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사람의 고기를 서로 빌려주는 일
어느 집에 눈보라를 헤치고 한 여자가 들어와 이렇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이 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쪽 팔이던 한쪽 발이던 나누어 주세요.
우리 할머님도 2, 3일 안에 돌아가실 것 같으니 그 때는 꼭 답례하겠습니다."
● 하치노헤 마을의 살인귀
하치노헤 마을에 꽤 부유한 집이 있었지만,
기근 탓에 가족 여섯 명 중 네 명이 굶어죽고 말았다.
남은 것은 아버지와 10살 난 아이 뿐.
아버지는 이렇게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집 안의 것을 모두 처분하고 아이를 집에 남긴채 마을로 나갔다.
몸이 에일 듯이 추운 날이었다.
입에 넣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이는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마루에 떨어져 있던 썩은 가지를 씹는 사이, 자신의 손가락을 뜯어 먹어 버렸다.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아이는 피투성이가 되어 울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먹고 있었다.
뭐라 할 수 없는 감정에
아버지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사 온 음식을 아이에게 배부르게 먹였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자,
아버지는 아이의 목을 잘라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다른 지방으로 시집을 갔던 딸이
아버지와 남동생이 걱정돼 친정에 왔다.
하지만 있는 것은 두 사람의 시체 뿐이었다.
그녀는 울면서 남편에게 가서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이다. 장례식을 치뤄줄 수도 없으니 집에 불을 지르고 와라.
개한테 뜯어 먹히는 것보다는 낫겠지. 나도 곧 가마."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여자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불을 피우려 했지만,
두 사람의 시체를 보는 사이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어
난로의 불에 시체의 한 쪽 팔을 구워 보았다.
그리고 여자는 두 사람을 모두 먹어 치웠다.
굶주림을 채우자 더 이상 부모도, 형제도 없었다.
여자는 정신을 놓고
나중에 찾아온 남편과 자신의 아이도 죽여 그것마저 먹었다.
여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팔과 다리는 굵어지고, 눈의 색도 이상하게 빛났다.
머리카락을 흩트리며 들판을 헤매며 시체를 찾아 방황했다.
기근 때문에 죽인 사람의 수는 헤아릴 수 없었고,
들개들이 몰려다니는 곳에 가면
사람의 시체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여자는
살아 있는 아이들에게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도저히 내버려 둘 수 없게된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여자를 쫓아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 불안했고,
오히려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간신히 여자를 산 속으로 쫓아냈지만,
이번에는 나물을 캐러 가는 사람들을 덮쳤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을 불러 여자를 총으로 쏴 죽이고 말았다.
● 히라가쵸 마을의 노파
히라가쵸 마을에는 아기를 버릴 때,
강 아래 절벽으로 버리게 되었다.
그 벼랑은 무너지기 쉬워서 기어오를 수 없었기에
언제부터인가 거기에 버리게 된 것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아이를 버리는 것이기에, 울며 외치고 벼랑을 기어 오른다.
하지만 흙이 무르기에 바로 무너져서 떨어진다.
그런데도 갓난아기들은 어머니의 젖을 그리워하며 기어오르는 것이다.
어리고 얇은 그 손가락에는 피가 스며들고,
이윽고 힘도 다해 울음소리도 점차 가늘어진다.
아침이 되면 까마귀가 먹구름 같이 달려들어 눈을 쪼아먹고,
배를 갈라 그것까지 쪼아먹는다.
그리고 어느 밤,
한 명의 노파가 아들에게 끌려와 벼랑 위에 왔다.
"살려다오! 살려다오! 이제 다시는 뭘 먹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게!"
노파는 울부짖었지만, 아들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비정하게도 울부짖는 노파를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트렸다.
강가에 굴러떨어진 노파는 한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지만,
간신히 근처를 둘러보고 몸을 떨었다.
보이는 것은 갓난아기의 백골과 썩어가는 갓난아기의 시체,
그리고 까마귀가 먹다 버린 시체 뿐.
그리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갓난아기의 흐느낌까지, 완전히 지옥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노파는 흙을 잡고 올라가려다 깨달았다.
자신이 잡은 것은 끊어진 갓난아기의 다리였다.
아마 까마귀가 먹다 흘린 것이거나 떨어지다가 잘려나간 갓난아기의 다리일 것이다.
내던지려다 노파는 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가지고 간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뼈만 남은 다리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 이후로 노파는 버려진 아이를 먹으며 목숨을 이어 나갔다.
사냥감을 빼앗긴 까마귀는 기분 나쁜 듯 모여 날다가,
이윽고 노파에게 덤벼 들었다.
"쉿! 쉿! 저리 꺼져라!"
노파는 썩은 나뭇가지 같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까마귀 무리는 물러나지 않았다.
노파는 일어서서 새를 내쫓으려 했다.
하지만 갓난아기의 뼈에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그 순간, 까마귀들은 그것을 신호로 한 것 같이 노파를 쪼기 시작했다.
눈을 찌르고 옷을 찢었다.
노파는 벼랑을 기어오르려 했지만 흙은 무너질 따름이었다.
까마귀는 가차 없이 머리카락을, 다리를, 그리고 손을 찢었다.
이윽고 까마귀들이 날아 오른 뒤 남아 있는 것은 노파의 백골 뿐이었다.
그 이후로 강의 이름은 붕천(崩川)이 되었다.
기근이 끝나고도 그 곳에서는 밤마다 갓난아기가 흐느껴 우는 소리나
노파의 비통한 절규가 밤바람에 섞여 들려 왔다고 한다.
첫댓글 설화라해야하나? 어쨌든 하나하나 다 소름
일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본문에 써져있어
우리나라도 대기근의 피해가 일본 못지않게 심했는데, 식인에 대한 기록은 경신대기근 때 단 1차례에 불과함
그런데 일본은 그 수가 헤어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음
그런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
심지어 추모비석까지 만들어도 후세에 그저 부끄럽다고 의도적으로 추모 비석을 훼손해서 감추기 급급함..
한국도 경신대기근 잇엇음 하지만 일본과 다르게 중앙집권이라 대책마련을 전국적으로 시행햇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따지는 사회라 일본만큼 식인행위가 심하지 않앗어 일본은 봉건제도에 양육강식을 따름
흥미짐진하다.. 잘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