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탱크훈련소의 꽃밭
“철원 고석정 꽃밭은 탱크가 기동훈련을 하고 포성이 가득한 군 훈련지였습니다. 주민들은 꽃을 심고 나무를 깎아 투박한 조형물을 만들어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고석정 꽃밭의 꽃들은 어린이들의 평화롭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땀 흘리고 수고한 피로를 풀기 위해 ‘철원고석정꽃축제장’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우라꽃’ 꽃말 뜻 여인의 섹시함이라는 꽃에 첫눈에 반해 버렸다. 이미 수많은 차량들로 주차장 알바생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분주히 차량들을 안내하였다. 넓은 주차장은 불편한 점이 없고 곳곳에 이동식 화장실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 많은 준비를 한 지자체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수고해 감사했다.
탱크훈련으로 포성이 가득한 훈련지를 이토록 평화의 축제장으로 창조했다는 것은 전쟁의 무기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보여준 것이다. 20여 가지가 넘는 꽃들이 무리 지어 넓은 대지에 일제히 피어서 향기와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만여 평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나는 꽃 속에 묻혔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는 하나의 꽃 나라가 아닐까 싶고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가로이 천천히 보고 싶은데 넓은 대지에 피어있는 꽃들을 만나보려면 마음이 바빴다. 내 키보다 더 큰 갈대숲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모를 정도로 풍성했다. 숨바꼭질 하기에 좋겠다. 이곳저곳에 원두막이 있어 잠시 멈추고 배경을 바라보았다. 꽃구경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꽃밭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한 여인이 말한다.
“꽃은 찍지 말고 나만 찍어 나만”.
그게 가능한 것인가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꽃보다 자신을 크게 어필하려는 저 여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꽃보다 자신이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님 예쁜 꽃과 비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까? 솔직히 늙어가는 모습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사진 찍고 싶지 않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여인도 그런 마음이 아닐까!
봄부터 지금까지 밭으로 오가면서 몸과 마음이 피로했는데 마음에 도움이 되었다. 이거야말로 힐링이 아니겠는가그래서 여행과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남편도 퍽 기분 좋은 모습이다. 철원 꽃 축제장에 가자고 하니 시큰둥하며 내키지 않았는데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 좋은 정보를 지인들의 카톡에 올리기를 했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동남아 기후처럼 비가 종종 와서 일조량이 부족한데도 자연은 제 역할을 다 하는 모양이다. 자연처럼 위대한 것은 없다. 과학이 아무리 첨단시대를 달려가고 있다고 한다지만 인간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지 못한다. 아름다운 꽃을 볼 때면 더욱 그러함에 감탄할 뿐이다. 누구도 이런 꽃과 예쁜색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기에 바쁘다 두 여성이 꽃 구경을 하면서 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둘이서 함께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제가 두 분 찍어 드릴까요?” 물으니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고맙지요”.
그녀가 밝게 웃으며 핸드폰을 내게 준다. 핸드폰을 받아 들고 두 사람이 활짝 웃는 모습을 담아주고 싶어서
“나는 꽃보다 예쁘다”.
고 말해 보세요 어처구니 없는 말에 한 사람은 웃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웃지 않는다. 웃기를 기다리며 몇 번의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무표정이다. 그 여인이 말한다.
“제가 웃지 않지요?”
“네! 마음이 무거우신가요?”
“네! 그러네요”.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나 근심 걱정을 확 날려버릴 것 같은 꽃세계에서도 웃지 못하는 저 여인의 고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어린이들이 평화롭고 행복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처럼
웃지 않는 그 여인도 마음의 근심을 털어버리고 활짝 웃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을 해바라기 앞에서 나는 크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탱크훈련을 했던 살벌한 그곳에 꽃을 심어 놓으니 꽃 같은 평화와 아름다움이 감돌고 있었다 인생에서도 총성이 없을 뿐이지 삶은 호락호락 하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전쟁 속에서 살아간다고 봐야 한다. 여름내내 호두나무와 실갱이를 벌였다. 백여 그루 나무와 우리 부부는 전쟁을 치렀다. 훈련소였던 곳에 꽃을 심었듯이 내 마음에 꽃을 심는다면 그날 같은 안정과 평화가 새롭게 매일 단장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첫댓글 지난 가을에 다녀왔는데 송 작가님 글을 읽으니 당장 또 가고 싶네요. 고석정 꽃밭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