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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07
S#1. 도현의 꿈 (6부 56씬)
어두운 지하실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어린 도현!
다가오는 사내의 그림자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마침내 사내의 그림자가 어린 도현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순간!
리진 : (E) 나는 이상하게 불하고 지하실은 무섭더라.
순간, 사내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어린 도현, 옆을 돌아보면,
무릎을 감싸 안은 자세로, 어린 도현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성인 리진(*5부 55씬과 같은 옷)!!!
리진 : (어린 도현을 바라보며, 미소로)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
S#2. 도현의 사무실 내 드레스룸 (6부 57씬)
순간 헉! 하는 느낌으로 번쩍 눈을 뜨는 도현!
눈에 핏줄이 서며 동공이 확장되는 데서!
S#3. 서태임의 저택 / 지하 와인창고 (낮/6부 53씬에서 이어지는)
한쪽 무릎 세우고 앉아, 벽과 바닥에 그려진 낙서를 후벼 파듯 박박 지우고 있는 신화란.
계단참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우미.
신화란 : (E) 떠올려서는 안 돼....도현이가 그 아이를 절대 기억해내서는 안 돼....제발....제발..... (점점 불길한 표정이 되는 데서)
S#4. 대형서점 (낮)
매대 위. ‘이달의 작가-얼굴 없는 천재 추리소설 작가 오메가’ 라는 패널 아래 오메가의 소설들이 진열되어 있고,
그 앞에 서서 책을 고르고 있는 안실장.
리온 : (E) 오메가 작가 팬이신가 봐요?
안실장 : ? (소리에 옆을 보면)
자기 소설 한권 들척이며 서 있다가 씩 웃는 리온!
리온 : 이 작가 소설 너무 재밌지 않아요? 얼굴도 무지 잘 생겼고.
안실장 : 얼굴은 알려지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리온 : (은밀히 주변을 살피더니, 안실장 귀에 대고 작게) 소문이 그래요. 외모가 완전 원빈 급이래요.
안실장 : (이 사람 뭐지? 싶어 보면)
리온 : (영업사원처럼 씩-- 웃는 위로)
안실장 : (E) 오메가 작가가 신분노출을 꺼려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S#5. 승진그룹 앞 (낮)
안실장, 한 손에 리온의 책들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편집장과 통화하며 걸어오고 있는 중이다.
안실장 : 그러니까 이렇게 편집장님께 부탁드리는 거 아닙니까. (오메가는 나를 통해서만 이야기한다)
압니다.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부사장님께서 오메가 작가를 직접 만나 뵙기를 원하십니다.
(일단 작가에게 말은 전해 보겠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끊는데)
승용차 한 대가 안실장 앞에 와 선다.
알아보고 경직되는 안실장.
뒷좌석의 창문이 내려가면, 서태임의 얼굴이 드러난다.
서태임 : (시선은 정면에 둔 채) 할 얘기가 있으니 잠깐 좀 타지.
안실장 : (긴장한다)
S#6. 승진그룹 로비 (낮)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는 누군가의 발.
틸업하면, 양복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고개 약간 숙인 채 걸어오고 있는 도현이다! (*마치 교복 입은 청소년처럼)
도현을 발견한 경비가 다가와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다.
도현 무시하고 간다.
의아한 표정의 경비.
S#7. 승진그룹 앞 + 서태임의 차 안 (낮)
안실장, 서태임의 차 조수석에 오르고 있다.
차문 닫고 출발하면, 간발의 차로 건물 안에서 나오는 도현! 서태임의 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S#8. 서태임의 차 안 (낮)
조수석에 앉은 안실장, 백미러를 통해 도현을 발견하고 !! 움찔한다.
서태임 : (시선은 정면에 둔 채 불쑥) 차부사장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안실장 : (퍼뜩 시선을 돌리며) 네? 문제라니 무슨....
서태임 : (시선 정면) 지금부터 그 대답을 듣자고 가는 거야.
안실장 : ! (불안해지고)
S#9. 백화점 / 캐주얼 매장 (낮)
도현 무표정한 얼굴로 옷을 고르고 있다.
점원이 다가와 ‘동생 분 선물 고르세요?’ 상냥하게 물으면, 대답 없이 골라든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한다.
무안한 직원.
컷 튀면, 전신 거울 앞에 와서 서는 도현. 영국식 기숙학교 스타일의 프레피룩, 그 위에 걸친 더플코트 차림이다!
주머니에서 샤프한 안경을 꺼내 쓰는 도현,
마침내 영민하면서도 시니컬한 눈빛을 지닌, 소년 인격 요섭으로의 완벽한 변신이다!
S#10.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60씬과 같은 장소)
공사가 중단된 건물의 옥상.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와 함께 끼이익-- 옥상 문이 열리더니 요섭이 안으로 들어선다.
목에는 닥터드레 헤드폰이 걸려있고, 손에는 화구가 든 가방을 들었다.
옥상 난간을 향해 걸어가는 요섭, 난간 끝에 멈춰 서서 정면의 풍경을 바라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교회 첨탑의 십자가가 보인다.
요섭, 이번엔 시선을 내려 건물 아래를 본다. 아찔한 높이.
휴대폰이 울린다.
꺼내서 보면, 액정화면에 뜬 오리진.
요섭 : ......(보다가, 수신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 대면)
리진 : (F) 차도현씨, 저 오리진이에요.
S#11.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낮/6부 59씬 편집)
리진 : 오늘은 작별인사하려고 전화 했어요. 저 해외로 연수가게 됐거든요. (피식) 어찌 보면, 차도현씨 덕분이네요.
요섭 : (F) ......
리진 : 결국 주치의도, 친구도 돼드리진 못했지만, 차도현씨 만났던 거 나쁘지 않았어요. 살아생전 못해볼 경험도 해봤고....
(문득 밝게 웃으며) 아, 저번에 병원에서 위장연애 해줬던 거 고마워요. 덕분에 즐거웠어요.
아, 그리고 불속에서 구해줬던 것도요. (말하다보니, 생각보다 추억이 많은, 잠기다가, 떨치듯 밝게)
어쨌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좋은 주치의 만나게 되길 바랄게요. (하고는 끊으려는데, 어쩐지 이상한)
차도현씨, 듣고 있어요?
요섭 : (F) ......
리진 : (휴대폰 끊으려던 손 거두며, 불안한) 차.....도현씨?
요섭 : (F) 어차피 누나도 도망치는 거잖아.
리진 : ! (멈칫 굳는, 도현의 목소리가 아니다!)
S#12.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60씬을 요섭 시점으로)
요섭 : 결국 도현이 형은 누나한테 버림받은 거네. 안 그래?
리진 : (충격의, F) 너......누구야?
요섭 : 나? (천천히 뒤로 돌아서며) 안요섭. 나이는 열일곱. 닥터 스코필드가 붙인 별칭은.... (시니컬한 미소) 자살지원자.
S#13. 갓길 (낮/6부 61씬)
끼이이익--- 갓길에 세워지는 리진의 차!
S#14. 리진의 차 안 (낮/6부 62씬 편집)
충격과 공포로 낯빛이 하얗게 질린 리진, 서둘러 거치대 위의 휴대폰을 떼어내서 귀에 붙인다.
리진 : 자살 지원자?
요섭 : (F) 그래. 자살지원자. 난 그 별명이 꽤 맘에 들어.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딸깍딸깍, 치익치익 소리---)
리진 : ! (그 소리 캐치했고, 불안해지는) 지금 이거.... 무슨 소리야?
요섭 : (E, 대답 없이, 딸깍딸깍, 치익치익--- 소리만)
리진 : ! (덜컹 불안해지며) 말해!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너?!!
S#15.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63씬)
요섭 어느 새 건물 외벽 앞에 와 서서, 그래피티용 스프레이 물감을 흔들고 있다.
요섭 : 다잉메세지를 남기려는 거지. (벽 위에 치이익-- 스프레이 물감을 뿌리며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는)
리진 : (F, 덜컹해서) 다잉메세지?!
요섭 : (작업하는 채로 무덤덤한 말투) 더 이상 살아봤자 의미 없어. 괴물 취급, 돌연변이 취급도 지겨워 이제.
차라리 내가 모두를 데리고 죽어버릴까 해.
리진 : (F, 공포에 질려 다급한) 잠깐,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봐, 요섭아!
요섭 : (잠시 그림의 구도를 가늠하듯 벽에서 좀 떨어져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죽음만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아마 저 하늘이 내 무덤이 될 거야.
S#16. 리진의 차 안 +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64씬)
리진 : 자, 잠깐만!!! (침착하려 애쓰며, 달래듯) 다잉메세지를 남긴다는 건 너도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거잖아. 그치?
내가 다 들어줄게. 내가 지금 바로 달려갈 테니까, 거기가 어딘지 말해 보라고!
요섭 : 글쎄, 여기가 어딜까? 누나가 한번 알아맞혀봐. 만일, 한 시간 안에 날 찾는다면, 우릴 막을 수도 있어.
리진 : (쿵!) 한 시간? (차 안의 디지털시계를 보면, 3:00PM) !!!
요섭 : 그래. 하지만 단 1초라도 늦으면.... 우린 이미 사라지고 없을 거야.
이제 그만 끊어야겠어. 빨리 작업을 마무리해야 되거든. 바이.
S#17. 리진의 차 안 + 거리 (낮/6부 65씬+)
리진 : !!! (다급하게) 잠깐, 끊지 마!!! 기다려, 기다리라니까!!!
하는 순간, 뚝 끊어지는 전화.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미 전원이 꺼져 있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리진. 잠시 눈이 허공을 헤매다가, 퍼뜩 누군가의 단축키를 찾아 누른다.
S#18. 호텔 레스토랑 별실 (낮)
주머니에서 징--- 진동음으로 울리고 있는 휴대폰을 테이블 밑으로 꺼내 보는 안실장.
액정화면에 뜬 오리진을 확인하고는 불길한 표정이 되는데!
서태임 : (E) 차부사장에게 혹.... 여자가 있나?
안실장 : ! (순간 퍼뜩 놀라,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아닙니다.
서태임 : (찻잔 들며 담담히) 미국에 따로 숨겨놓은 여자도 없다?
안실장 :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서태임 : (마시고 내려놓으며) 그럼 그간 몇 번의 부름을 받고도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가 뭔가.
안실장 : (움찔 긴장한다)
서태임 : 열다섯에 유학간 뒤로, 부름 없이, 자기 의지로, 한국 땅을 밟은 적이 없어.
지 에미가 들어와라 들어와라 노랠 불러도 마이동풍. 스스로 유배를 풀지 않았던 이유가, (보며) 있지?
안실장 : 그, 그건,
서태임 : (OL) 내 눈이 무서워 그랬다는 변명이라면 관두게. 그거랑은 달라.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
안실장 : (긴장하고)
서태임 : 말해보게. 그간 미국에서 안 나왔던 이유, 삼 개월 후에 반드시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
(눈빛 매서워지며) 차부사장이 나한테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뭐야, 대체!
안실장 : !!! (진땀이 흐르는데)
석호필 : (E) 차군의 인격이 자살을 예고했다고?!!!!
S#19.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 !!!! (휴대폰 든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확실해? 분명 그렇게 말했어? 자기가 요섭이라고?
S#20.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낮)
리진 : (다급한 표정으로 차를 몰아가며 통화 중) 네. 시간이 없어요! 한 시간 안에 찾아야 돼요! 그래야 막을 수 있어요!
석호필 : (F) 안실장은? 안실장한테 연락은 했어?
리진 : (울고 싶은) 신호는 가는데 계속 안 받아요! 도와주세요, 교수님! 혹시 어디 짐작 가는 데 없으세요?
요섭이가 갈만한 곳이라든가, 좋아하는 거라든가, (급해지는) 아, 암튼, 아무거나요.
S#21.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석호필 :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고 자리에 털썩 앉으며) 안요섭. 열일곱 살. 요나 인격의 쌍둥이 오빠.
천재에 가까울 만큼 두뇌가 명석하고, 자존심이 강한 인격이야.
S#22. 어느 건물 옥상 (낮)
요섭, 헤드폰을 쓴 채 스프레이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직 어떤 그림인지 보여주지는 않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채 음악만이 울려 퍼지고....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작업에 몰두해 있는 요섭의 모습 위로,
석호필 : (E) 뛰어난 심미안을 갖고 있는 반면, 추한 것은 병적으로 혐오하지.
염세적이라 죽음을 동경하고, 예술 계통에 조예가 깊은데, 특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S#23.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낮)
리진 : (듣고 있다가 퍼뜩) ......!!! 그림? 방금 그림이라고 하셨어요?
(E) 휴대폰 너머로 들리던 딸깍딸깍, 치익-치이익-- 소리.
리진 : !!! (촉이 서며, E) 스프레이 물감.....?!!!
석호필 : (F) 다잉메세지 말고, 다른 말은 없었어?
리진 : 다른 말이요? (곰곰 생각해보다가, 퍼뜩) 아, 하늘이 곧 무덤이 될 거라고 했어요.
S#24. 석호필의 방 + 달리는 리진의 차 안 (낮)
석호필 : !!! (또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옥상이야!
리진 : 네?
석호필 : 요섭이는 예전에 투신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어!
리진 : !!!
석호필 : (다급해지며) 그래서 오선생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이야?
리진 : (역시 급해지며) 일단은 차도현씨 회사 근처로 가고 있어요!
(밖을 살피며) 이제 거의 다 와 가요! 일단 회사 옥상으로,
석호필 : (OL) 회사 옥상이 아니야!
마침 신호에 걸려 끼익-- 차를 멈춰 세우는 리진.
석호필 : 빌딩엔 CC-TV가 많아. 차군을 알아보는 눈도 많고. 무엇보다 언제든 뛰어올 수 있는 안실장이 있어.
그런데도 회사 옥상을 택했을까? 요섭이처럼 머리가 좋은 놈이?
S#25. 신호 대기 중인 리진의 차 안 (낮)
리진 : !!! (그건 그렇다) 가장 발견되기 쉬운 장소에서 굳이 한 시간씩이나 기다려주진 않겠죠.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럼 어떡해요?
석호필 : (F) 침착해. 지금 차군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선생 너밖에 없어.
리진 : (울고 싶은) 그러니까 어떻게요? 앞으로 삼십 분밖에 안 남았는데 제가 무슨 수루, (하다가)
리진, 뭔가를 발견하고는 멈칫 정지된다.
보면, 저만치 서있는 교회 첨탑의 십자가!
리진 : !!! (촉이 서며) 교수님! 일단 끊을게요!
석호필 : (F) 뭔가 알아냈어?
리진 : (눈빛) 복불복! 모 아니면 도! 운에라도 걸어봐야죠!
리진 신호가 풀리자마자 전화를 끊고는 어딘가로 빠르게 차를 몰아간다. 그 모습 위로,
안실장 : (E) 숨기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S#26. 호텔 레스토랑 별실 (낮)
안실장 : (진땀을 흘리며 변명 중) 부사장님이 그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 아직 회사 일을 책임질 용기가 없어서였답니다.
삼 개월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 역시,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합니다. 경영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서태임 : (OL) 그럼, (말을 끊고) 차기준 사장이 강한병원 정신과를 캐고 다니는 이유가 뭔가.
안실장 : ! (순간 번뜩 본다)
서태임 : (한심한) 몰랐던 모양이군. 뭔가를 숨기려거든 제대로 숨겨야지!
안실장 : .....(보다가) 회장님은.....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서태임 :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 건가.
안실장 : 아시고 싶은 만큼....알려드리겠습니다.
서태임 : ......(보기만)
안실장 : ......(보다가, 결심하고) 부사장님은 지금, (비밀을 말하려는 순간)
서태임 : (OL) 자네는 아직 날 잘 모르는군.
안실장 : ? (의중을 몰라, 보면)
서태임 : 나는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든, 어떤 비밀이 있든 상관하지 않네. 알 필요도, 알고 싶지도 않아.
안실장 : (!!!) 제게 질문을 하셨을 땐, 답을 듣고자 함이 아니셨습니까?
서태임 : 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그 아이의 비밀이 무엇이든, (눈빛 서늘해지며) 차영표 쪽에 절대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안실장 : !!!
서태임 : 내 아들이 깨어날 때까지 그 아인, 무조건 괜찮아야 되네. 아무 일도 없어야 돼. 알아듣겠나?
그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아. 그게 자네가 할 일이야.
안실장 : !!! (질려버리는 데서)
S#27.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엔딩)
요섭 손에 들고 있던 스프레이 물감통을 바닥에 툭-- 떨어뜨린다.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헤드폰을 벗어 목에 걸고는 가만히 벽화를 바라보며 서있는 요섭.
카메라, 벽 쪽을 향해 팬하면,
(INS) 벽 위에 그래피티 아트로 그려진 도현과 인격들의 모습!!!
도현을 비롯하여, 세기, 페리박, 요섭, 요나, 그리고 곰인형을 안은 나나까지,
각각의 인격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그 각각의 위에 영어로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그림 맨 위에는 적힌 ‘Kill me’라는 글자!! (*6부 엔딩에도)
S#28. 빌딩 뒷골목 (낮)
리진의 차가 교회 근처 빌딩 뒷골목으로 달려와 멈춰 선다.
긴박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한 건물 상가의 화구점(!)을 바라보는 리진.
이어, 도현의 회사 방향의 길을 돌아보면, 마치 요섭의 상황이 재현되듯 시뮬레이션이 펼쳐진다.
회사 방향으로부터 걸어와 화구점 안으로 들어가는 요섭의 모습.
리진 : (보며, 추리하는, E) 그림을 그릴 도구를 사기 위해 화구점에 들른다.
스프레이 물감통을 사 들고 화구점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요섭.
리진 : (추리하는, E) 방해받지 않고 벽화를 그릴 만한 공간을 찾는다.
허공 어딘가에 머무는 요섭의 시선.
그 시선을 따라가 보는 리진. 공사가 중단된 한 건물의 옥상!
리진 : (E) 다잉메세지를 남긴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곳...
리진, 옥상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면, 교회 첨탑의 십자가!!!
요섭 : (E) 아마 저 하늘이 내 무덤이 될 거야.
순간 리진, 공사가 중단된 건물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간다!
S#29. 어느 건물 옥상 (낮)
요섭 가만히.... 시선을 내려 차고 있는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3시 58분.
마치 누군가 자신의 죽음을 말려주기를 바라듯 가만히 옥상문을 바라보는 요섭.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고...
요섭 목에 걸고 있던 헤드폰을 다시 쓴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Ben Folds의 Still fighting it 정도의),
천천히 옥상 난간을 향해 걸어가는 요섭. 난간 위로 한 발을 올려놓는다.
S#30. 어느 건물 계단 (낮)
리진 헉헉대며 건물 계단을 달려 올라가고 있다.
달리면서 시계를 보면, 10초 전. 카운트다운. 9,8,7,6....
옥상 문을 향해 숨이 끊어질 듯 달리는 리진.
S#31. 어느 건물 옥상 (낮/6부 엔딩+)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난간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요섭.
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는다.
마치 날개처럼 양팔을 넓게 펼치더니, 그대로 떨어지려는 듯 몸이 앞으로 기우는 순간,
옥상 문이 쾅 열리더니 “안 돼---!!!” 소리치며 리진이 안으로 튕겨 들어온다!
멈칫, 눈을 뜨는 요섭.
리진 : (문 앞에 숨을 헐떡이며 서서) 내려와. 내려와서 나랑 얘기해.
요섭 :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헤드폰을 벗고)
리진 : (요섭이 그린 벽화를 가리키며) 죽은 뒤에 저런 다잉메세지가 무슨 소용이야. 응?
요섭 : ......(보다가) 적어도 차도현 몸속에 우리가 살았다는 건 알게 되겠지.
리진 : 다른 인격들한테 물어봤어? 다들 죽고 싶대? 살고 싶다는 인격은 없어?
그걸 물어보지도 않고 니 맘대로 죽겠다는 거야 지금?
요섭 : (담담한) 겁쟁이들이 못하는 걸 내가 대신 해주겠다는 거야.
리진 : 니 맘대로 죽을 권리는 없어! 니 몸은 니 것만이 아니잖아!
요섭 : 그렇게 몸을 나눠 쓰니까 돌연변이 취급을 받는 거야.
리진 : 돌연변이가 아니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넌 싸워볼 용기조차 없는 거잖아!
요섭 : 뭘 안다고 잘난 체야.
리진 : (천천히 다가가며) 내려와.
요섭 : 어차피 누나도 도현이 형을 버리려고 했잖아.
리진 : (다가가며) 내려오라구.
요섭 : 그렇게 살리고 싶었으면 늦지 말았어야지.
리진 : (애원하듯) 제발.....
요섭 : 2분 늦었어. 게임은 게임이야. 타임, 오버. (몸을 돌리는 순간)
리진 : (하얗게 질리며) 안 돼----!!!
달려가 간발의 차로 요섭을 낚아채서는 바닥으로 뒹구는 리진!
그대로 굴러가 한쪽에 쌓아놓은 자재더미를 무너뜨리는 두 사람!
두 사람 위로 떨어져 내리는 자재들!
굵은 각목 하나가 리진의 머리를 강타하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양손으로 뒤통수를 감싸 쥐는 리진!
그 틈에 리진의 품에서 빠져나와 다시 난간 쪽으로 향하려는 요섭!
피 묻은 손으로 요섭의 코트 자락을 붙잡는 리진!
‘방해하지 마!’ 뿌리치는 요섭!
‘포기해, 제발!’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리진!
잠시 두 사람의 몸싸움이 이어지다가, 요섭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그 순간 요섭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는 리진!
리진 : (두 눈을 똑바로 보며, 무섭게 버럭) 차도현!!!! 정신 차려!!!
요섭 : ! (순간 태엽이 끊긴 장난감처럼 멈칫 정지되는)
리진 : 정말 죽고 싶어? 그게 차도현씨 진심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사람이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갈 리가 없잖아!!!
요섭 : (눈빛이 풀리듯 멍해지는)
리진 : 나와! 숨지 말고 당장 나오라고, 차도현!!!!
순간, 멍해진 요섭의 눈동자 속으로 쑤우욱--- 빨려 들어가면,
S#32. 도현의 무의식 (이미지 컷)
깊고 푸른 물 속.
두 눈을 감은 채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도현.
그 모습 위로 마치 수중에서 들리듯 웅웅--- 거리며 들려오는 리진의 목소리.
“들려, 차도현? 내 목소리가 들리냐고? 들리면 나와, 겁먹지 말고 나오라고”
리진 : (어느 순간 목소리 선명해지며, 애타게 외치는, E) 차도현!!!
순간 번뜩 눈을 뜨는 도현에서!
S#33. 어느 건물 옥상 (낮)
눈에 핏줄이 서며 동공이 확장되는 도현!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피에 젖은 얼굴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고 있는 리진!
리진 : 나와! 나와서 니가 요섭이 좀 말려봐! (절규처럼) 제발, 이대로 죽지 말라고!!!!
도현 : ....(리진의 몰골에 마음이 아픈, 울컥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리진의 손을 잡는)
리진 : ! (멈칫 보면)
도현 : (고마움과 자책으로 약간 울컥) ....차도현입니다.
순간 리진, 도현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바싹 잡아 당겨 눈빛을 확인한다.
도현 피하지 않고 리진을 가만히 바라봐준다.
잠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리진 : (멍...) 진짜네.....진짜 차군이네....
리진 긴장과 공포가 순식간에 풀리며 털썩 주저앉는다. 안도감에 갑자기 울음이 터져버린다.
리진 : 아놔, 진짜, 정말로 죽는 줄 알았잖아요오! 나한테 왜 이래요 진짜아—아아아앙---!
도현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리진의 얼굴을 아프게 바라보다가....
가만히.... 손을 들어 리진의 눈물을 닦아준다.
닦아주다가.... 그대로 리진의 머리를 감싸 품에 안는다.
리진 도현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운다.
두 사람 위로 조용히 내리기 시작하는 눈.
S#34. 강한 병원 / 응급실 복도 (낮)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안실장.
S#35. 강한 병원 / 응급실 안 (낮)
안실장 달려 들어오다가 멈칫 선다.
보면, 귀신 바가지처럼 뒷머리를 몽땅 앞으로 쓸어 모아 내리고 침상에 앉아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리진이고,
옆에서 지켜보며 서있는 도현(*옷 갈아입은)과 석호필.
리진 : (아는 의사다) 감정 실지 말고 꿰매 너?
응급의 : 장인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합이 일곱 땀, 예술로 꿰맸다. 됐냐? 주사 놔줄 테니까 기다려.
(하고는, 석호필에게 목례하고는 가고)
안실장 : (다가와) 괜찮으십니까?
리진 : ? (록커처럼 머리를 뒤로 확 젖혀 얼굴을 드러내더니, 밝게) 아, 오셨어요? 별거 아니에요. 부딪혀서 살짝 찢어진 건데요 뭐.
안실장 : (석호필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석호필 : (도현의 어깨에 손 올리며)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지. (앞장서고)
도현 : (짐작이 가는, 따르고) ......
안, 리 : (걱정스럽게 보는)
S#36.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도현과 석호필.
석호필 : (차 마시며) ......
도현 : (찻잔 앞에 놓고, 고개 숙인 채) ......
석호필 : (괜히 창밖 보며 딴소리) 하늘이 물 먹은 담요야. 또 한 차례 내리겠어. 퇴근 길 엉망일 거 같은데, 혹시 차 가져왔나?
도현 : 그냥.... (고개 들고, 좀 웃으며) 직진하세요. 박사님 돌려 말하는 재주 없으시잖아요.
석호필 : ......(보다가) 오선생한테...비밀주치의 제안을 했다지?
도현 : 그렇습니다......
석호필 : 근데 내가 오선생을....존스홉킨스 병원 단기 연수과정에 추천했어. 오선생도 흔쾌히 가겠다고 했고.
도현 : (무슨 말인지 알겠는) ......
석호필 : 응급실만 벌써 두 번째야. 더 이상 얽히면.... 오선생이 위험해져. 자네 사정 모르는 바 아니지만, 부탁하네.
더 이상... 세기와 자네 싸움에 오선생을 개입시키지 말았음 좋겠어.
도현 : (시선 내리며)......
석호필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착잡한데)
도현 : (시선 탁자 끝에 둔 채로, 담담히) 요섭이에게 시간을 빼앗겼을 때... 오리진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석호필 : (보며)......
도현 : 제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어요. 그 소리를 듣고 깨어났습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석호필 : .....!
도현 :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시간과 기억을 빼앗길 때마다,
누군가 이렇게 나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욕심...입니까? (눈가 붉어져서 좀 웃으며) 역시 안 되는 일입니까?
저는 그저 이대로... 괴물인 채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석호필 : ......!
S#37. 강한 병원 / 옥상 정원 (저녁)
언젠가 리진과 함께 앉았던 벤치에 홀로 앉아, 세기가 나타났던 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리진 : (언제 왔는지 그 옆에 와 털썩 앉으며) 저기 누가 또 있어요?
도현 : (보며)......
리진 : 혹시 요섭이거들랑 담에 만나면 가만 안 두겠다고 전해줘요.
도현 : ......(보다가, 시선 거두고, 다시 정면을 보며) 오리진씨.
리진 : 네.
도현 : 오리진씨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
리진 : 뭐야, 설마 자석요나 생명수, 옥장판 같은 거 팔려고 밑밥 까는 거예요, 지금?
도현 : 제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됐습니다.
리진 : 와우, 그럼 난 벌써 백만장자네, 인격을 벌써 (손가락 꼽아보더니) 세 명이나 만났으니까.
도현 : 부자가 된 후엔 모두 제 곁을 떠났지만요.
리진 : (멈칫, 본다)
도현 : (애써 좀 웃으며) 어릴 땐 그게 좀 슬펐습니다. 왜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만을 원하고 나와 친구가 되는 건 원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됐습니다. 그들이 현명했다는 것을... 나와 친구가 되면 모두 위험해진다는 것을...
(F.C) 석호필을 위협하며 목을 조르던 세기(2부 21씬).
(F.C) 목에 칼을 붙인 채 폭주2에게 위협받던 리진(3부 30씬).
(F.C) 채연의 사진을 들고 위협하던 동영상 속의 세기(6부 8씬).
(F.C) 정신을 잃은 리진을 안고 불길에 휩싸인 폐공장을 빠져나오던 도현(3부 32씬).
도현 : (플래시 컷들 위로, E) 그걸 안 뒤로 저는.... 친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벽을 쌓았고, 성을 지었고, 그 안에 나를 가뒀고, 감정을 지웠습니다.
리진 : ......
도현 : 오리진씨를 부자로 만들어주면, 아무 감정 없이, 곁에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F.C) 피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엉엉 울던 리진.
그 눈물을 닦아주다가 머리를 감싸 품에 안던 도현(33씬).
도현 : 자신이...없어졌습니다. (감정 떨치듯 일어나더니, 그제야 리진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오리진씨, 비밀주치의 제안은 철회합니다.
리진 : ......!!
도현 : (감정 지우고 담담한) 오리진씨는 공놀이를 하다 잠깐 실수로, 괴물이 사는 성안에 공을 던져 넣었던 겁니다.
공을 돌려줄 테니 내 성에서 나가십시오. 나가서...다시는 돌아오지 마세요.
리진 : 차도현씨, (내 말도 좀 들어보라고)
도현 : (OL) 그 동안 성에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을 말하지 않는 대가로, 오리진씨는 부자가 될 겁니다.
연민이나 호기심이 있었다면 모두 잊어버리세요. 저는 마법이 풀리면 멋진 왕자로 돌아오는 야수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사이, 애써 누르며) 괴물일 뿐입니다.
리진 : ......!!
S#38. 강한 병원 건물 앞 + 도현의 차 안 (저녁)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와 안실장이 열어놓은 차문으로 뒷좌석에 오르는 도현.
안실장 그런 도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운전석으로 간다.
차가 출발한다.
애써 감정을 누르며 앉아있던 도현, 울컥 눈가가 붉어진다.
S#39. 강한 병원 / 옥상정원 (저녁)
벤치에 홀로 남아 있는 리진.
도현 : (E) 저는 그저....괴물일 뿐입니다.
도현의 말이 가슴에 박혀 찌르고...찔려서 아픈 리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눈......F.O.
S#40. 도현의 집 외경 (아침)
S#41. 도현의 집 / 드레스룸 (아침)
짧은 몽타주 느낌으로 컷컷 보여지는.
각 잡힌 채 걸려있는 와이셔츠 컬렉션에서 한 벌을 골라내 입는,
색상별로 진열되어있는 넥타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내 매는,
디자인별로 진열되어 있는 시계 컬렉션에서 하나를 골라내는,
시선은 정면 거울을 응시한 채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도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한 표정. 흔들리지 않겠다는 필사의 노력. 마치 전투복을 입는 느낌으로.
이때 울리는 휴대폰 소리.
S#42. 고급 한식집 룸 (아침)
텅 빈 룸에 홀로 앉아, 착신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화란. 손톱까지 잘근잘근 씹으며 초조한 표정인데,
도현 : (F) 네, 어머니.
신화란 : (순간, 거짓말처럼 표정 환해지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게) 아들! 잘 지내?
(어리광처럼) 왜 통 안 와. 얼굴 잊어버리겠어--
도현 : (F) 죄송해요. 조만간 한 번 찾아뵐게요. 건강...하시죠? (*4부 50씬 이후 첫 대화. 상냥하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담담한 말투)
신화란 : 나야 늙은 호랑이한테 천대받는 거 말곤 무탈하지. 아들은 어때? (슬쩍, 본론) 혹시....요즘도 악몽 같은 거...꿔?
S#43. 도현의 집 드레스룸 + 고급 한식집 룸 (아침)
도현 : (어떤 느낌에 멈칫)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는데요?
신화란 : (제발 저려) 어? 아, 아니이이--- 너 예전에도 스트레스 받거나, 환경이 바뀌거나 하면, 자주 악몽 꿨잖아.
아줌마 말 들어보니까, 그날두 너 와인창고부터 들렀다며? 술도 못 마시는 녀석이 엄마보다 거길 먼저 찾았다길래,
뭐 힘든 일 있나 걱정돼 그러지.
도현 : ......힘든 일 있어 간 거 아니에요. 악몽 같은 것도, (하다가 멈칫)
(F.C) 어린 도현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성인 리진! ‘근데 너랑 같이 있으면 안 무서울 거 같아.’ 미소 짓던.
도현 : .....(악몽일까?) 안 꿔요......이제.
S#44. 고급 한식집 룸 (아침)
신화란 : (순간 안심하고, 반색하며) 그래? 정말이지? 믿어도 되지? (하는데, 노크소리) 도현아, 엄마, 손님 왔다. 나중에 다시 할게.
끊고는, 문을 향해 ‘네’ 대답하면,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양복의 사내! (*3부 38-1씬에서 차준표를 찾아줬던 바로 그 사내다)
사내 : (목례 올리고 맞은편 자리에 앉는)
신화란 : (테이블 위로 서류 봉투 하나를 툭 던져주며) 아이 하나 찾아봐요.
사내, 봉투를 열어보면, 안에서 나오는 사진 한 장.
바로 민서연의 독사진이다!!! 그 사진 위로,
신화란 : (E) 21년 전에 죽은, 아이 엄마 사진이에요.
신화란 : 그 여자 주변부터 조사해 들어가면, 뭔가 단서가 잡힐 거예요. 알겠지만, (눈빛) 이 일은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돼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움직이세요.
S#45. 출판사 / 편집장실 (낮)
문이 빼꼼 열리더니 안으로 쑥 들어오는 리온의 얼굴!
리온 : (작은 소리로) 편집장니이이임--- 나 와쪄요오오---
편집장 : (책상에 앉아 원고 읽고 있다가, 놀라 벌떡 일어나며) 여기까지 직접 어쩐 일이야?
(달려와, 얼른 문을 닫으며) 이렇게 얼굴 드러내두 돼? 직원들한텐 뭐라고 하구 들어왔어?
리온 : 오메가 작가 팬클럽 회장이라 그랬죠? (씩— 웃는데서)
커피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리온과 편집장.
편집장 : (후루룩 마시며) 영화 판권문제로 여러 군데서 문의가 오는데, 생각엔 변함없는 거지?
리온 : (웃으며) 네, 알아서 적당히 막아주세요. (마시다가) 아 참, 장편소설 기획안은 읽어보셨어요?
편집장 : (마시던 커피 얼른 삼키고는) 어, 안 그래도 그 얘기 할 참이었어. 와아, 죽이던데? 나 뒤가 궁금해서 잠도 못 잤잖아.
(자세 바로하며) 온 김에, 어떤 얘긴지 더 좀 풀어봐.
리온 : (별 거 아니라는 듯) 말 그대로 재벌가에 얽힌 미스터리예요.
편집장 : 에헤! 또 짜게 군다!
리온 : 에헤! 또 성질 급하게 군다! 때 되면 어련히 풀까!! 쯧! (그래놓고는, 느닷없이) 이야기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아이가 입양되죠. 하지만 아이는 입양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탭니다. (눈빛 아련해지는데서)
# 인서트 (쌍리 홀 / 낮)
벽에 걸린 리온, 리진 남매의 어린 시절 사진. 그 위로,
리온 : (E) 그 아이는 입양된 집의 아이와 쌍둥이 남매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우연히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그리곤 알게 되죠.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사실을.
# 인서트 (리온의 방 / 낮)
리온의 방을 청소하고 있는 지순영. 여기저기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하나씩 치우다가,
문득 예의 그 블라인드에 시선이 간다.
리온 : (E) 그리고 듣게 됩니다. 어쩌면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와 연관이 있을지 모를, 한 재벌가의 이름을.
이게 뭐지? 싶어 블라인드의 줄을 잡아당겨보는 지순영.
벽면이 서서히 드러남과 동시에 점점 굳어지는 표정!!!
리온 : (E) 성인이 된 아이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비밀리에 그 재벌가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집안에, 자신과 동갑인 아들이 있음을 알고, 그 남자에게 접근합니다.
하얗게 얼어붙은 지순영의 얼굴!!!
카메라, 벽을 향해 천천히... 팬하면,
블라인드가 완전히 걷어진 벽면에 붙은!! 무지 무지 야한 여자 포스터 사진!!!!!
(*승진가계도는 이미 치워버린)
리온 : (아련한 눈빛) 그리고....
편집장 : (반짝이는 눈빛으로 흥미진진)
리온 : 투.비.컨.티.뉴. (글자 수대로 허공을 짚으며)
편집장 : 아, 뭐야아아. 한창 재밌어지려는 참인데.
리온 : 더 알면 다쳐요. (웃으며 찻잔 집는)
편집장 : 근데, 이거 픽션이야 논픽션이야?
리온 : (마시려다가 멈칫, 하는 위로)
편집장 : (E) 미국까지 취재 간 걸 보면, 완전 픽션은 아닌 거 같고.
리온 : (피식) 그건 취재를 더 해 봐야 알겠는데요? (마시는 찻잔 너머로 잠시 서늘한 눈빛) 픽션인지...논픽션인지...
편집장 : 주인공은 남자야, 여자야? 여잔지, 남잔지에 따라 이야기의 포인트가 확 달라지는데?
여자면, 재벌가의 아들과 금기의 로맨스를 펼칠 테고, 남자면, 재벌가에 맞서 핏빛 복수를 할 테고,
일부러 애매하게 가는 건가?
리온 : 캬~ 역시, 예리하셔. (커피잔 탕 내려놓으며) 그거거든! 서술트릭! 독자의 선입견을 이용하다가,
마지막에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으로 써먹는 거! 이게 또 소설에서만 가능한 거거든.
(다시 커피잔 홱 낚아채며) 그래서 내가 영화 판권을 안 팔잖아요. 소설 고유의 맛이 사라져서. (얄밉게 후루룩 마시는데서)
S#46. 출판사 복도 (낮)
출판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리온,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안실장, 출판사를 향해 걸어간다.
서로를 인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는 두 사람.
몇 발자국 더 걸어가다가 우뚝 멈춰서는 안실장. 그 위로,
(F.C) 서점에서 ‘외모가 원빈급이래요’ 하며 씩 웃던 리온.
순간 뒤를 확 돌아보는 안실장. 그러나 이미 사라지고 없는 리온.
안실장 : (E) 오메가 작가를 직접 만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S#47. 도현의 사무실 (낮)
안실장 : 영화판권 계약 문제도 작가가 완강히 거부한 모양입니다.
도현 : (심란한)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안실장 : 글쎄요.... 정보가 될지 모르겠지만, 출판사 앞에서 우연히 오메가 작가 팬클럽 회장을 봤습니다.
편집장말로는, 얼마 후에 있을 팬클럽 낭독회 건으로 왔다갔답니다.
도현 : 낭독회요?
안실장 : 네. 팬들이 오메가 작가의 소설이나 자작소설을 낭독하는 일종의 팬클럽 정몬데,
여기에 가끔 작가가 암행을 나오는 모양입니다 팬심을 살피러.
도현 : (재밌어서 웃으며) 근거는요?
안실장 : 작가가 가끔 출판사 아이디로 팬까페에 글을 올리는데,
정모에 안 왔으면 절대 모를 이야기를 언급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랍니다.
도현 : 재밌는 작가네요. 일단 낭독회 날짜하고 장소 좀 알아봐주세요.
그리고, 모임 장소를 제공한다든지, 팬클럽 회원들에게 기념품을 후원한다든지,
뭐가 됐든 오메가 작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타진해보세요. (하고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일어나는)
안실장 : 어디....가십니까?
도현 : (옷걸이에 걸린 외투 벗겨내며) 회장님 명 받들러 갑니다. (웃으며) 맞선이요.
안실장 : ......
도현 : 영혼 팔러 가는 사람 보듯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마세요. 예의만 갖추고 금방 올 거니까.
(나가려다가, 엄포 놓듯) 따라오지 마세요? 혼자 갈 겁니다? (웃으며 나가고)
안실장 : (밝은 척하는 도현이 더 안쓰러운) ......
S#48. 고급 호텔 앞 (낮)
차 한 대가 와서 서고, 안에서 내리는 채연.
발렛파킹 직원에게 차키를 넘기고 급히 호텔 쪽으로 향하려는데,
뒤이어 도착해서 채연의 차 뒤에 대어지는 차.
보면, 안에서 내리는 차영표와 윤자경.
채연 : (웃으며 다가가) 오셨어요?
윤자경 : (다정한) 우리 안 늦었다?
채연 : 네, 저도 방금 왔어요. 들어가요.
세 사람, 적당 대화 나누며 호텔 안으로 움직이고.
S#49. 호텔 엘리베이터 앞 (낮)
호텔 꼭대기 층에서 멈추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는 세 사람.
지배인 : (다가와서) 오셨습니까 사장님.
윤자경 : 우리 애 왔어요?
지배인 : 아직 안 오셨습니다.
윤자경 : (채연에게) 늦는댔니?
채연 : 그런 말 없었는데요?
윤자경 : (남편에게) 회사에 일 있어요?
차영표 : 일하라고 만든 게 회산데 그럼. 바쁜 모양인데 들어가 기다리자구.
윤자경 : 여기 안 바쁜 사람 누가 있어요. (하며, 휴대폰 꺼내는데)
채연 : 제가 해 볼게요. 들어가 계세요.
윤자경 : 그럴래? (하고는) 여보. (들어가자고)
차, 윤 : (지배인 안내 받아 들어가고)
채연 : (휴대폰 단축키 누르고 귀에 붙이는)
기준 : (한참 만에, F) 어, 채연아.
채연 : 왜 안 와? 오빠네 부모님 벌써 와 계시는데.
기준 : (F,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 미안. 나는 오늘 참석 못할 거 같다.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 걸 깜빡했다 내가.
채연 : (기막힌) 나는 안 바빠서! (소리 커졌다가, 주변 의식해서 소리 죽이며) 꼭 나와야 되는 자리라고 강졸 하질 말았어야지 그럼!
스케줄 몽땅 캔슬하구, 내용도 모르구 나와 앉아있는 난 뭐야 그럼?
기준 : (F) 미안.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끊어버리고)
채연 : (기막히고, 어이없어, 끊긴 휴대폰을 노려보는)
S#50. 호텔 레스토랑 특실 (낮)
식탁에 4인 식사 자리가 세팅되어 있고,
두 아이를 기다리며 대화중인 차영표와 윤자경.
윤자경 : (물잔 들어 마시려다가, 멈칫 놀라 남편을 보며) 뭘 준비해요? (잔 내려놓으며) 소리 없는 총을 준비해요?
차영표 : (신문 보며) 주총까지 이사들을 포섭할 패를 준비한다는 뜻이잖아. 왜 머리 나쁜 척 해? 다 알아들었으면서.
윤자경 : (못마땅한) 그래서, 무기 만드느라 약혼은 뒷전이래요?
차영표 : 너무 채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지들이 다 알아서,
윤자경 : (OL, 답답한) 이이가 이렇게 뭘 몰라.
S#51. 호텔 레스토랑 특실 앞 (낮)
채연 : (화난 표정으로 걸어와 문손잡이를 잡아 열려는데)
윤자경 : (E) 채연이랑 약혼해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무기예요.
채연 : ......!
윤자경 : (E) 듣자하니, 회장실 쪽은 벌써부터 명성가 둘째랑 도현이를 엮을 모양이던데,
(순간 멈칫, 하는 채연 표정 위로) 이러다 판세가 뒤집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구 그래요.
S#52. 호텔 레스토랑 특실 (낮)
차영표 : 홍회장처럼 출신 성분 따지는 위인이, 도현이한테 쉽게 딸을 내줄 리가 없지. (하는데)
채연 :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며) 오빤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온다네요.
윤자경 : 아니, 어렵게 시간 잡아놓구 얘가 이게 무슨 경우야?
채연 : (쿨하게) 배신잔 냅두구 우리끼리 오붓하게 식사해요.
차영표 : (웃으며) 기준이가 채연이처럼 아량 있는 짝을 만나 다행이구나.
윤자경 : 그러게요. (흡족한 미소) 아, 며칠 전에 어머니랑 통화했는데, 들었니?
채연 : (웃으며) 그럼요.
윤자경 : 어머니 한국 들어오시면, 정식으로 약혼 날짜 잡는 게 어떻겠니.
채연 : (미소로) 주총 전에요?
윤자경 : (살짝 당황) 응?
채연 : (여전히 미소) 도현이가 명성가랑 약혼이 성사되면, 기준 오빠가 불리해지니까요. (그런 의미죠?)
윤자경 : ...(표정 좀 찌푸려지며) 엿들었니?
채연 : (그 대답은 않고) 근데, 기준 오빤 제 카드가 아직 절실하지 않은가 봐요. 아니면, 이미 손에 쥔 패라 흥미가 없거나.
윤자경 : ! (당황해서, 남편을 보면)
차영표 : (다독이듯) 남자가 일에 몰두하다 보면, 좌우를 살필 여율 놓칠 때가 있다. 널 소홀히 여겨 그런 건 아니니까 곡해하지는,
채연 : (OL, 미소로) 아저씨, 저 오빠 이해해요.
윤자경 : 얘, 채연아, 어른 말씀하시는데 중간에 끊는 건 좀... 그렇지 않니?
채연 : 아, 죄송해요. 근데, 제가 남자 일도 이해 못하는 미련한 여자로 표현되는 게 좀 그래서요.
윤자경 : (웃는 얼굴로 할 말 다하는 저 스타일 마음에 안 들지만) ......
채연 : (다시 차영표 보며) 저 이해해요 아저씨. 저도 일이 좋은데요 뭐.
그래서 당분간은 사장 약혼녀란 소리보단, 유능한 아트팀장 소릴 더 듣구 싶어요. (생긋) 그래도 되죠?
차, 윤 : ......
S#53. 호텔 / 파우더룸 (낮)
거울 앞에 서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채연. 그러다 문득 어이없다는 듯 허, 웃는.
채연 : 연애는 의사랑 하고, 결혼은 재벌이랑 한다? 갈 데 없는 속물주제에 순수한 척 하기는.
(콤팩트 탁! 소리 나게 닫고, 파우치 챙겨 나가는)
S#54. 호텔 커피숍 (낮)
조용히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도현.
지선 : (E) 도현씨, 내 말 듣고 있어요?
도현, 그제야 퍼뜩 생각에서 벗어나 앞을 보면,
찻잔을 마주 놓고 앉아있는 지선(*명성가 둘째 딸/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26세)
도현 : 아, 죄송합니다. 밖에 눈이 오길래....
지선 : (미소) 여전히 순수하시네요. 예전이랑 똑같아요.
도현 : 그 말은 좀... (피식)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채연 : (E) 내 말이.
도현, 지선 : ? (보면)
채연 : (언제 왔는지 지선 옆에 털썩 앉으며) 너 몰라 그렇지, 얘 별루 안 순수해. (도현 보며) 안 그래?
지선 : (민망+당황) 어, 언니.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채연 : (생긋) 요 위에서 기준 오빠 부모님 모시구 식사. 끝나구 영화나 볼까 해서 혜미한테 전화했더니,
니들 오늘 여기 있을 거라드라. 니들 엮어주구, 가방 하나 얻을 뻔한 사연두 있구 해서 와 봤어.
(도현 보며) 근데 넌 여친두 있는 애가 시장에 빨리두 나왔다?
지선 : ! (도현을 보는)
채연 : (지선에게) 뭘 그렇게 사슴처럼 놀라? 우리 결혼 문제야 늘 어른들의 전략인데.
절절한 연애사 하나 없이 여기 나와 앉아있는 사람 있던? 지선이 너두 유성그룹 셋째랑 꽤 길게 갔잖아.
지선 : ! (당황해서, 도현 쪽 일견했다가, 물 잔 들어 마시고)
채연 : (도현에게) 근데 넌 쫌 의외다? 내가 듣기룬 첫사랑한테 꽤나 강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안겨주구 갔다던데.
그래서 난 또 그 친구랑 꽤나 진지하고 정열적인 줄 알았지.
도현 : (악감정 없이 보며) ......
채연 : 이런 걸 흔한 말로 뭐라고 하던데....? 아, 생각났다. (미소 사라지고, 보며) 어장관리.
도현 : ......
채연 : 그 친구 앞에두 선 그어놓구, 넘어오면 자존심 걸레로 만들겠다, 협박했니? 그러니 알아서 도망치구, 피해라, 그렇게?
도현 : (담담하게) 지선씨 불편해 한다. 나중에 나랑 따로 얘기,
채연 : (OL) 아냐. 다 했어. 반갑단 인사가 좀 길어졌네. (가방 들고 일어나며, 지선에게) 순수한 거 같진 않지만,
야망은 있어 보이니까 잘해 봐. 개인적으론 안 엮였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내가 널 많이 아끼거든. (웃어주고는 가고)
도현 : ......(채연 보다가, 지선 쪽을 보면)
지선 : (얼굴 완전히 굳어져서 테이블 끝에 시선 둔 채) ......
S#55. 호텔 주차장 (낮)
채연 : (주차시켜놓은 차를 향해 삑— 리모콘 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또각또각 걸어가며, 이런 자신이 환장하게 싫은)
이건 치졸한 질투나 어장관리가 아냐. 응징이야. 통쾌한 응징.
S#56. 호텔 커피숍 (낮)
지선이 앉았던 자리에는 빈 물 잔만 놓여있고.
표정 없는 얼굴로 조용히 앉아있는 도현. 그 위로,
채연 : (E) 그 친구 앞에두 선 그어놓구, 넘어오면 자존심 걸레로 만들겠다, 협박했니? 그러니 알아서 도망치구, 피해라, 그렇게?
도현 : ......
S#57.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고개를 숙인 채 마주 앉아있는 리진과 석호필.
(*둘 다 도현 때문에 마음이 무거운 상태/
리진은 은근 석호필이 말려주길/석호필은 은근 리진이 남겠다고 말해주길 바랄지도)
리진 : ......(슬쩍 고개 들어 앞을 보면)
석호필 : ......(역시 슬쩍 고개 들어 앞을 보다가 시선 마주치자, 당황해서 얼른 시선 피하며) 티, 티켓팅 했다고?
리진 : 네.
석호필 : (짐짓 호탕하게) 잘했어! 나는 오선생이 괜히 요섭이 일로 결심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괜한 노파심이었구만 하하하! (리진 옆에 놓인 짐 상자 보며) 짐은 그게 단가?
리진 : 네. 아주 떠나는 게 아니니까요.
석호필 : 그렇지! 아주 떠나는 게 아니지! (벌떡 일어나, 손 척, 내밀며) 자, 그럼, 잘 다녀오라고!
리진 : (일어나 마주 잡으며) 네. 잘 다녀오겠습니다.
석호필 : (악수 한 손 흔들며) 하하하....
리진 : (잡힌 손 흔들리며) ......
석호필 : ......(리진 마음 알겠는, 멈추고 보며) 오선생.
리진 : 네. 교수님.
석호필 : (손 풀고, 보며, 진지하게) 정신과 의사는 구원자가 아니야.
리진 : ......!
석호필 :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도 없고, 구원자의 환상을 가져서도 안 돼.
S#58.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앞 복도 (낮)
리진 양손으로 짐 상자를 안은 채 걸어오고 있다.
석호필 : (E) 그러니까...마음을 무겁게 하는 게 있다면...그게 혹, 연민이나 죄책감이라면...내려놓고, 산뜻하게 다녀와.
더 성장해서 돌아와.
리진,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걷다가, 마주 오던 남자와 부딪히고 만다.
바닥으로 와르르 떨어지는 짐 상자.
리진 :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인사하고는, 얼른 주저앉아 물건 줍는데,
함께 주저앉아 물건을 주워주는 남자, 기준이다!
리진 : 아, 감사합니다.
기준 : (젠틀한 미소로) 뭘요. (함께 다 주워 담고 일어나면) 그럼... (미소 지어주고는 뒤돌아 간다)
리진 : ......(무심히 잠깐 보다가, 뒤돌아 간다)
S#59.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낮)
배 위에 양손을 포개 올린 채 환자용 치료 의자에 누워있는 석호필.
석호필 :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는 위로)
도현 : (E) 욕심입니까? 역시.... 안 되는 일입니까? 저는 그저 이대로... 괴물인 채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순간 벌떡 일어나 머리를 북북 긁는 석호필, 도현의 말이 마음에 걸려 괴로울 따름인데,
이때 똑똑 노크소리.
순간 후다닥 일어나 얼른 책상으로 가 앉더니, 네, 대답하는 석호필.
문 열리는 소리 들리면, 일에 몰두하는 척, 마우스를 움직이며,
석호필 : 뭐야, 아직 더 할 말이 남았나?
기준 : (E) 안녕하십니까?
석호필 : ? (그제야 보면)
속내를 숨긴 채 젠틀한 미소로 석호필을 바라보며 서있는 기준!
기준 : 일전에 전화 드린 ID엔터 차기준입니다.
S#59-1.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시간 경과)
소파에 마주앉아 있는 기준과 석호필.
석호필,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석호필 : (미소로)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기준 : 뭐 워낙 저명하신 분이라 쉽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석호필 : 하하하. 저명하기는요. 원하신다면 제가, 다른 훌륭한 선생님을 의학자문으로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기준 : 아, 이거 어쩌나, 박사님이 이러실수록 더 아쉬워지는데요?
석호필 : 하하하. (웃으며, 찻잔을 집어 올리는데)
기준 : 실은 제 육촌 동생이 박사님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석호필 : (멈칫, 정지되며, 탁자 위에 놓인 기준의 명함에 찍힌 ID엔터 마크를 바라보는) .....그래요?
기준 : (관찰하듯 보며) 미국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데 너무 훌륭하신 분이라구요.
(슬쩍 밑밥 던지는) 근데 이 자식이 박사님께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죽어도 말을 안 해요.
문제가 있다면 형으로서... 가족으로서...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말이죠.
석호필 : .....(보다가) 의학자문건으로 오신 게 아니군요.
기준 : 저런, 들켰나요? (짐짓 손가락으로 이마 긁적이며) 역시 정신과 의사를 속이기는 어렵군요. 그럼, 직진하겠습니다.
(미소 지우고) 도현이에게 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거죠?
석호필 : ......(긴장감 숨기며 바라보는데서)
S#59-2. 강한 병원 / 석호필의 방 앞 복도 (낮)
방문을 열고 나오는 기준. 복도를 걸으며 피식,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S#59-3. 강한 병원 / 병동 간호사 스테이션 (낮)
차트에 오더내용 기입하고 있는 간호사1인데,
기준 : (E) 실례하겠습니다.
간호사1 : 네. 무슨 일, (하며 고개 들다 기준의 훈훈한 외모에 절로 친절해지며) 인지 모르지만, 뭐든 말씀해보세요.
기준 : (미소로) 오리진 선생님을 좀 만나 뵙고 싶은데요.
간호사1 : 오리진 선생님이요? 오선생님은 휴직하셨는데요.
(약을 정리하고 있는 옆의 동료에게) 오선생님 아까 석교수님한테 인사드리고 바로 간다고 하셨지? (동료, 응, 대답)
기준 : ! (순간 퍼뜩 떠오르는)
(F.C) 바닥에 떨어진 짐 상자를 함께 줍던 리진과 기준.
기준 : (허무하고 어이없어 허, 웃어버리는데서)
S#60. 거리 +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운전을 하고 있는 도현.
신호 대기에 걸려 정지선에 멈춰서는 차.
문득 시선을 들어 보면, 저만치, 요섭이 자살을 시도했던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도현 : ......(바라보는 표정 위로)
리진 : (E) 차도현, 나와! 나와서 니가 요섭이 좀 말려봐!
S#61. 플래시백 (33씬)
리진 : (절규처럼) 제발, 이대로 죽지 말라고!!!!
도현 : ....(리진의 몰골에 마음이 아픈, 울컥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리진의 손을 잡는)
리진 : ! (멈칫 보는)
도현 : (고마움과 자책으로 약간 울컥) ....차도현입니다.
순간 리진, 도현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바싹 잡아 당겨 눈빛을 확인한다.
도현 피하지 않고 리진을 가만히 바라봐준다.
잠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S#62. 거리 + 도현의 차 안 (낮)
떠올리며 다시금 울컥해지는 도현.
이때, 뒤에서 빵! 클랙슨 소리. 보면, 신호 바뀌어 있고.
표정 수습하고 차를 출발시키는 도현.
카메라, 사라지는 도현의 차를 거쳐, 옥상 쪽으로 이동하면,
S#63. 어느 건물 옥상 (낮)
요섭이 그린 그래피티 아트를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 ......(바라보는 표정 위로)
도현 : (E) 나는 마법이 풀리면 멋진 왕자로 돌아오는 야수가 아닙니다. 나는 그저... (사이, 애써 누르며) 괴물일 뿐입니다.
떠올리며, 다시금 울컥해지는 리진.
리진의 시선이 박혀있는 곳에 적혀 있는 ‘Kill me’라는 글자.
S#64. 다른 거리 +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달리다가 어느 순간 끼이익-- 차를 돌려 유턴하는 도현.
S#65. 어느 건물 옥상 (낮)
옥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도현.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
잠시 그대로 가만히 서있는 도현.
이때, 빈 스프레이 물감통이 바람에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다가, 멈칫 정지되는 도현.
보면, 외벽 앞에 놓인 작고 예쁜 눈사람!
도현, !!!, 바라보는 시선으로, 마치 시뮬레이션처럼 펼쳐지는,
-장갑 낀 손으로 눈을 모아 작은 눈사람을 만드는 리진.
-완성된 눈사람을 외벽 앞에 놓아두다가, 그림을 바라보는 리진.
-바닥에 뒹굴고 있는 스프레이 통을 주워 외벽에 뭔가를 쓰는 리진.
순간, 외벽을 향해 달려가는 도현. 그림을 보면,
‘Kill me’라는 글자가 흰색 라커로 지워져 있고, 그 흰 바탕 위에 리진이 새로 써 넣은, ‘Heal me’.
바라보며...천천히....눈가가 붉어지는 도현에서....F.O
S#66. 인천공항 외경 (다른 날 / 이른 아침)
S#67. 인천공항 안 (이른 아침)
패셔너블한 차림의 리온, 마치 공항패션을 선보이는 연예인처럼 화려한 워킹과 멋진 포즈로 짐 가방을 끌며 걸어오고 있다.
어느 순간 멋지게 선글라스를 벗고는 뒤를 돌아보더니,
리온 : (짜증 작렬) 아, 뭐해? 짐 안 부칠 거야? (하고 보면)
일각> 대기 의자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지순영과 괜히 허공만 꿈뻑꿈뻑 바라보고 있는 오대오.
두 사람 앞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달래고 있는 리진.
리진 : (속상한) 그러니까 나오지 말라니까.
지순영 : 자식 비행기 태워 보내면서 부모가 어떻게 안 나와? 안녕히 잘 도착했다는 전화 받을 때까지
부모 맘이 얼마나 지옥인지 몰라?
오대오 : (엄하게) 어허, 각설하고 말어. 웃는 얼굴로 격려는 못해줄망정, 애 맘 불편하게 왜 이래?
(하는데 한쪽 눈에서 눈물 지익 흐르고)
리진 : 겨우 육 개월인데 뭐어.... (짐짓 밝게) 올 때 뭐 사다 줄까? 엄마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지순영 : (울먹울먹) 선물은 무슨. 너만 건강하게 돌아오면 됐지이.
리진 : (울먹울먹) 그래도 말해봐아. 아빤 뭐 없어?
일각> 리온, 손목시계 보며 초조해하다가 다시 가족 있는 쪽을 보면,
리진에게 편지를 내밀고 있는 오대오.
아빠의 편지를 펼쳐보며 울먹이는 리진.
리온 : (!!!) 아놔, 진짜. 이제 편지까지 주는 거야? 누가 보면 딸내미 어디 파병 보내는 줄 알겠네!
일각> 리진이가 보고 있는 오대오의 편지를 보면,
패션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신상 지갑과 구두들이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스크랩되어 있는.
오대오 : (표정은 되게 슬픈) 니가 괜한 데 돈 쓸까봐 만들어봤어. 선물 사려면 그걸로 사던지.
지순영 : (철없는 남편을 째려보고)
리진 : (역시 표정만은 되게 슬픈) 아빠 내가 이거 실물로 봤는데, 블랙보다는 카멜브라운이 나.
오대오 : (슬픈) 카멜브라운이 나?
리진 : (슬픈) 응. 리미티드 에디션.
오대오 : (슬픈) 콜.
지순영 : (꽥) 당신이 아버지야?!!!
리진 : ! (얼른 편지 집어넣고, 휴대폰 꺼내며) 우리 사진이나 찍을까? (찍어달랄 사람 찾느라 두리번거리면)
오대오 : (슬픈 표정으로 딸의 팔 잡으며) 됐어. 다들 바쁜데 민폐야.
하더니, 가방 안에서 셀카봉 꺼내 쭈욱 뽑더니, 휴대폰 장착시킨다.
리온 : (지켜보며, 환장하겠는) 에헤!
리온,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절대 아는 척 안 할 것처럼 차갑게 홱 돌아서니,
에잇! 매고 있던 배낭에서 닌자처럼 뭔가를 쭉 뽑아들고는 가족들 쪽으로 간다.
대따 긴 셀카봉이다.
컷 튀면> 두 개의 셀카봉 앞에서 찰칵찰칵찰칵! 방향 바꿔가며 사진 찍는 가족.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찍어 달래지, 셀카봉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 툭툭 쳐서 민폐 끼치고.
셀카봉 거두자마자, 다시 급 슬픈 표정이 되는 가족들.
리온 : (지도 찍었으면서 짜증) 이제 다 됐지? (짐 가방 들들들 끌며 앞서고)
리진 : 짐 부치고 올게. 여기들 계셔? (리온 따라가는)
S#68. 인천공항 / 탑승 수속 카운터 (이른 아침)
무거운 심정으로 보딩패스와 수하물 택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리진.
그런 리진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날개 달린 운동화! (*아디다스 제레미스캇 정도)
보면, 리온이 서있다.
리온 : 선택이 후회되거나, 힘들면 도망 와. 고급스럽게. 우아하게. (남은 손으로 파닥파닥 날개 짓하며) 힘차게 날아서.
리진 : (찡....감동)
리온 : 알지? 최고의 선택은 바로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너의 선택이야.
리진 : ......(찡...해서 보다가, 리온을 와락 안아버린다)
리온 : ! (그대로 굳어버리며 표정)
리진 : (안은 채로, 고마워서) 사랑한다...오리온.
리온 : ! (심장 쿵하는 표정)
S#69. 인서트 - 구름 속을 날고 있는 비행기
S#70. 도현의 집 / 서재 (아침)
도현, 마치 그 비행기를 바라보듯 통창 앞에 하늘을 바라보며 서있다.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안실장이 들어온다.
안실장 : 오전 비행기로 출국했답니다.
도현 : (뒷모습인 채로) ......
안실장 : (잠시 혼자 두려고 돌아서는데)
도현 : 안실장님.
안실장 : 네.
도현 : 새로운 주치의 말인데요. (돌아서며) 이왕이면 남자 선생님으로 부탁합니다. 여자는.... (피식 웃으며) 좀 곤란하네요.
안실장 : ......!
도현 : (떨쳐내듯 짐짓 밝게) 자 그럼, 일하러 갈까요?
S#71.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도현 안실장과 함께 서재에서 나오다가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가 눌러지는 소리에 멈칫 선다.
도현 : !!! (긴장+경계)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하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캐리어를 끌고 들어서는 리진!!!
도현 : !!! (띵한 충격이다) 오리진씨.... 오리진씨가 왜 여기....
리진 : (밝게) 아, 인사가 늦었네요. 오늘부로 차도현씨의 주치의가 된 오리진이라고 합니다.
도현 : !!! (상황을 묻듯 안실장을 보면)
안실장 : (빙긋 웃으며) 남자 선생님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좀 전에 전화로 자원을 해와서요. 그 열정을 높이 샀습니다.
도현 : !!! (리진을 보면)
리진 : (손가락 하나씩 펴 가며) 첫째, 알겠지만 제 실력으로 융합치료는 못해요. 즉, 차군이나 신군 그 어느 쪽도
잠재울 능력은 없으니까 그런 부탁은 사절합니다. 대신 세기를 달래서 폭주를 막는 건, 해볼게요.
둘째, 차군과 신군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면, 둘 모두에게 공평한 중재자가 되어드릴 순 있어요.
셋째, 여타 모든 인격들이 차도현씨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대화와 협상을 시도해보죠.
도현 : !!! (멍할 따름이고)
리진 : 아, 그리고, 제 요구사항은 나중에 따로 페이퍼로 작성해 제출할게요. 어떻게, 제 말은 다 이해 되셨나?
(한 손 들며) 그럼 질문?
도현 : (멍한 채로 보기만)
리진 : (씩— 웃는. 그 위로)
리진 : (N) 엄마, 아빠, 오리온아, 거짓말해서 미안. 그런데.... 어쩐지 난 이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졌어.
S#72. 쌍리 / 적당한 곳 (아침)
오대오와 지순영, 큰 다라이 두 개에 배추 열댓 포기 담아놓고 앉아 호스물로 씻고 있다.
딸을 보내고 온 뒤라 우울한 표정의 지순영.
그런 아내를 보다가 슬쩍 호스 물을 튀기는 오대오.
‘하지 마’ 째려보는 지순영. 멈추지 않는 오대오.
계속되는 남편의 장난에 결국은 웃음을 터뜨리는 지순영.
리진 : (N) 나한텐...어떤 약점이나 실수가 있어도 보듬어주고 감싸줄 가족이 있지만 이 사람한테는...아무도 없어.
S#73. 쌍리 홀 (아침)
홀 한 쪽에 걸려있는 가족사진과 그 옆에 나란히 걸려있는 그림 액자(*리진과 리온이 어린 시절에 크레파스로 그린).
리진 : (N) 나한텐 힘들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억과 추억이 아주 많이 있지만, 이 사람한테 그게 없어.
순간순간 시간과 기억을 잃으며 살아가.
S#74. 쌍리 근처 풍경 좋은 곳 (아침)
리나와 함께 달려오고 있는 리온, 애완견 운동을 시키고 있다기보다 뭔가 잡념을 떨쳐내려는 듯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다.
어느 순간 헉헉대며 멈춰서는 리온.
계속 달리자고 리온 앞으로 와서 꼬리를 살랑대는 리나.
리온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멀리 던지면, 리나 공을 쫓아 신나게 달려간다.
혼자가 되자 그대로 바닥에 벌렁 누워버리는 리온.
(F.C) 리온을 와락 안고는 ‘사랑한다...오리온’ 하던 리진.
리온 : ......(햇빛이 눈이 부셔 그렇다는 듯, 한 팔로 눈을 가려버리는)
리진 : (N) 나한텐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이 있지만, 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붙잡을 수가 없어.
S#75. 도현의 집 / 거실 (아침)
도현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리진을 바라보고 있다.
리진 : (N) 그래서 도와주고 싶어. 이제 그만 성 밖으로 나오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알려주고 싶어. 친구가 되고 싶으면 손을 내밀고,
리진 : 질문 없으면 이대로 딜 성립? (씩 웃고는, 악수하자는 듯 도현 앞에 척 한 손을 내미는)
리진 : (N) 누군가 내민 손은 기꺼이 잡아도 된다는 걸.
도현 : (리진이 내민 손을 바라보기만/ 잡아도....될까?)
안실장 : (애가 타서 작게) 부사장님....
리진 : (쩝! 내밀었던 자신의 손을 다른 손으로 눌러 내리며) 결렬이네. 그럼 저는 다시 존스홉킨스로 가는 걸로, (돌아서는 순간)
도현 : ! (저도 모르게 얼른 리진을 잡아 세우는)
리진 : (짐짓 도도하게) 왜 이래요? 구질구질하게?
도현 : 지금부터 제가 내미는 손을 잡으면....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리진 : (보는)
도현 : 실수로 담장을 넘어온 공이라 해도 안 돌려줍니다. 그래도....
(떨리는 심정으로, 리진 앞에 천천히 한 손을 내밀며) 괜찮겠습니까?
리진 : ......(눈 도도하게 내리깔고, 도현이 내민 손을 바라보는)
도현 : ......(기다리며 어쩐지 긴장되는)
안실장 : ......(초조하게 지켜보는데)
리진 : ......(보다가, 느닷없이 덥석 도현의 손을 잡는)
도현 : (안도하며 미소 짓다가, 갑자기 몸을 비틀며 아아아악--- 비명 지르는)
리진 : (악력 작렬!) 손 한 번 잡기가 한류스타 악수회보다 더 힘드네. 돌다리 건너요? 영감처럼 뭘 그렇게 두들겨요? 걍 건너지!
도현 :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셉니까!!! 아악---아아악---!
리진 : (N) 그러니까... 응원해줘. 잘 했다고 말해줘. 늘 그래줬던 것처럼...
도현, 리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튼다.
리진, 손아귀에 더더더! 힘을 준다.
안실장, 그런 두 사람을 말리면서도 흐뭇하다.
늘 서늘했던 도현의 집에 사람 사는 소리가 난다.
-<킬미 힐미> 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