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kbs 라는게 공영 방송이라는 것때문에 권력의 흐름에 따라서 이런 저런 안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게 드라마나 특히 사극에서도 보여주는 적이 간혹 있죠...
물론 '왕과 비'나 아직 방송을 하지 않은 이순신같은 그런 바람보다는 자질 문제일지도 모르는 것도 있지만 특히 '현대사'를 다룸에 있어서는 역설적으로 방송 자체가 방영되는 현 시대를 반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해방 전후를 그렸던 두 편의 사극 '새벽'과 '여명의 그날'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1. 문화방송의 '제 1공화국' 때문인지는 몰라도 비슷한때 kbs에서 해방 전후 ( 해방~대한민국 정부 수립)를 다룬 대하 사극 '새벽'을 방영한 바 있습니다. 80년대 초라는 암울한 시대이지만 70년대 말과는 달리 '좌익의 이름을 공개하는' 시대인데...
역시나 80년대 kbs 라는 한계를 보여주는 셈이죠..
늘 그렇듯이 좌익은 '악의 소굴'쯤 되는데 신기한 것은 문화방송과 달리 여기서 악의 축은 '박헌영'이라는 겁니다. 우리의 김일성 동지께서는 단 한번도 출연하지 않는 압박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출연시키기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일지도 모르죠...
2. 좌익을 다루는 수준이 딱 2000년대의 야인시대의 그 수준입니다.
-_-;; 제작비를 아끼시려는지 '제주도 폭동' ( 차마 4.3까지는 안 다루고 그전에 있었던 야산대와 경찰의 대결)이나 '10 . 1 폭동'을 '스튜디오 촬영'의 엽기로 보여주죠... 더군다나 시대 연대기도 날아다니는 터라 좀깹니다.
3. 박헌영은 SM 변태로 출연합니다. 임혁 ( 여인천하의 갖바치. 명성황후의 미우라 공사)씨가 열연하다가 결국 중도 하차할 정도로 '인간 쓰레기'로 그리는데 압박이고. 이승만( 신구: 니네가 게맛을 알아!!) 김구 ( 이치우: 지금 평양에선에서 오진우, ) 여운형 ( 왕건에서 궁예 부인 장례 치루다가 맞아죽은 스님 )등등이 돋보였습니다. 제 4공화국에서 '노태우'로 나온 분이 '좌익에 심취해서 조선 정판사 사건등에 개입하다가 결국 개과 천선해서 죽고 마는' 분으로 나오죠..
4. 재밌는 건 남한측 인사중에서 '장택상'을 아주 간신배로 그린다는 점입니다. ( 이건 문화방송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자세한 이유는 생략) 하기야 '리버럴한 미국인들에게 네로의 얼굴에 괴링의 마음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지만-실제 평이 이랬음-. 특히 최능진과의 대결에서는 그 비겁성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 당연히 시대가 시대인지라 최능진에 대하여 자세히는 안다룹니다. -_-;;)
친일파 척결도 아주 훌륭히 처리하는 걸로 그립니다. ( 대략 정신이~)
5. 6월 항쟁 후에 기획 제작된 '여명의 그날' 같은 경우는 오히려 지금 보다도 더 객관적으로 그리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원래는 해방-1950년 6월 25일까지를 그리려고 했으나 각종 여론과 언론의 항의로 7회 종영을 합니다.
일단 쇼크를 주는 장면이 한국전쟁사 구석에 나와 있는 북의 괴수 김무정을 '조선 혁명군의 영웅'으로 그리는 점이죠. ( 주현씨가 맡았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볼수 없었던 좌익 무장 독립단-조선 의용군-의 찬란한 모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소련군 대위로서 동지들과 함께 해방의 날을 준비하는 미남형 김일성-전광렬씨가 맡았습니다.'이 당시 국민들에게 대단한 압박이었습니다.
6. 특히 가장 문제시 되는 장면이 '평양 비행장 착륙을 위해 낙하산 훈련을 받는 김일성 일행' 과 '해방 이후 트럭을 타고 평양에 개선하는 눈물겨운 김일성 일행'의 모습이죠.. 당연히 신문 사설에까지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건 미-소 양국으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찬밥을 먹고 있던 우파 독립지사들과 임정 요인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모 신문에서는 '마적단 출신의 가짜 김일성의 미화'니 '북의 선전에 나오는 김정숙-뽀글이의 모친-의 미화니' 어쩌니 저쩌니...
7.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짜증나는 건 백준기씨가 맡았던 젊은 박정희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초기부터 임정과 결탁해서 만주군 내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조선인 장교를 포섭하는 비밀 독립군 첩보원'으로 나옵니다. ( 웃기는 건 박대통령 자신도 이런 걸 자랑한 적이 없습니다. 어용 소설가의 창작이라죠 -_-;;;)
8. 내용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캐스팅은 괜찮았습니다. 일단 새벽에서 열연한 신구씨가 이승만, 이영후씨가 김구 ( 이분은 야인시대에도 김구로 나왔죠.) 이범석에 강민호,(전우의 주인공) 조소앙에 최흘 ( 파파 스머프 목소리 -_-;;) 조신성 ( 조만식의 누나)에 태현실, 김일성의 전광렬, 최용건에 김흥기 ( 최근에 쓰러졌죠 -_-;;)등등...
지금봐도 대단한 퀄러티고 '독립운동가 김일성'도 극 뒤로 갈수록 '북조선의 권력을 쥐려는 음험한 인간'으로 변해가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비난과 함께 사라진 개인적으로 봐서는 비운의 작품이죠..
9. 고의적인 사실왜곡까지도 드라마에서 자주 벌였던 kbs에서 만드는 이순신은 과연 어느 수준으로 갈까요?
ps: 김일성 부대의 낙하산 훈련설은 '세기와 더불어-김일성 회고록-에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박정희 독립군설'이나 '원균 명장설'이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새벽'에서 기억나는 대사가 그거죠. '지금 덕수궁에서 미-소가 보고 있는 지도는 모스코바의 지도도 아니고 워싱턴의 지도도 아닌 우리 조선의 지도이다' ( 김구 선생이 실지로 한 말이랍니다.)
첫댓글 적어도 장택상씨나 조병옥씨는 해방후 수도경찰청장, 경무국장(맞나?)를 지내면서 친일파 청산에는 아주 미온적이었죠. 노덕술같은 노련한 친일경찰을 다시 불러 모으기까지 하고, 아무튼 좌익척결에는 앞장선건 사실이지만 친일청산문제에서도 좀 오점이 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