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 매우 깁니다.
다 읽으시기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아래 스또리 부분을 떼어내고
절취선 아래만 읽으셔도 될 듯 합니다.
------------------------스또리---------------------------
제가 기타를 처음 친 건 1992년이니까 초등학교 6학년때였어요.
저희 누나가 기타를 배운다고 학원을 등록해놓고는 보름후에 기타를 구입.
그리고 한달만에 관뒀죠 -_-;;;
암튼 전 어린 마음에 고고 참 신기한 악기 같아서
부여잡고 코드를 연습하기 시작합니다.
허나 어린놈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F코드에서 F받고 기타를 접었죠.
중2때 놀고 있는 기타가 안쓰러워 다시 기타를 잡기 시작했고 그때는 악으로 깡으로
하이코드도 잡고는 줄기차게 치기 시작합니다.
핑거링에 맛을 들여 기타를 처음 치는 사람들이 누구나 치는 곡들을 타브악보보며
마구 쳐댔고 고1때는 녹음해서 제가 들고 다니면서 들었답니다. -_-;;; 아.. 재수없다.
고1때 다른 반 친구가 '내년 축제에 나가자 니가 기타 치고 내가 부르고'
뭐 그때까지는 '그래' 하다가 이쉑히가 '여자친구한테 불러주게' -_- 니미;;;
암튼 하기로 하고는 고2 가을에 축제때 신청을 해놨죠.
그리고 그 다음날 이놈이 여자친구한테 차입니다.
신청은 해놨고 오기가 생겼는지 '무슨 발라드야~!! 메탈리카다~!!'
하더군요.
-_- 일렉은 만져보지도 않았는데;; 하고는 2주간 연습해서 그 유명한 Enter Sandman을
연습하고 갖은 노력 + 로비 결과 축제 가요제에서 1등을 했습니다.
상품은 -_- 영어 선생님이 쓴 영어 삼국지 만화책 ;;; 콜록;;
그 이야기를 들은 저의 음악 스승이자 친구인 놈이 공연하는데 세컨 기타가 없다며
같이 공연을 하자 그럽니다.
고2 11월 모의고사를 오방 잘본 직후라 부모님께 '제 공부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하고는
고2겨울방학 한달동안 25곡을 카피하여 -_- 첫 단독 공연을 하게 됩니다.
기타도 빌려서 썼었어요.
삼익이었나... 암튼 그리고는 3월 모의고사에 남들 30점 오를 때 혼자 20점 떨어지는
기염을 토해내고 여차저차 해서 학교에 대~충 들어갔습니다.
합격이 남들보다 좀 일찍 결정된지라 겨울방학을 이용해 1부에 10곡, 2부에
메들리 5곡... -_- 자작곡 + 카피곡들 하여 두번째 공연을 하게 되는군요.
그리고는 대학에 들어가 여름방학마다 그놈들과 공연을 합니다.
99년엔 메탈리카 + RATM + Limp Bizkit + Deftones + Sepultra 같은
적당히 빡센 음악들을 하고 00년엔 아예 Pimp 공연을 했죠.
그리고는 서태지가 돌아와 핌프를 한다고 하여 '우린 하지 말자 누가 보면 따라한 줄
알겠어' 하고는 해산합니다.
01년에 The Dorazi 라는 이름도 이상한 밴드에 후배들의 손에 잡혀 끌려들어갑니다.
거기서는 '즐거운 음악' 이라는 컨셉으로 정말 신나는 음악들을 위주로 카피했고
베이시스트의 군입대로 인한 멤버 교체, 드러머와 베이시스트의 정분으로 인한
균열 등이 원인이 되어 해체한단 말도 없이 흐지부지 됩니다.
사실 그런 것보다도 그 밴드에서 뭔가 다른걸 해보려고 하다가 역량부족을 깨닫고
관두게 된거죠.
그리고는 다시 어쿠스틱으로 눈을 돌려 이병우나 빌리 맥러플린 같이
핑거링이나 라이트핸드 태핑을 위주로 하는 어쿠스틱 연주곡들에 손을 대기 시작하고
Larrivee 기타를 구입하여 통기타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리고는 저희 학교 xx대 밴드하기라는 프리첼 커뮤니티에
'기타좀 주워가세요' 하는 글을 올려 저희학교 노문과 밴드와 사회대 밴드 등에
깍두기 기타로 불려가 기타를 치고,
STD를 같이했던 베이시스트를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됩니다.
2003년 가을 연애 전선에 문제가 생긴 그 베이시스트는 '형 우울한 음악 안할래요?'
하는 문자 하나로 저를 끌고가고 술김에 STD ( Sexually Transmitted Disease ) 라는
그 이름도 불량한 밴드 이름을 만들게 됩니다.
Chevelle 이라는 우울한 미국밴드 스타일의 음악을 하다가 Muse의 Hyper Music과
Time is running out, Plug in Baby를 단지 재미로 합주합니다.
그리고는 제대로 홍가버립니다.
'우리 그냥 이거 하자. 이것저것 할거 없고' 하고 역시 술기운에 다짐하고는
다음 뮤즈 카페 http://cafe.daum.net/1muse1 에 우르르 가입합니다.
그리고 올해 4월 초까지 15회 가량 뮤즈 곡들로만 공연을 하며
약 20곡의 뮤즈곡들을 공연에 올립니다.
공연에 보러 온 사람중 한명이 같이 밴드를 하자고 했고, 지금은 그 밴드에서
데모 녹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와 너무 달라 난항을 겪고 있네요 ㅎㅎ
암튼 이게 기나긴 기타 스또리 입니다.
공연 위주로 쓴 윗 글 이외에도 기타라는 악기를 집에서 늘 끌어안고 살고
지금까지 써본 기타가 대략 10대가량 되며;; 동시 보유 6대라는 기록으로
공대생 아들을 둔 부모님 못에 방문 열때마다 대못을 발사하는 기염을 토했지요;;
기타를 너무 너무 좋아하고 닉네임도 기타햏자 입니다.
싸이 도메인에도 guitar가 들어가고. 어딜가도 '쟨 기타'
동아리 방에 가면 옆동아리에서 '기타 쓰세요' 하고 알아서 빌려주고
(많이 빌려다 썼거든요)
그런 야시꼬리 멜랑콜리한 삶을 살았더랩니다.
여자친구들 중 기타를 질투하지 아니한 여인들이 없기도 하네요.
-----------------------------절취선-----------------------
헌데 요즘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이것저것 공연올려본 곡은 100곡도 넘을 것 같고
집에서도 시간나면 자연스레 치게 되는 기타였지만,
내가 과연 이 악기를 '연주'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이 악기를 가지고 '논다' 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맘 편하게 대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악기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내가 이따위로 기타를 치는 것' 이
기타라는 악기에 아주 미안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기타를 그만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타를 치는 것에서 한발 빼고 '듣는' 쪽에 집중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John Scofield의 연주는 기타에서 제 손을 떼어내기 충분하더군요; 쩝..
한편으로는 기타로부터 도망을 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부딪쳐서 제대로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빡센 우리학교 공대 대학원 생활,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질 엔지니어로서의 삶 그런 것에 있어서 기타를 내가 얼만큼 붙잡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도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느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을 구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답답~~~해서 적어봅니다.
기타를 꺾어 말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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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s... -_- (길어요) 접을까 하는 갈등이;;;
기타햏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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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3
05.06.25 01:2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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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난 수수방관... 기타 프랫에 때낀채로 1년방치중..
그래도 기타 관리 안해주면 기타가 아파해서;;; 저거 저거 팔지도 못하겠고.. 전에 깁슨 레스폴 커스텀 팔러갔다가 현금 200만원 받고 3초간 뿌듯하고 집에 오는 내내 우울해서 죽을 뻔 했어요. 애인 뺏기는 기분;;
200이면 잘판거 아닌가요???
절취를 유도하는 ㅎㅎ 정팅 중에 슬그머니 나와서 이거 썼군요. 아무쪼록 해결(?)돼서 맘 편해지시길~
캘러암 옵션이 달려있던거고 당시엔 상태 좋은 레스폴은 200정도 했었어요 ^^ 01년이던가 02년이던가.. 암튼 깁슨 레스폴 커스텀 1600달러 하던 88년도에 캘러암 옵션이 400달러였으니;; 사실 커스텀보다 25퍼센트 비싼 기타죠;
암튼 한강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제 기타 실력이 방구석을 벗어나지 못하니 이건 뭐 남한테 기타치는 걸 보여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 같아요.
-_-;;;;; 햏자씨를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이건 정말 중간 정도의 글 길이입니다...절대 긴 글 축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전 30초 만에 읽어버렸씁니다....ㅡㅡb 더 길게 써봐~ 크크크
기타라는 악기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셔용.꼭 겁나 쳐야 기타고 기타좋아하는 사람인가요? 그냥 릴렉스하게 생각하시고 치실수있을때 치시고 음악만 듣고싶을때는 들으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용
저 역시 님과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도 역시 음악은 즐거워야 하는게 정답 아닐까요? 기타는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 잖아요. 도구에 너무 얽메이는 모습이 저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기에도 즐겁지 않더군요.
게다가 음악을 업으로 하실게 아니시라면 어디까지나 여가시간에 나를 즐겁게 해줄 평생 첩(?)으로 끼고사는게 더 즐겁지 않을까요? 왜 그런 얘기 있지요? 정말 열렬히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고 진한 우정을 나눈 사람과 결혼하라..모 문제가 많은 문장이지만 직업에 한해서 저는 동의합니다.
난 기타도 안되고 노래도 안되서 좌절 중...ㅠㅠ 힘내시구랴~ ^^
글쎄요;; 저도 고등학교때 악기를 다뤘었는데 기타는 아니고 콘트라 베이스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취미로라도 계속할걸..하는 후회를 가끔해요; 취미로 하긴 좀 비싸긴했지만; 한강에서 기타치시면서 노래부를때 NG가 좀 많았지만 그래도 듣기 좋았어요~ 계속 하시는게 좋을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