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피시장은 연기금의 '깜짝 등반'에 나흘 만에 반등했다.
기관이 2399억원 규모 주식을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지난해 8월 3일 이후 최대 규모였다. 아우인 코스닥도 약 4개월만에 500선을 탈환했다. 역시 기관 매수 덕분이었다.
지수가 1900~1950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사이 영리한 투자자들은 종목 대신 상장지수펀드(ETF)를 택했다. 지난해 12월 10조원을 돌파한 ETF 시가총액은 올해 7월27일 12조원을 돌파했고 이달 16일에는 13조원의 벽도 뚫었다.
◇주식형 펀드는 자금 빠지는데..=8월 들어 코스피가 1900선을 돌파하자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수익증권의 누적 순유입 추이를 추적해보면 1900선을 넘을 때마다 환매가 진행되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ETF는 7월말 12조원을 돌파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13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증시의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ETF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ETF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상승장에서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 200 (25,480원
145 0.6%)과 2배의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의 거래량이 늘고, 하락장에서는 인버스 ETF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당일에 사서 당일에 팔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라며 "투자자들이 똑똑해지면서 농산물 ETF, 해외주식 ETF 등 다양한 ETF로 투자가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 시장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인덱스 펀드 대비 액티브 펀드의 성과가 부진하자 ETF의 인기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자산의 긍정적인 흐름과 변동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요즘에는 지수를 추종하면서 환매가 자유로운 ET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사상최대 시총 ETF, 거부할 수 없는 매력=지난 27일 애플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삼성전자가 7% 급락하자 일부 투자자는 "삼성그룹 ETF를 저가매수할 기회"라며 삼성그룹주ETF에 재빨리 들어갔다.
28,29일 삼성전자가 반등하자 KODEX삼성그룹은 약 2.5% 상승하며 투자자에게 단기 수익을 안겨줬다. 삼성전자 (1,230,000원
35000 2.9%)는 120만원에 육박하지만 삼성그룹 ETF의 1주 가격은 6000~8000원에 불과해 소액으로 삼성전자에 투자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ETF는 인덱스펀드지만 증시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일반 인덱스 펀드(약2%)보다 수수료가 저렴(0.5%)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증권계좌를 통해 거래되지만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0.3%)도 부담하지 않는다.
종류가 많아 골라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날 한화자산운용이 만들고 한화증권이 유동성공급자인 아리랑 ETF 7종목이 신규상장되며 국내상장 ETF는 총 129개 종목이 됐다.
삼성그룹주를 바스켓으로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KODEX 삼성그룹 (6,325원
130 2.1%), TIGER 삼성그룹 (8,580원
85 1.0%) 등에 투자하면 된다. 현대차 그룹주 ETF도 당연히 상장돼 있다.
업종별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IT, 철강, 조선, 화학 내키는 대로 고를 수 있다. 투자성향에 맞춘 선택도 가능하다. 하락장에서 잘 버티고 싶은 투자자라면 아리랑 방어주 (4,740원
25 -0.5%), 고배당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KOSEF 고배당 (6,755원
30 -0.4%) 등을 고르면 된다.
특히 ETF를 이용하면 금이나 은, 콩 등 상품 투자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가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중인 상품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는 1주만 보유해도 기초지수 전체에 분산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개별종목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상품 선택의 폭도 넓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