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산물의 계절입니다. 겨우내 숨죽여 있던 생물이 피어나듯, 해산물도 맛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서 조개는 봄의 성찬을 완성합니다. 달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데 최고의 재료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조개 중에는 바지락과 가무락(색이 검다고 해서 붙은 이름. 다른 이름으로 모시조개)이 봄에 알찬 맛을 냅니다. 왕성하게 먹이활동을 하면서 조개는 맛이 깊어지고 조개는 다양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그 자체로 훌륭한 조미료가 됩니다. 별다른 맛내기 비결이 없어도 조개 한 줌을 넣으면 감칠맛이 뛰어난 요리가 됩니다. 특히 된장국과 된장찌개, 맑은 부추와 콩나물국 등에 궁합이 좋으며 다른 재료 없이 조개 한 종류만으로도 뛰어난 맛의 조갯국이 됩니다. 조개는 신선할수록 감칠맛이 뛰어나지만, 해감을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ㅣ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봄 해산물의 대표는 조개입니다. 조개는 시원하고 뜨겁게 국을 끓여먹기 때문에 겨울이 제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조개는 추운 겨울에는 먹이활동을 잘 하지 않고 지내므로 맛이 좋지 않습니다. 또한 바지락은 개펄에서 양식을 주로 하는데 겨울에는 채취 량이 매우 적어서 시중 유통량도 적습니다. 이때 상당량의 수입산(주로 중국)이 유통되므로 제철의 좋은 국산 바지락을 맛보려면 봄, 가을이 제격입니다. 조개의 대표는 바지락입니다. 가장 흔한 까닭이지요. 서해안에서는 바지락을 그냥 ‘조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조개의 대명사인 셈입니다. 바지락은 매우 다양하게 쓰이는데 껍질을 바락바락 씻어서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기도 하고, 콩나물국에 넣기도 합니다. 바특한 된장찌개에도 어울리며, 말갛게 끓이면 간의 독을 푸는 해장으로 아주 좋습니다. 살을 발라서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풋고추를 썰어 넣고 전을 부치거나 데친 후 새콤매콤하게 무쳐 먹습니다. 젓을 담그는 것도 흔한 방법입니다. 서해안에서 나는 질 좋은 천일염을 쳐서 담그면 조개의 진액이 진득하게 우러나오는데, 그 국물까지도 국의 양념으로 쓰면 맛이 좋습니다. 조개젓은 마늘과 고춧가루를 넣어 무치면 입맛을 잃은 봄에 좋은 반찬이 됩니다.
개운한 감칠맛이 일품인 바지락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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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천합(淺蛤)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살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고 쓰고 있습니다. 바지락의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개펄이나 모래밭의 바지락을 밟으면 ‘바지락 바지락’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명명됐다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어패류는 보통 산란 전에 맛이 좋습니다. 산란에 대비하여 몸에 영양분을 충분히 비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4월 바지락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다만, 초여름이 되면 산란을 시작하므로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바지락은 칼슘과 철분, 인과 비타민 B군이 아주 많고, 타우린과 호박산이 간장의 기능을 도와주고 피로 해소, 조혈(造血) 작용에 좋습니다. 황달에 걸리면 예부터 바지락 달인 물을 마셨다고 하는 것도 이런 바지락의 약리작용을 선조들이 잘 알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사실 간은 일단 나빠지면 원상회복이 안되거나 더딘 고약한 질환입니다. 이런 만성 간질환에 조상들이 바지락과 가무락을 최고로 쳤던 것은 그만큼 약리효과가 탁월한 식품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바지락의 약효를 충분히 느끼려면 살만 발라서 쓰지 말고 껍질째 오래 끓여야 합니다. 이때 마늘과 다시마를 넣어 함께 끓이면 영양분이 더 증가하고 약리 효과가 좋아진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도 바지락과 가무락(모시조개)은 아주 맛있는 식 재료입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우리처럼 즐겨먹습니다. 한국 바지락이나 가무락보다 알이 잘지만, 맛은 더 짜고 진한 편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봉골레vongole'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봉골레 스파게티가 바로 바지락이나 가무락을 넣어 만든 스파게티란 뜻입니다. 봉골레 스파게티는 아주 간단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싱싱한 바지락을 잘 씻어서 올리브유, 마늘 한 쪽과 함께 볶은 후 화이트와인을 조금 넣고 뚜껑을 닫아 입을 벌리면 소스가 완성됩니다. 삶은 스파게티를 넣어 잘 비비면 이탈리아 특유의 스파게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중국도 바지락을 즐겨먹는데, 특히 우리의 서해안과 인접한 지역에서 많이 납니다. 산둥성, 광둥성, 홍콩 같은 지역에서 많이 먹습니다. '페이루빈하자이(菲津濱蛤仔)'라고 부르며 중국술을 넣고 쪄서 먹거나 다른 생선요리에 곁들인다. 우리나라도 큰 바지락과 가무락을 골라 그냥 맑은 물에 삶아서 먹는 숙회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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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바지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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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도 식 재료로 많이 쓰이는 바지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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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히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