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학 4학년 강의를 마치고 나면
혼동스럽다. 화가나고 허전하며 아쉽다.
그게 싫어 몇년간은 강의를 하지 않았다.
강의 해 달라고 매달리는 학생들 매몰차게
물리치는 게 쉬운것은 아니지만.
대 국립 부산치대에 강의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직도 없어 나에게 매달리는 학생들땜에
화가나고 (학생들에 대한 화가 아니라 부산치대 당국자들에 대해)
막상 강의실 들어가 진지하고 다급하게 앉아있는
후배학생들 보면 반가워서 마음이 복잡하고...
짧은 시간에 약장사 하듯
후다닥 전달하고 나면 그 아쉬움과 허전함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강의 마치고 복도와 정문을 돌아 나올때 느끼는 그 생경스러움.
그 낯설은 기분은 음산하고... 그래서 외롭다.
모교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모교로 돌아갈 기회가 다시 올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기회를 잡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가 모교를 사랑하지 않겠는가?
어느 누가 모교에서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겠는가?
믿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아직은
모교에서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모교를, 학생들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모교에서 선생질 하게 되면 분노해야 할,
소모해야 할 너무나 많은 에너지, 시간들,
무력감.
난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 난 무척 이기적인 이유로 모교에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난데없이 자기들 필요하면 나타나서
강의 부탁하는 학생들 거절할 자격도 없음을 안다.
무엇보다 거절할 속내도 없다.
귀찮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지만
치대 4학년 강의를 마치고 나면
이 허전하고 복잡한 심정을 달래느라 속앓이를
하나보다.
신준혁 후배 선생님이 보낸
개원 초청장은 의과대학 약리학 교실로 오지 않고
동아대 병원 치과로 갔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개원 인사 못해서 미안하구.
다음에 작고 이쁜 화분 하나 보내야겠네.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잘 되더라도
나같은 선배 무시하지 말고
후배들 계속해서 사랑해 주기를.
소정후배님 힘내시길.
할일이, 살아가야할 시간이 너무 많은데....
아직은 너무 젊고 이쁨에 가려 빛이 보이지 않지만
언젠간 나이 들면서 더욱 더 향기를
뿜어낼 후배님이 되겠죠?
다른 4학년 후배님들도 마지막 힘을 내어
좋은 성과 거두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