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타임캡슐
김성문
뉴스 시간에 우리나라 미라(mirra)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호기심이 있어 눈과 귀가 온통 그 소식에 정신이 집중된다. 오래된 미라의 살갗과 머리카락이 꼭 살아 있는 사람 같다. 미라는 어떻게 해서 생성되고 우리에게 무슨 정보를 주는지 궁금하다.
미라는 포르투갈어이다. 인간이나 동물의 사체가 썩지 않고 건조되어 원래 상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자신을 썩지 않게 인공 미라로 만들도록 했다. 건조 미라는 수분이 없어 생성된 가장 일반적인 미라이다. 냉동 미라는 추운 기후에서 썩지 않고 보존된 미라이고, 공기 차단 미라는 시신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된 미라로 우리나라의 자연 상태 미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연 상태 미라가 발견되는 것은 무덤 형식에 기인한다. 삼국 시대부터 무덤인 토광묘, 석곽묘, 석실묘 등이 조선 전기까지 이어졌다. 이들 묘에서는 공기 유통이 있어 미라 생성이 어려웠다. 고려 말 주자가례가 들어오면서 주자가례에 있는 회곽묘(灰槨墓)로 바꾸어 장사 지낸 것이 밀폐 상태의 무덤으로 되어 미라가 생성됐다.
1468년, 조선 제8대 예종 즉위년 9월 22일 제7대 세조가 승하하자,
“석실은 유명무실한 것이므로 쓰는 것이 옳지 못하다.”
라고 세조가 하교한 것을 말하면서 석실묘를 쓰지 못 하게 했다. 신하들의 논란 끝에 석실묘 대신에 세조 능인 광릉을 처음으로 회곽묘로 쓰게 됐다. 이후 회곽묘는 조선 시대 대표적인 무덤 형식이 됐다. 무덤의 변화는 노동력도 줄이고, 수백 년 후에 미라로 남아 역사의 증인이 됐다.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5세가량의 소년 미라가 경기 양주에서 도로 공사 중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미라이다. 땅이 습하고 얼음층이 발견될 정도로 냉장 및 냉동 상태였고 밀폐된 공간이었다.
소년미라는 키가 95cm 정도의 작은 체구에 몸속 수분은 모두 빠져나갔으나 피부가 건조되지 않은 상태였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몸속 골격은 고스란히 잘 남아 있었다. CT 촬영 결과 내부 장기들은 서로 엉켜 있는 상태였다. 사망 원인은 현재 지구에서 사라진 천연두(마마, 두창)로 알려진 질병의 급성이었고 폐에 출혈도 동반했다.
소년미라는 DNA 분석 결과 1695년경 윤씨 가정에서 늦둥이인 막내로 태어난 윤호였고, 300년이 됐다. 우리의 속담에,
“열 손가락 깨물어 다 아픈 중 새끼손가락이 제일 더 아프 다.”
라는 말과 같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것이다.
소년이 죽자 아버지는 자기 옷을 찢어 바닥에 깔고, 소년을 눕힌 다음 엄마의 옷으로 이불을 삼았다. 얼마 전까지 체온을 느꼈던 소년을 그대로 땅에 묻을 수 없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비통하고 애절한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구 달성군에서 국가산업단지를 개발하던 중 높이 1.8m인 봉토 속에 회곽이 있었다. 회곽 속의 밀봉된 목관에 1590년경 태어난 500년 된 미라가 있었다. 영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미라가 살아 움직일 것 같다. 미라의 골격구조나 장기가 잘 유지된 상태로 과거의 많은 생활 문화 정보를 제공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가장 큰 도시 팔레르모의 카푸친회 수도원에는 지하 4층에 납골당이 있다. 이곳에 1920년 2세에 사망하여 100년이 지난 ‘로잘리아 롬바르도’라는 소녀가 고스란히 잠들고 있다. 부모는 딸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보전하고자 미라로 만들었다. 미라로 만든 의사는 포르말린, 아연염, 알코올, 살리실산, 글리세린을 방부제로 사용했다. 인공 미라도 MRI 촬영 결과 장기가 그대로 보존되었다니 과거의 생활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1991년 알프스산맥 ‘외츠탈’ 지역에서 미라 아이스맨 ‘외치’를 발견했다. 외치는 B.C. 3300년경 사람이다. 고대 유럽인으로 사망 원인은 전쟁 중 뒤에서 날아온 돌화살촉을 왼쪽 어깨에 맞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돌에 부딪쳐 출혈로 죽었다. 외치가 입고 있던 옷으로 당시의 기후, 알프스 지역의 삶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는 고대 알프스 시대 거주자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 준 굉장한 발견이다.
자연 상태 미라는 역사의 산증인이 됐다. 미라는 DNA 분석으로 그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유전적 관계를 알 수 있다. 선조의 얼굴 복원에도 일조한다. 뼈의 콜라젠이나 머리카락 케라틴을 통해서는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해서 무엇을 먹었는지, 체내에 남아 있던 기생충 분석을 통해서도 식문화를 알 수 있다.
사망 후 시신 옆에 채워 넣는 보공품이나 수의는 당시의 복식문화를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출발로 여겼기에 수의를 생전에 사용하던 가장 좋은 옷으로 사용했다. 수의는 미라와 함께 우리에게 돌아와 복식사 연구에 일조한다.
우리나라 미라는 일부러 만들어 낸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후 때문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전통적인 회곽묘 무덤 양식과 목관을 만들 때 나비장은 공기를 차단할 수 있으므로 조상이 만들어 낸 선물이다.
미라는 오래될수록 인류의 삶을 연구하는데 최고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회곽묘를 만든 조선 시대 이전에는 미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라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후손들은 화장해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구에 한계가 있다. 자기의 선조 시신을 연구에 제공한다는 것은 유교적인 관념에서는 굉장히 어렵다.
미라는 연구를 통해서 몰랐던 과거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역사의 타임캡슐이다. 미라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읽는 새로운 방법이 된다.
첫댓글 선생님!!작품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윤동주 이름을 걸고 문학 공모를 한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궁금합니다~~^^*
'한국문학작가등록협회'와 '계간 문학시선'에서 공동 주최한 것으로 윤동주 탄생 100주년부터 행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관은 '한국문학시선작가협회'이고, 이 단체는 윤동주 시인 탄생지인 중국 연변국제한국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후 그곳에 윤동주 시비 건립과 장학금 전달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47개국이 가입한 아세아태평양문화센터(APCC, 미국)에도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로 알고 있습니다(참고가 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입니다.).
역사의 타임캡슐. 좋은 작품을 이렇게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선생님! 과찬이십니다. 오늘도 36도라니 보통 찜통이 아닙니다.
더위 잘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