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비교한 진월담 월희의 문제 세 가지
작성자 SKOON
21세기에 들어 괴작(怪作)들이 범람하는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난 지 만 3년. 최근 들어서야 일명 월희, 애니메이션 제목으로 진월담 월희라고 명명된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원작을 먼저 접해서인지 대폭 바뀌어버린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디자인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대체적으로는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원작을 잡아내는 애니메이션은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추천했고, 또 단점으로 원작 설정의 방대한 스케일을 못 따라가서 실망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역시 세상만사 아니 뗀 굴뚝에 연기는 안 나는 법이로군요.(적절한 비유는 아닌 듯.^^) 하여간 제가 느낀 진월담 월희와 월희의 차이점, 즉 애니메이션이 게임에 비해 안타까운 점을 세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1. 입체적 캐릭터? 평면적 캐릭터?
원작 게임을 플레이해본 이들이 가장 큰 실망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이 캐릭터성의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 월희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 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백 스토리를 가지고 서로 얽히고 얽혀, 상대적으로 텍스트 량이 방대한 비주얼 노벨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완전히 해소시키는데 성공했죠. 하지만 애니메이션, 그것도 13화로 제작되었기 때문일까요? 그 많은 등장인물의 백 스토리는 고사하고, 그 강렬했던 캐릭터성도 모조리 증발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그것은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텍스트로 이미지 되어지던 그들의 행동이 실제 비주얼로 이미지화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고질적 문제인데, 정작 큰 문제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인물들이 모두 주역들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진조의 공주 알퀘이드 브륜스타드, 주인공인 토노 시키, 시키의 여동생 토노 아키하, 혼돈의 사도 네로 카오스(이 놈은 정말 어쩌다 이런 삼류 악역처럼 변했는지...T^T)등등. 정말 수많은 인물들이 게임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이미지 교체 과정에서 너무 평면적으로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개중에서는 그나마 시엘이 원작의 캐릭터성과 가장 근접한 듯하지만, 원작에서도 시엘 또한 한 꺼풀 까보면 엄청난 캐릭터성(?)을 가졌더랍지요. 그런 면들이 표현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만 스토리 자체가 알퀘이드 루트를 따라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요. 그런 시엘 외에도 비중이 너무 작아 그 캐릭터 성을 느낄 수도 없었던 히스이, 코하쿠 자매나 유미즈카도 그 매력을 포기하기엔 상당히 안타까운 캐릭터들이었습니다. 그 많은 캐릭터들의 매력을 버린 대신 알퀘이드의 매력이라도 살려주길 바랬는데, 역시 알퀘이드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성으로 돌아와 버린... 게다가 시키 녀석도.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성의 변질 부분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내의 알퀘이드 브륜스타드는 정말 귀여운 공주님이다. 말괄량이 기질이 다분한데다 시키에게 억지 쓰기 일쑤, 하지만 시키가 정론으로 밀어 붙이면 머뭇거리며 혼자 투덜대는... 흡혈귀지만 전혀 흡혈귀라곤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이미지가 완전히 틀려져버렸다. 차분하고 상냥한 누님정도의 이미지일까?
-가장 아쉬운 인물 토노 시키. 너무 진지한 측면만이 강조되어 매사에 인상 쓰고 있는 그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원래는 좀 더 부드러운 표정과 멍한 이미지가 있는 캐릭터인데(그랬기 때문에 위기 시에 보여주는 그 강한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였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저 곤란한 일에 말려든, 직사의 마안이란 이능(異能)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고교생정도로만 그려진 듯하다.
-시키 다음으로 안타까운 캐릭터 토노 아키하. 브라콘 기질이 엄청나게 강한 그녀의 캐릭터 성도 너무 진부해졌다. 근원 깊은 애정에서 나오는 시키에의 잔소리가 모조리 잘려나간 듯. 아가씨 같으면서도 묘하게 드센 기질이 있어, 야금야금 돌려가며 결국에는 사람을 핀치로 모는 그 고단수 갈굼들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톡톡 쏘듯이 시키를 괴롭히던 아키하의 그 쏘는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늘 굳은 표정으로 앞에서는 시키에게 잔소리하며 뒤에서는 이런저런 걱정해주는 전형적인 여동생으로 변모해버렸다. 정말 안타까움.
2. 미완결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스토리.
뭔가 찝찝하게 끝나버리는 이야기의 결말. 게다가 중간 중간에 빠져버린 비밀들. 당초 스토리가 방대해서 13화에 끝낼 수 없었다면 화를 늘릴 것이지, 어째서 앞뒤 다 잘려나간 구성으로 이야기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는지 의문입니다.(뭐, 자금이나 제작 기간 등의 문제겠지만요.) 차라리 엔딩이라도 게임과 달리 좀 더 밝은 엔딩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참 아쉬움이 남는 군요.
게임 내에서 보여 지는 각 캐릭터들의 독특한 모습들. 아쉽게도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다.
3. 스토리를 쫓기 급급해 미흡해진 액션들.
월희의 또 다른 중요 요소는 역시 액션입니다. 게임 자체가 비주얼 노벨이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글로 표현된 캐릭터들 간의 전투는 그야말로 박진감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토노 시키의 직사의 마안, 최강의 진조라는 알퀘이드 브륜스타드의 압도적인 힘, 게다가 666마리의 짐승들을 몸속에 담고 있다는 네로 카오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열을 이용한 공격을 가하는 토노가의 최강자 아키하.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들 중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나마 비중있게 다뤄진 토노 시키와 네로 카오스의 대결도 마치 시키가 우연찮게 카오스를 죽이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되어 시키(안에 잠들어 있는 나나야 시키)와 진조들조차 두려워하던 최강 사도 네로 카오스를 삼류 이미지로 전락시켜버렸죠. 그 때의 충격은 정말 원작 팬들에게 굉장했을 겁니다. 하여간 애니메이션은 게임의 방대한 스토리를 따라 잡기위한 급급한 전개로 정작 중요한 액션신들을 완전히 무시한 듯싶습니다.(그 탓에 월희가 알퀘이드와 시키의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 듯.) 캐릭터들의 액션이 궁금하신 분들은 멜티 블러드라는 월희 캐릭터들을 이용한 대전 액션이 나와 있으니 한번 즐겨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액션 연출이 원작에 근접하고 액션 게임 자체로도 꽤나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그나마 가장 인상 깊게 본 액션신. 나나야 시키의 알퀘이드 17분할 회쳐먹기. 액션 자체의 박력보다는 그 분위기가 멋졌다.
사실 아쉬움점만 말하자면 역시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 미안한 법. 진월담 월희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도 많습니다. 특히, 음악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게임의 음악도 나쁜 건 아니었지만,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정말로 월희의 어두운 분위기와 접목되는 것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웅장한 느낌과 음울한 느낌이 드는 귀기적인 음악들. 게다가 성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나 사운드 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작화 퀄리티도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고... 확실히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흥미가 끌릴만한 요소도 많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한 뒤 진월담 월희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스토리 보다는 캐릭터들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나 액션들에 더욱 관심을 두기 때문에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게 되는 것이겠죠. 결국 보는 관점의 차이인 듯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덧을 붙이자면, 매장기관이 가진 개념무장의 극상이자 시엘의 제 7 성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제 7 성전의 발동은 정말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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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게임을 해보지 않는 저로서는 뭐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어쨌거나 1쿨 애니메이션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많은 분량을 12화로(진월담 월희는 12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압축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잘려나간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SKOON님께서도 이미 지적하셨지만, 캐릭터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도 많구요.
음... 딱히 월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애니들 중에서는 그런 작품이 좀 많다... 고나 할까요?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들 중에서 1쿨로 끝난 작품들은 대부분 주인공 급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만도 힘이 벅차 보이더군요. ;; (캐릭터들은 이것저것 나오는데, 활약은 거의 없다는 ;;)
그나저나 SKOON님의 글을 보니,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 수 있겠네요. (스토리 자체가 너무 어두웠던 탓인지는 몰라도, 애니의 캐릭터들은 성격이 죄다 암울... =_=;;) 그나저나... 1화 후반에서 나오는 그 17분할... 은 역시 임팩트가 강하다는... ;;
지금까지 토감란에서 올라온 글 중에서 가장 영상적인글이군요..^^; 약간 쌩뚱맞는 말이긴 하지만 일본 참 대단하더군요. 월희 제가 알기론 동인들이 만든 겜인데...그것에 대한 동인들이 또 생겨나서 동인 게임 위한 동인 겜을 만들 정도라니..참 일본 대단한 나라..
아, 맞다. 12화였군요. 뭐, 제작사 타입문이 동인 회사로 시작해 지금은 상업 회사로 전환했으니... 게다가 올해도 페이트란 겜으로 또 대박을 터트렸더랍죠.
페이트... 올해 나온 게임이었습니까? 전 나온지 꽤 된 줄 알았다는... ;; (애니를 보기 시작한 것도 올해 초라서, 그쪽 소식은 영 어둡네요 ;;) 그나저나... 코하쿠와 히스이의 진짜 정체가 뭔가요? 애니를 보는 내내, 항상 그게 궁금했다는... ;; (뭔가 있는 거 같긴 한데, 애니에서의 그 쌍둥이들은 아무 활약이 없으니)
그 뭐더라...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진 않는데, 그 자매들도 이능의 능력자입니다. 그 능력이 토오노가에 흐르는 불온한 피와 충동을 억제시키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시키와 아키하의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납치해온 것이죠.(시키도 그와 비슷하게 나나야란 가문에서 납치되었다는)
이건 좀 심각한 네타인데, 시키의 아버지가 코하쿠 자매를 납치해 온건 자신의 힘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폭주를 막는 방법으로 성적인 가학과 일방적인 폭력이 가해져서 그 대상이었던 코하쿠는 사실 성격이 파탄나 있는 상태죠.
뒤늦게 히스이도 그 사실을 알고 말수가 적어진 것이고, 아키하도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에 그 두 자매에게 조심스러웠던 겁니다. 시키만 모르고 있는 상태... 게임 내에서도 그 두 자매의 루트로 흐르지 않는한 그 얘기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뭐, 대충 그런 사연이라는... 그만큼 당했으니 코하쿠가 토오노 가에 복수심을 불태우지 않을리는 없을테고 말이죠...
애니 부분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좀 아쉬운 느낌이네요. (사실 애니에서 코하쿠는 굉장히 밝은 느낌으로 나오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