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절정을 이루는 8월, 많은 사람이 가까운 산이나 바다를 찾거나 멀리 해외로 휴가를 떠난다. 이제는 흔해졌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해외여행, 그것도 유럽으로 떠날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지 않아 여행안내 책자와 종이로 된 지도를 들고 다녔고, 길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특히 대학생들은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배낭 하나 둘러메고 예산을 아껴 가며 한두 달씩 긴 여정을 떠났다. 지금도 많은 청춘이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위해 유럽을 찾는다. 사실 청춘들의 유럽 여행은 뚜렷한 시초가 있다. 18세기, 유럽의 상업 발달로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영국 부유층을 중심으로 '그랜드 투어'가 유행 했다. 아이들을 가정교사와 함께 대륙으로 짧게는 수개 월, 길게는 몇 년에 이르는 장기간의 여행을 보내는 것이었다. 청춘들은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 북부 칼레를 거쳐 파리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식 예절을 배웠다. 그러고는 다시 길을 떠나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피렌체와 피사, 베네치아를 찾았고, 서양 역사의 중심지 로마, 발굴 작업이 한창인 폼페이에서 고대 문명을 살펴봤다. 이후 독일어권 국가들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갔다.
카날레토, <산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캔버스에 유화, 114.6x153센티미터, 1742~1744 년,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우리가 여행지에 가면 기념품을 사거나 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 당시 사람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특별한 여행을 기념했다. 이국적인 풍광의 베네치아를 그린 풍경화를 구매하거나 로마의 고대 건물을 배경으로 초상화를 그린 것. 이때 베네치아를 그린 그림을 '베두타(Veduta)'라 불렀다. 이탈리아어로 '전망' '조망'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도시 풍경을 정교하게 그린 그림을 지칭한다. 그랜드 투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에 베두타를 한 점씩 걸었다. 함께 다녀온 친구가 집에 오면 그림을 보며 여행지에서의 무용담과 추억을 나눴다. 아직 여행을 가지 못한 친구가 찾아올 땐 준비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베두타는 그랜드 투어를 대표하는 상징과 같았다.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은 베두타를 그린 화가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그는 이름 대신 '작은 운하'라는 뜻의 애칭 '카날레토'로 불린다. 극장 배경 화가인 아버지에게 그림의 기초를 배운 카날레토는 로마에서 미술 교육을 받으며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그는 베네치아의 건물과 풍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배경삼아 도시의 일상이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려 큰 인기를 얻었다. 현재 그의 작품이 모국인 이탈리아보다 영국에 더 많이 소장된 것만 보더라도 당시 영국에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카날레토는 영국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했지만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런던과 시골 저택의 모습을 의욕적으로 화폭에 담았지만, 사람들이 원한 건 베네치아의 풍경이었다. 그는 '가짜 카날레토'라는 의심까지 받았고, 사람들 앞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영향으로 교통이 크게 발전하면서는 돈 많은 귀족 집안 자제가 아니어도 그랜드 투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후 미국의 젊은이들이 유럽을 찾았고 그 명맥이 이어져 오늘날 우리도 유럽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유럽 여행을 앞둔 이들이 어디서 사진을 찍고 어떤 기념품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글을 본다면 베네치아에서 카날레토의 그림엽서를 사거나 로마의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 오는 건 어떨까. 오래전 많은 이가 더 넓은 세상을 접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듯,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문화에 흠뻑 빠지고 즐기며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여유가 되지 않아 해외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우리나라의 숨겨진 지역을 찾아가 보자. 경험하지 못한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 8월을 보내는 즐거운 방법일 것이다. 진병관 |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작가 진병관 님은 현재 프랑스 공인 문화 해설사로 일하며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지에서 여행과 예술 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쉽고 재밌는 미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 《기묘한 미술관》 《위로의 미술관》이 있다.
음악의 온도 체코 공화국의 수도 프라하.
음악에도 온도가 있을까? 측정하긴 어렵겠지만 느껴지는 온도는 있다. 들을 때 시원한 심상이 전해지는 음악이 있는 반면, 따듯한 심상이 느껴지는 음악도 있다. 이런 온도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시원한 음악은 북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가 대표적이다. 그의 음악에는 드넓게 펼쳐진 장대하고 시원한 북유럽의 정취가 담겨 있다. 반면 뜨거운 음악도 있다. 스페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작품을 들어 보면 '태양의 나라' 스페인의 정취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고스란히 음표로 바뀐 것이다. 차이는 작곡가들을 둘러싼 자연 환경에서 비롯된다. 타고나는 천성보다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오선지 위 음표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어 내니. 심지어 앞선 두 작곡가는 같은 시대를 살았다. 사실 이런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유럽 주택들이 유독 빨간 이유는 지질 환경 때문이다. 동유럽은 대개 붉은 벽돌과 기와의 재료인 적색의 '라테라이트'를 함유한 점토질 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바꿔 말하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빈번히 쓰인 것이다. 음악의 재료가 되는 심상들도 모두 작곡가들 주변에 놓여 있었다. 핀란드에 살던 시벨리우스와 스페인에 살던 그라나도스가 서로 다른 온도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다.
허명현 | 음악 평론가
허명현 님은 피아노에 대한 관심과 사람으로 클래식에 입문했다. 낮에는 공연장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좋은 공연을 찾아 이곳저곳 다닌다. 지금은 비록 레고로 피아노를 만들지만 언젠가는 직접 피아노를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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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유익한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수요일 되세요.
고운 방문주셔서
감사합니다 ~
yyuu 김 님 !
오늘도 좋은
하루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으로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밝은 웃음꽃 가득
건강한 나날들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편안한 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