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everyone!
안냐세여, 여러부우운! 오래간만임당~
이번 시리즈에서는 제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영어공부 방법론과 저의 경험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우등생이었고 영어 성적도 좋았지만 외국인 앞에서 쩔쩔맸던 고등학교 시절로부터 영어를 한국어만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제가 느꼈던 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먼저, 전에 어느 칼럼 독자님과 나누었던 좋은 대화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진승 선생님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직접 멜을 보내는 이유는 좀 더 영어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영어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조금 느끼긴 하겠는데, 왠지 체계가 잡히지 않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그래서 학원에 가서 직접 강의를 들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물색할까 무지 고민 중입니다. 저는 현재 외국인들과 직접 이메일 내지는 전화로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 그래도 영어를 쓸 기회가 많았고 직접 글을 작성하면서 영어를 어떻게 익히는 것이 좋은 지도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았지만 왠지 허전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조언해 주신대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OO님
영어 공부는 인내심이 필요한 긴 여정입니다.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것은 체계성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물론 문법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체계를 따지는 것이 오히려 영어 실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사고방식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 한 단어나 표현을 접하게 되면 항상 그것을 영어의 전체적인 체계 안에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자연히 문법을 분석하고 따지게 되고 막힐 때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식으로 고민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더군요:
“한국에서는 문법에 자신이 있고 문법에 의존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처음 몇 개월간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죠..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분명 소설을 읽고 뉴스를 듣고 대화를 하면 이해가 되지만 한국어로 번역이 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고 자꾸만 분석하려 들고 영어 단어 하나하나가 수학 공식처럼 보이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탈피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때로는 명확한 문법적 해설에 근거한 해석을 못할 때는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을 때도 있고요..”
그러나 저는 미국에 건너간 후 자연적인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다 보니 영어라는 것은 수학처럼 어떤 전체적인 공식에 정확히 맞추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우리 속담은 중요한 삶의 교훈인데, 영어공부도 티끌을 모으듯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체계를 너무 따지지 말고 표현 하나 하나를 그 자체로 익혀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5형식을 따지는 것, 문제가 많습니다. 5형식이 영문 이해의 바탕으로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문장이 무슨 뜻인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기 위해 항상 5형식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특히, 5형식에 잘 맞지 않는 문장들도 많은데 이런 것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정말 불필요한 시간낭비입니다.
그대신 어떤 표현이든지 최대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해가 체계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개별적인 표현들은 얼마든지 뜻을 알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익히며 표현들을 늘여가다 보면 그것들의 상호 연계성도 자연스럽게 깨달아지고, 결국 체계는 저절로 잡히게 되죠. 그래서 체계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한 것입니다.
좋은 참고서나 해설, 등도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디서든 영어를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면 이에 비례해서 실력이 늘어가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유 선생님
내용을 읽으니 머리와 가슴에 제대로 들어 옵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소위 말하는 수험 영어의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이젠 그런 피해의식에서는 해방된 기분입니다. 요즘은 그냥 영어 그 자체를 대하는 자세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너무 분석적이고 체계화된 접근으로 다가서는 것, 그 자체가 위험한 부분이 어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제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영어의 말문이 트이고 그나마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일부러라도 조성하는 것이 선생님 말씀대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라고 저도 제 자신에게 반문해 봅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영국 대사관에서 한국인들 끼리 모여서 진행하는 영어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내일 정도 있을 예정인데 무척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해서 다음에 꼭 좀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주: 여기서 “표현”은 단어, 구, 구문, 문장, 등을 다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바로 언어의 본질입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이렇게 배우죠. 하나 씩 둘 씩 표현들을 듣고 따라 하면서 언어의 티끌들이 계속 머리 속에 모이다 보면 이들을 연결하는 규칙들, 즉 문법의 체계가 자연스럽게 터득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를 이런 자연 습득이 아니라 수학과 나란히 학과목으로, 문법 위주로 배웠기 때문에 영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중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영어는 항상 (혹은 대부분) 정확하게 문법에 맞게 사용된다. 따라서 문법의 체계를 잘 이해하면 영어는 해결이 된다. (어휘만 늘리면 된다)
2. 영어에서 어려운 부분은 머리로 연구해서 알아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영어를 수학 같은 학문, 즉 지식 체계로 공부하려는 태도입니다. 수학에서는 모든 것이 정확히 공식대로 움직이고 따라서 공식만 확실하게 알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죠.
그러나 영어는 학문이기 전에 언어입니다. 네이티브들에게 어휘와 문법은 수학 공식처럼 절대, 명료한 법칙이 아니라 오랫동안 굳어진 사용 습관, 모국어에 대한 익숙한 느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화시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의 도구입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문법으로 설명이 안 되는 예외적 표현, 관용적 표현, 애매 모호한 표현, 등이 많이 생기게 되고 또 문법은 세월과 함께 변화를 거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의 사용을 통해 형성된 이런 습관과 느낌들을 머리로 연구해서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생활의 도구이므로 영어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적 이해보다 익숙함이고, 익숙함은 반복적인 사용을 통해 얻어집니다.
젓가락을 처음 써보는 사람은 매우 불편해 합니다. 간단한 것도 제대로 집지 못하죠. 그러나 자꾸 쓰다 보면 어느새 젓가락은 나의 분신이 되어버리고 그것으로 밥도 떠먹고 생선도 발라먹고, 등등 젓가락에 생소한 사람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동작도 힘 안들이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도 똑 같은 생활의 도구이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무조건 자꾸 써서 나의 분신을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여기서, 아주 당연한 의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젓가락과 영어를 비교할 수 있나염? 영어도 많이 써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영어는 일단 뜻을 알고 문법을 알고 등등, 젓가락처럼 바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요?
하하, 그 말도 맞습니다. 우리는 통상 영어는 먼저 완전히 이해한 뒤 사용을 해서 익숙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어가 언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각으로 보면, 더 바람직한 방식은 그 반대, 즉 먼저 사용을 해서 익숙해지고 이해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해도 하기 전에 사용을 하라는 건지, 점점 더 미궁에 빠져 드시나요? 그럼 한가지만 질문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영어를 “이해”하기 위해 그 많은 날들을 밤새워 씨름할 때 그 이해는 무엇을 위한 이해였나요? 표현을 당장 생활에 사용하기 위한, 직접적인 필요성에 의한 이해였나요, 아니면 지식적인 이해, 분석을 위한 이해, 또는 시험을 위한 이해였나요?
우리는 문법에 근거한 지식적인 이해를 위주로 영어를 공부해왔고 영어를 실제 사용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 표현을 실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이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이해”보다 훨씬 간단하다고 쉽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해 반드시 정확한 문법적, 체계적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문법적인 분석은 안 되더라도, 문맥이나 상황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도 있고, 잘 아는 사람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거나, 사전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 표현 자체의 기본적인 의미만 파악이 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해가 불완전해 사용 중 실수하는 것은 언어 습득의 자연스런 과정입니다. 또, 정확한 의미나 문법사항이 제대로 “이해”가 안 된 것 같아 답답하게 느껴질 경우도 있지만, 이 표현과 그와 유사한 형태들을 여러 문맥에서 사용해 익숙해지면 답답하던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영어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늘어가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사용은 현재 자기 수준에 맞는 쉬운 부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쉬운 것부터 익숙해지면 어렵던 것들도 쉽게 이해될 때가 반드시 오게 되기 때문이죠.
이것이 영어와 수학의 차이죠. 수학은 수학적 두뇌가 없으면 쉬운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 봐도 어려운 단계로 올라가는 데 한계가 그어지지만, 영어는 도구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쉬운 부분부터 자꾸 써보기만 하면 아무리 어려운 부분이라도 결국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영어 공부가 젓가락 연습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제가 가볍게 드리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영어가 훨씬 어렵게 생각되는 것은 이런 방식으로 해보지 않아서이지 영어 자체가 어려워서는 아닙니다. 영어를 수학처럼 공부하다 보니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것이죠.
따라서 위 1, 2번의 오해는 언어 현실에 맞게 다음과 같이 바로 잡아야 합니다:
3. 영어는 원칙적인 문법에서 벗어나는 부분들이 아주 많다. 따라서 문법은 영어 공부의 시작일 따름이다.
4. 어려운 부분도 영어를 꾸준히 사용하며 익숙해지면 저절로 알아진다.
사실, 1, 2번의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영어에도 물론 법칙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법과 영어에 대한 해설들은 영어의 많은 부분들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학습에서 체계적인 비교, 분석, 정리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영어의 전부로 알고 더 중요한 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핵심은 언어의 법칙은 사실상 습관이요, 언어의 의미는 수학처럼 정확한 정의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상과 느낌들이라는 것, 습관이기 때문에 예외가 많고, 느낌이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이 힘든 의미, 애매한 의미들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문법을 수학 공식처럼 절대시한다면 결국 좌절하게 되고 문법은 오히려 영어의 걸림돌이 되겠지만, 그 성격과 한계를 잘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문법은 영어라는 긴 여정의 친절한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표현들을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그 자체로 익혀간다고 해서 “티끌 모아 태산”입니다. 이를 통해 표현들의 다양한 의미와 상호 연관성이 깨달아지고 급기야 영어 전체에 대한 익숙함과 이해가 자리를 잡으면 영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태산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칼럼부터는 구체적인 예와 저의 경험담을 통해 이 방식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출처: 능률영어사 인터넷 어학원 Englishcare
http://www.englishcare.com/engdb/professional_list.asp?id_num=3
영작 전문 카페 <영작사랑>
http://cafe.daum.net/love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