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걷는 날이다. 햇수로 벌써 7년 째다. 해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은 다르지만 걷기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9명이 도미나루길을 걸었다. 강엔 겨울 철새들이 와 물위에 떠있거나, 물 위를 전투기들이 편대비행하듯 날거나 하였다. 이렇게 겨울 초입에 한강을 따라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강의 겨울 정취를 알수가 없다. 사진으로 볼순 있지만, 사진 속엔 바람도 햇살도 온도도 없다. 체감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울퉁불퉁한 길, 낙엽이 잔뜩 덮혀있는 길은 색다르다. 도시의 거리는 언제나 말끔하게 정리되이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 걸은 그 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여 깊은 산길처럼 느껴졌다.
여름내 쓰레기를 주웠던 팔댕댐 가까이에서 길을 멈추고 가방 속에 챙겨온 간식들을 꺼내 먹었다. 껍질을 깐 감, 껍질 채 잘라온 감, 말린감, 종류가 다양한 1회용 견과류, 에이스 크랙커, 그리고 꽤 큼직한 귤...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에이스 크랙커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황선생님 집 1층이 수퍼마켓이라 매번 과자나 사탕을 사오시는 거에요.'
우린 살면서 의리라는 걸 지켜야한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근데 갑자기 황선생님이 깔깔웃으며 옛날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신다.
나는 물었다. '그 미국의 수도는 어느집이나 다 있다,요?' 그러자 선생님은 다른 이야기란다. 그리곤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넛은 지친 다리를 쉬느라 해가 드는 곳 강둑 길가에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었고, 또 몇은 그대로 서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우리반에서 매일 꼴찌하는 친구가 있었어.'
그렇게 운을 떼자 강샘이 '집에서 살림을 많이 했나보다' 며 황샘 어린 시절 못난이 친구를 두둔하였다.
황: 어느 날 시험을 보는데, 시험 문제가, 비가 올 때 천둥과 벼락이 치면 해야하는 올바른 행동은 무엇인가요? 가 문제고 4번이, 우산을 버리고 땅에 엎드린다, 였지. 친구가 시험 보다 나한테 숙희야 이거 답이 맞지? 물어서, 내가, 야, 그러면 옷 다 버리잖아. 그랬어. 그래가지고 걔가 답을 바꿔서 또 빵점을 맞았거든....
'선생님은 답을 뭐라고 했는데요?' 누군가 물었더니.
'난 4번을 골랐지.'
그 말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모두 몸을 돌리고 고개를 들어 황샘을 보며 웃기 시작했어. 서서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도 모두들 깔깔거렸지. 대체 왜 그랬어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이 깔깔거리며 '선생님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요' 말을 하고... 모두들 또 한바탕 웃음 꽃을 피웠다.
문제 하나를 맞출 수 있었던 그 친구는,
'넌 한결같구나, ' 하는 타박을 담임한테서 받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