가 지난달 공개한 공군 비행단의 초급간부 숙소.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이렇게 군 초급간부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하소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 공군 초급간부도 지난달 23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군의 모 비행단 독신자 간부 숙소”라며 사진 한 장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이 간신히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에 정말 이러한 방을 사람이 살라고 주는 것인지 최소한의 개인 공간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썼다. “안 그래도 박봉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방까지 구하니 돈이 부족해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며 “초급간부 삶의 현실은 감옥과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간부숙소가 부족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신축 및 리모델링에 필요한 예산 확대, 위탁개발, 간부숙소 대상자 전·월세 지원 확대를 위한 법령개정 등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초급간부 처우개선을 위하여 3년 미만 초급간부에게도 주택수당이 지원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및 인사혁신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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