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제주 사람들의 불굴의 정신이 세계인에게 반전과 평화에 대한 희망과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4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 초청작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을 만든 레지스 트렘블레이(69) 감독의 바람이다.
트렘블레이 감독은 8일(현지시간) 시카고 컬추럴센터 클라우디아 캐서디 극장에서 첫 공식 상영회를 가진 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관객들의 기립박수로 오랜 수고에 보상을 받은 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메인주 출신의 독립영화감독 트렘블레이가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 성향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제작한 총 80분 분량의 이 영화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를 4·3사건의 역사적 맥락에서 그려낸다.
트렘블레이 감독은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금 제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한다"며 "제주 역사와 강정마을 사람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세계가 들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트렘블레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 이 영화의 목적은 무엇인가.
▲ 미국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주고 싶다. 미국 정부가 수십년전 자행한 일, 지금까지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일들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들이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언가 하려는 의지를 갖는 변화를 보고 싶다.
-- 영화 제작 계기는.
▲ 국제평화운동가인 브루스 가그넌(글로벌 네트워크 설립자 겸 사무총장)이 제주에 보낼 연출가를 찾고 있다고 해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기금모금을 해주었다. 동아시아의 반(反)기지 반 미군에 관한 짧은 필름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강정마을에 직접 가서 보고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새로운 틀을 갖게 됐다.
- 세계평화영화제 초청 감독 패널 토론
-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제주의 영혼들'(The Ghost of Jeju)을 감독한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8일(현지시간) 2014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POEFF)에서 상영회를 마친 후 독립영화 감독 패널들과 함께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3.10 chicagorho@yna.co.kr
-- 이전에는 어떤 영화들을 제작했나.
▲ 환경 다큐멘터리, 점령운동(occupy movement) 다큐멘터리, 지역사회보도 TV쇼 등을 만들었다. 피처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방대한 사진과 영상 자료들은 어떻게 구했나.
▲ 맨 처음 시작 때는 시카고대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많은 정보를 공급해 주었다. 미군에 의한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 심층보도로 퓰리처상(2000)을 받은 AP통신 찰스 핸리 기자가 많은 도움을 주었고, 한국의 4·3평화공원 측에서 문서·사진·영상 등을 제공했다.
-- 강정마을을 처음 방문한 것은 언제이고 작업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 2012년 9월이다. 한달간 머물면서 현장을 취재하고 자료를 모았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8개월 동안 매일 10~12시간씩 강행군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 왜 제주의 '영혼들'인가. 무엇을 상징하나.
▲ 제주 사람들은 신화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는 걸 알았다. 조상의 영혼도 곁에 남아있는 걸로 믿는다고 했다. 리서치를 통해 차츰 이해하게 됐다. 또 올리버 스톤 감독이 사람들의 귀신(영혼) 목격담을 들려주었고 찰스 핸리 기자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미군 병사들이 귀신을 봤다는 증언을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이걸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한편 트렘블레이 감독은 12일부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주 등에서 미주 순회상영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