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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2015년 프랑스 도의원 선거에 한국인 녹색당원이 출마했었다는 사실을요. 녹색전환연구소 프랑스 통신원인 정운례 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연구소 해외 소식으로 작년 이맘때에 프랑스 선거제도에 대한 연속 기획글을 올려주셨는데요, '선거제도 개혁'이 시대의 과제인 지금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공유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 칼럼] 프랑스 선거, 당신이 궁금해 하는 10가지 (1)
*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읽기
http://igt.or.kr/index.php?mid=abroad&document_srl=54020
작년 이맘때쯤 도의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등록 마감을 불과 일주일 앞둔 때였다. 평생 선거 캠페인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집안 어른이나 지인 중에 정치는커녕 이장 한번 지내본 사람도 없었다. 정치인이 되려고 마음먹고 벼르고 저지른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나마저 수락하지 않으면 녹색당이 우리 선거구의 후보 명단에서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후보 수락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 내가 나를 아니까. 마음이 움직인 결정적인 원인은 나를 추천했던 동료의 추천사에 있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고 시민은 따로 있는 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시민이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는 말에 동의해 ‘그래, 진정한 민주주의 한번 이뤄보자’는 생각으로 두 달 간 오체투지했다.
한국 녹색당 관련인을 만날 때, 프랑스 녹색당 후보로 작년 3월에 프랑스 도의원선거에 출마했었다고 소개하면 이어지는 한결같은 질문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언제 어떤 선거를 치르냐,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냐, 기탁금을 얼마나 내느냐, 선거자금 한도액이 있느냐 등등. 녹색전환연구소에서도 물어오고, 파리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오셨던 대표자들 몇 분도 물어오셨다.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많으신 것 같아, 총선 기간에 맞춰 프랑스 선거에 대해서 연재를 할까 한다.
1. 프랑스에서는 어떤 선거가 언제 있나?
한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의원을 하루 한 날 뽑기 때문에 투표용지 여러 개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가는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한 번에 한 의원을 뽑는다. 프랑스에서 시의원선거, 도의원선거, 지방선거는 매 6년마다 치러지고, 유럽의원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는 매 5년마다 치러진다. 한국은 지금 총선으로 정치인들의 줄서기 작업이 한창이던데, 프랑스는 올해 선거가 없어 조용하다. 내년 4월 23일과 5월 7일에 대선을 시작으로, 6월에 총선, 2020년 초에 시의원선거, 5월에 유럽의원선거, 2021년 3월에 도의원선거, 12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유럽의원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1차 및 2차 투표를 거친다. 유럽의원선거는 프랑스만의 선거가 아니므로 이 글에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2. 결선투표제가 어떻게 진행되나?
1-2차,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치루는 결선제를 도입하는 나라마다 상세 규정에 차이가 있고, 프랑스라 하더라도 총선과 시의원 선거의 결선제의 규정이 다르다. 총선과 도의원선거의 예를 들어보면,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고, 동시에 등록된 유권자 중 25%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다시 말해서 50% 이상의 지지율이 나왔다 하더라도 선거율이 저조해서 등록된 유권자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했다면 2차 선거를 치러야한다.
실례를 들어보자. 작년 도의원선거 1차 선거에서 삭투루빌(Sartrouville) 선거구의 UMP당 후보가 55.74%라는 상당히 높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아닌 득표수를 집계해보면, 등록된 전체 유권자 51,177명 중 23.74%인 12,016표를 얻었다. 즉 선거율이 낮은 탓에 과반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선거인의 반의 반 표도 얻지 못해서 2차 선거를 준비해야했다. 다섯 팀의 후보 중 12.5% 이상 득표한 팀이 UMP밖에 없었으므로 최다 득표한 두 팀의 후보가 2차 선거를 치렀다. 참고로, 이 선거구의 선거참여율은 1차 선거 43.18%, 2차 선거 38.90%이었다.
3. 프랑스에도 비례대표제가 있나?
대통령, 국회의원, 도의원은 2차 선거를 통과한 후보만이 실무를 수행하고, 시의원과 지방의원은 2차선거에 오른 후보들 사이에 비례대표제가 적용되어 의원직을 차지한다.
비례대표제의 경우, 후보자 단독출마가 아니라 ‘리스트’라고 불리는 팀을 구성해야 후보등록이 가능하다. 후보자는 선거구의 인구수에 비례해서 정해진 홀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시의원선거에서 해당 시의 인구에 비례해서 39명의 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리스트에서 1번이 되고, 그와 함께 시의원으로 일하고자 하는 이들을 38명 찾아서 명단을 채워야 한다. 1번이 남자면 이어지는 순서는 반드시 여자-남자-여자-남자 순이 되고, 1번이 여자면 2번 이후는 남-여-남-여 순이어야 한다.
지방선거의 경우, 하나의 지방 안에 여러 개의 도(département)가 있어서 명단등록과 의원점유율 계산이 아주 복잡해진다. 지난번에 프랑스 지방선거에 대한 글에서 상세한 설명을 했는데,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설명을 해보면, 일드프랑스(파리와 인근)의 경우, 녹색당 후보로 에마뉘엘 코스가 나섰다. 일드프랑스에는 여덟 개의 도가 있고, 각 도마다 인구수에 비례해 명단을 작성해야만 에마뉘엘 코스가 지방의원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파리는 에마뉘엘 코스를 필두로 한 리스트에 총 42명, 센에마흔느에 77명, 이블린에 27명, 에쏜에 24명, 오드센느에 30명, 센생드니에 29명, 발드마흔느에 25명, 발드와즈에 23명해서 일드프랑스에서 총 225명(반드시 홀수!)이 한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녹색당과 시민연합-CAP21 이 연합했다. 다른 당 후보도 마찬가지로 각 도마다 같은 수의 지지자를 찾아 총합 225명의 명단을 작성해서 경시청에 제출해야만 후보등록이 된다.
1차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없거나, 과반을 넘었다 해도 등록된 선거인의 반의 반의 표도 얻지 못했을 때, 지지율을 반의 반의 반, 즉 12.5%를 넘긴 후보1, 후보2, 후보 3이 2차선거를 치른다. 만일 지지율 12.5%를 넘긴 후보가 하나밖에 없거나 아무도 없다면 최다득표를 한 두 후보가 2차선거를 치른다. 지난 지방선거 1차선거 결과의 실례를 볼까?
파리에서 1차 선거 결과, 우파연합과 좌파연합이 각각 32.93%와 31.42%로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녹색당이 10.92%, 극우전선이 9.66%의 지지를 받았다. 이하 후보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파리 주변 지역을 통합한 ‘일드프랑스’에서의 득표수를 집계한 뒤, 등록된 선거인 수를 분모로 퍼센티지를 산출해보면 각각 30.51%, 25.19%, 8.03%, 18.41%로 순위가 뒤집힌다. 파리에서는 녹색당 지지율이 3위, 극우전선 지지율이 4위였지만 일드프랑스에서는 극우전선이 녹색당을 월등히 앞질러 12.5%를 넘기면서 2차 선거 후보로 오른 것이다.
1차 선거 결과, 프랑스 전국에서 극우전선의 파도가 넘실댔다. 전국의 52%가 넘는 시에서 극우전선이 선두를 달리는 경악할만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에마뉘엘 코스는 녹색당의 이름으로 좌파연합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2002년 극우전선이 대통령 2차선거 후보로 오르던 그 악몽이 반복될 것인가? 프랑스는 긴장상태에 놓이고 선거율을 높이자는 시민캠페인이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선거율 속에 치러진 2차 선거 결과, 파리에서는 좌파연합이 녹색당의 지지를 흡수하면서 1차 선거의 순위를 뒤집고 49.64%로 1위를 달렸고, 우파연합은 44.26%, 그리고 극우전선은 높아진 선거율에 밀려나 6.10%의 순이었지만 일드프랑스 집계에서는 우파 43.8%, 좌파 42.18%, 극우전선 14.02%로 전체 판도가 달라졌다.
이 경우, 지방의원 좌석점유율을 어떻게 계산할까?
일드프랑스 지방의원의 총좌석 수가 209석이다. 최다득표를 한 우파연합이 먼저 ‘보너스’로 25%를 먼저 차지한다. 따라서 52석 선점유. 이어서 남은 157석을 세 후보가 득표율로 나눠가져 각각 68석, 66석, 22석을 차지한다. 다 더하면 총 208석, 한 자리가 남는데, 이건 최다수 득표를 한 당에게 돌아가 우파연합은 총 121석을 차지하게 된다. 각 당의 도별 의원 수 배정은 일드프랑스의 각 도별 득표비율에 따른다.
4. 다수의 당이 연합 출마한다거나 2차 선거에서 연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파리회의로 이곳에 오신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한재각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아니, 어떻게 ‘연합’ 출마가 가능할 수가 있나? 합당을 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면 만들었지 서로 다른 당이 어떻게 연합을 해서 출마를 할 수 있나? 한국에서는 절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깜짝 놀라셨다.
선거구역이 작은 시의원선거에서는 연합하는 일이 없지만 선거구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연합 출마하는 경향이 강하다. 도의원선거와 지방선거가 그렇다.
도의원선거는 리스트가 없고, 2015년부터 여성의 정치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남녀 후보 둘이 한 조가 되어 출마해야 한다. 남녀 부후보 둘까지 합해서 총 4명이 한 조가 되어 후보등록을 하며, 선거가 끝나고 의원이 된 후에는 남녀 후보는 각각 서로 다른 의원생활을 한다.
도의원선거에서 한 선거구는 보통 세 개의 도시에서 많게는 약 40개의 마을을 포괄하게 되는데, 그중 한 도시에 사는 후보들끼리 출마하는 경우는 드물고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에 사는 서로 다른 당 후보가 연합해 4인 1조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서로 다른 도시나 마을의 지역적인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어 하나의 도시/마을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여러 도시/마을을 포괄한 도 단위의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짜는데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당과 연합하는 경우, 좌파와 우파가 연합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극우전선과 연합하려는 당은 더욱이 하나도 없다. 보통 우파는 우파끼리 좌파는 좌파끼리 연합하고, 녹색당은 좌파와 연합해왔는데, 사회당과 연합했다가 작년에는 극좌파와 연합했다.
공약 프로그램 작성 과정부터 함께 참여하고, 리스트를 같이 짜게 되므로 다수 정당은 소수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수 정당 지지자의 표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당선이 될 경우, 소수정당에게는 그들의 정치적 믿음을 공식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1차 선거에서 패배한 당이 2차 선거에서 모 당의 지지를 공식 표명하는 경우, 리스트를 다시 짜는 경우는 드물다.
5. 후보의 기호는 늘 고정되는가?
한국에서는 새누리당은 늘 기호 1번이지만 프랑스에는 선거 때마다 바뀐다. 경시청에서 선거 후보들을 어느 한 날 일제히 소환해 그 자리에서 제비뽑기로 정하기 때문이다.
6. 창당이 쉬운가?
프랑스 녹색당의 현재 당원이 1,400명이라는 말에 한국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께서 한국 녹색당보다 훨씬 적다며 깜짝 놀라셨다. 한국에서는 창당하는데 최소한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한데 어떻게 1,400명밖에 안되는 당이 존재할 수 있는 지 의아해하셨다. 장뱅상 플라세가 작년 여름 녹색당을 탈퇴하고 가을에 새 당을 만들었다는 말에 역시 놀라시며 창당이 쉬운 지 물어보셨다.
프랑스에서는 최소 당원수를 창당의 조건으로 하지 않으며, 창당은 협회(association)을 만드는 것만큼 간단하다. 최소한 회장과 총무만 있으면 간단한 서류절차를 통하면 창당이 가능하다. 문제는 당을 얼마나 쉽게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그 당이 동시대 시민의 소리를 얼마나 많이 대변하고, 얼마나 많은 당원을 확보해서 재정적으로,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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