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화랑가 산책
LA 거주 여류 서양화 4인전 서울서 첫 개최
자연을 주제로 추상화,구상 작품 견고함 연출
인연의 고리로 인생 2막 색채미술로 물들여
인연의 고리가 절묘하게 감응하여 펼쳐진 4인의 회화전이 인사동 그림손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스팩트럼을 연출했다.
Ann Kim(51년생),Bonnie Kim(49년생),Claudia Kim(52년생),Nakyung Lee(52년생) 4인이 그들이다.
4인의 그룹전은 코로나 19로 4년여의 인내속에 고국 서울에서 처음 펼쳐졌다.
첫 문장부터 ‘인연의 고리’를 강조한 것은 4명 모두 40여년 전 멀리 미국이라는 이국땅에서 평범한 주부로 삶의 무게를 이겨낸 여인들이다.
La 다운타운의 외곽지역인 La Canada,Long Beach,베드타운인 글렌데일등 주거지역이 동떨어져 있지만 제 2의 행복을 찾아 스며든 곳이 재미화가로 활약하는 강태호 화실이다.
못다한 꿈들이 색채로 탄생되면서 마음도 감물을 드리며 숨겨졌있던 기쁨과 환의로 이막 인생을 진지하게 펼쳐가고 있다.
50년생 전후로 한국사회의 시대적 변천을 함께 걸어온 세대라는 점도 이들을 결집시키는데 충분한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서울이 고향인 Ann Kim을 제외하고 보니 킴,크라디아 킴은 부산, Nakyung Lee는 안동으로 고향도 경상도라는 지역적 인연도 애뜻하게 마음을 녹여주는 향로가 되어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 4인의 작품의 주제가 ‘자연’을 포괄적으로 품에 안고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점도 인연의 고리를 질기고 깊게 형성시켜주고 있다.
이들 4인을 결집시킨 강태호(1945년생) 재미화가는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 미대 졸업 후, 칼스테이트 LA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했다. 홍대 미대를 졸업한 이후부터 예술고등학교와 대학 및 개인 화실에서 미술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1978년 이후에는 LA와 서울을 오가며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원로화가이다.
최근에는 ‘집’을 주제로 한 회화와 이미지를 결집시킨 추상화면서도 기하학적 선을 살린 작품에 치중하고 있다.
Ann Kim의 추상화는 인생여로의 살아온 길목들이 사회환경에 지배되어 제한된 여건에서 숨겨놓았던 꿈들을 환생시키는 작풍을 애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녀시절 꿈꾸던 미술세계가 삶의 무게에 잘 버무려져 연한 채색을 통해 수줍은 소녀의 은은한 향기로 희망의 기쁨을 직관적으로 발하시키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앤킴은 “아름다운 자연이 던져주는 다양한 느낌들을 다양한 색상을 덧발라가며 인생항로의 무게를 기쁨으로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인생의 두께가 화폭으로 재탄생하는 순간들이며 그것은 자아에 대한 새로운 관찰이고 표출이다.
Bonnie Kim은 들판이나 화단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화가이다. 최근에는 일년을 이등분하여 반년은 미국에서 반년은 한국(남산 아래에 화실)에서 작업을 한다.
화랑에서 짧은 대화를 했지만 매우 역동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는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속에 화들짝 핀 꽃들이 명증하게 확인될 수는 없지만 접시꽃 같기도 하고 수국같기도 하고 백합, 맨드라미나 봉숭화 ,등꽃,나리꽃 같기도 하지만 궂이 이름까지 알 필요가 없는 그저 야생화들의 조화로움속에 맛보는 아름다음의 재발견이며 소중한 생명들이 펼쳐내는 환희의 물결이다.
보니킴의 성향상 붓을 든 손보다 먼저 눈과 마음들이 감성적 즐거움으로 스케치한 이후에야 채색으로 자연을 탄생시키는지 모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오랜시간 사유되고 정제되어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색들의 향연이다”라고 말함도 같은 의미라 본다.
Claudia Kim은 –그리고 찍고 뜯어 붙이고 또 찍고...-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색조,명암,색상의 배열,번짐,굴곡속에서 감성등 오성의 마음을 작동시키고 있다. 궂이 시각속에 투영된 사물을 전각하듯 찍어내기를 거부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인간은 기쁨 속에 눈물을, 이 땅을 딛고 있으면서도 하늘을 날고 있는 순간순간들이 겹쳐지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된다. 궂이 이름을 부를 필요도 없고 살아온 일련의 과정들을 퍼즐처럼 짜 맞출 필요도 없다.
작품을 개념적 분석 대상 물체에서 상상과 명상,기쁨과 환희의 집합체로 재구성하는 것이 자연과 연게되는 아름다움의 재구성이고 본질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화가는 “구성은 우연히 보일 수도 있지만 선모양과 색의 구성에 따라 떨어져 나온 조각들도 자연의 파편으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한다.
Nakyung Lee의 작품의 결은 선인장이 즐비한 사막이 펼쳐지는 가운데 신이 내린 축복의 물길이 열리고 저 멀리 누군가 살고 있는 새 둥지와 같은 작은 집이 아른거린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의 내성을 쉼표처럼 찍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경계조차 허물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으면서 궁극적으로 자연이 던져주는 고마움과 동시에 기후변화와 같은 위기의 경고음을 화폭에 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한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은 나의 작품이 된다”며 “빛의 변화 속에서 어우러지는 색들의 변화는 늘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고백한다.
그림손갤러리에서 4인의 여성작품들을 마주하면서 이들의 공통분모는 자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화두이다. 작품성향에서는 질감과 색감, 표현 기법의 변화를 통해 각기 다양한 질문과 생각의 깊이를 나름의 시각속에 조각해 가고 있다.
그만큼 모방과 답습의 궤도를 일탈하여 각자의 숨고르기를 통해 평범한 주부의 삶에서 응고된 질기고 견고한 색감들을 찾아 20여년 이상의 작업을 해왔다는 반증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진정한 궤도는 프로보다 더 견고하게 색감과 질감을 연출할 수 있다. 그것이 이들 4인전에서 발견되는 긴장되는 조짐이기도 하다.
제2의 자연생태주의의 새로운 모델로 재발견되어 작품으로 승화시킬수 있는 날이 조만간 펼쳐질둣 한 기운을 엿볼 수 있는것도 그런 이유다.
인사동 화랑가를 지나며 가을 바람에 실려온 야생화 향기를 스치듯 껴안으면서 좀 더 자연생태의 접근법이 견고해주길 기대한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