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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58멍멍이들의 행복한쉼터 원문보기 글쓴이: 울짱(木柵)설.女
햇살 좋은 호숫가에서 노을 지나 야경까지!
영화 <박하사탕>에서 드라마 <상어>까지 제천의 촬영지들
중부 내륙에 위치한 제천은 아담한 소도시다. 조용하게 돌아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근래는 영화와 드라마의 도시로 떠오른다. 영상미디어센터의 경찰서 세트와 청풍호 그리고 의림지 일대는 제천의 아름다움과 풍경과 영화의 추억을 함께 선사한다.
산의 능선으로 지는 청풍호의 일몰은 내륙의 바다를 실감케 한다.
기차 타고 영화 촬영지로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마지막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오늘의 영화배우 설경구를 있게 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제천시 백운면의 진소마을 인근이다. 공전역과 삼탄역 사이 충북선 고가 철도 위다. 두 갈래 철교가 있는데 절벽 중간에 터널이 뚫고 지나는 앞쪽이다. 촬영 당시에는 오지였다. 영화가 흥행한 후에는 길도 열리고 차편도 늘었다. 펜션도 적잖이 들어섰다. 영화가 마을을 바꿨다. 1999년 작품이니 무려 14년 전 일이다.
<박하사탕>은 신호탄이었다. 이후로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제천을 찾았다. 지방 소도시가 갖는 특유의 정감과 정취는 때때로 영화의 세트처럼 존재한다. 몇몇 가지 요인도 더해졌다. 첫 번째는 기차다. 제천은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의 출발지다. 중부내륙순환열차는 중부 내륙의 3개 도를 하나로 잇는 순환열차다. 충북 제천을 출발해 경북 영주, 강원도 태백을 지난다.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기차 여행이다.
두 번째는 영화 그 자체다. 그냥 영화가 아니라 음악영화다. 음악이 주를 이루거나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제천은 부산, 부천, 전주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다. 올해도 지난 8월 14일(수)에 개막해 19일(월)까지 엿새 간 열렸다. 단순히 음악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던 영화팬들은 영화제가 끝날 때 즈음에는 제천이 갖는 도시의 매혹에 빠져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제천을 찾는다. 영화의 도시 제천이 아닌 오롯한 여행지로서 제천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그럴 때는 제천에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 여행을 겸해보기를 권한다. 제천의 주요 촬영지는 대부분 제천의 이름 난 여행지다.
[왼쪽/오른쪽]제천영상미디어센터 1층에 전시 중인 신기전 / 옛 시의회 건물을 개조한 제천영상미디어센터 외관
영화 정보의 집합소,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제천 촬영지 여행의 첫 걸음은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다. 영화 도시 제천의 각종 정보를 간직한 장소다. 옛 제천시의회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8년에 개관했다. 특히 제천의 촬영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청풍영상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다. 영화 촬영지는 정확한 장소를 찾아가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최근 개봉작이나 촬영 중인 영화, 드라마의 촬영지 위치와 교통 편 등의 도움말도 구할 수 있다.
촬영의 흔적은 센터 내에도 존재한다. 안쪽의 경찰서 세트장이다. <하울링>, <부러진 화살>, <간기남> 등 최근 영화의 상당수 경찰서나 강력계가 제천영상미디어센터 세트다. 일반에도 공개하는데 평소에는 세부적인 세팅이 이뤄지지 않아 분위기만 느낄 수 있다. 1층 현관에는 그동안 제천에서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가 안쪽 벽을 가득 채운다. <화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조선명탐정> 등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영화 <신기전>의 주요 소품인 신기전이 전시돼 있다. 정재영 주연의 <신기전>은 2008년 작품이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로켓 추진 화살인 신기전의 제작 과정을 다뤘다. 금성면 산속에 세트장을 짓고 촬영했다. 촬영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석연 박사가 신기전을 복원해 화제를 모았다. 센터 내 신기전은 영화에 사용한 중신기전을 제작사가 제천시에 기증한 것이다. 《국조오례의서례》의〈병기도설〉에 적힌 제작설계도가 설명서처럼 붙어 있다.
제천영상미디어센터는 그 자체로 여행지라기보다 영화제나 촬영지 정보가 아쉬울 때 찾아가면 유용하다. 1층 카페테리아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왼쪽/오른쪽]<상어>에서 한이수와 조해우가 만나던 호숫가가 무암저수지다.(사진 : 청풍영상위 제공) / 무암저수지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 : 청풍영상위 제공)
드라마 <상어>의 은밀한 별장 호수
제천의 촬영지 여행으로는 역시 청풍호가 으뜸이다. 청풍호는 충주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다. 같은 호수를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부르고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소양호 다음으로 규모가 커서 내륙의 바다라 칭한다. 비봉산, 금수산, 인지산 등 빼어난 산과 남한강 황홀한 물길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청풍호는 제천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시내를 벗어나 금성면에 접어들면 비로소 호반이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녹음 진 길이 굽이쳐 흐를 때마다 청풍호가 들고난다. 가장 먼저 호수가의 KBS촬영 세트를 지난다. <태조 왕건> 등 KBS의 주요 사극을 촬영했다. 지금은 폐쇄했다. 한 때 청풍호는 우리나라 사극 촬영지의 메카였으나 여행지로 소문이 난 후에는 그 기세가 꺾였다. 오히려 사극보다 현대극의 촬영이 증가했다. 새로이 세트를 짓기보다는 청풍호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다. 손예진과 김남길이 주연한 드라마 <상어>가 대표적이다.
KBS촬영지를 지나 왼쪽으로는 무암사 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무암사 인근에 <신기전>세트가 있었다. 이 또한 지금은 기능을 상실했다. 무암계곡과 무암사에 앞서 무암저수지(무암제1제)를 지난다. 길에서 저수지 쪽으로 이동하면 산세에 둘러싸인 물가의 자그마한 공터가 나온다. 호수 쪽으로는 외로운 나무 한 그루다. 고요한 호수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드라마 <상어>에서 한이수(김남길 분)와 조해우(손예진 분)가 비밀스레 조우하던 별장 옆 호숫가다. 두 주인공 사이에 얽혀 있는 사랑과 증오의 은밀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저수지 한쪽으로는 무암계곡의 물길도 스민다. 전문적인 캠핑장은 아니지만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적잖다. 개봉을 앞둔 하지원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와 차태현이 주연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무암사와 무암저수지 일대에서 촬영했다. 여행의 풍경만으로 치자면 무암사나 계곡이 낫다만 무암저수지는 영화의 심상으로 충분한 매혹이다.
[왼쪽/오른쪽]백일홍이 곱게 핀 청풍문화재단지의 고가와 누각 / 청풍문화재단지의 금남루는 수몰 전까지 청풍초등학교 교문으로 사용됐다. [왼쪽/오른쪽]청풍문화재단지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와 청풍호반 무대 / 청풍문화재단지에는 연리목을 비롯해 재미난 생김의 나무가 많다.
청풍호반의 장엄한 풍광
<상어>의 무암저수지를 나와서는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모노레일로 이동한다. 청풍호의 화려한 풍광을 간직한 여행지다. 가는 길에는 청풍랜드도 지나는데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모노레일을 돌아본 후 일몰 때에 맞춰오는 게 낫다.
청풍대교를 건너자 청풍문화재단지가 나온다. 충주댐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청풍 일대의 문화재를 모아 조성했다. 고가와 누각, 고인돌 등의 유적을 돌아보며 산자락을 오른다. 정상에서는 청풍호 일대의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품는다. 오르는 길목마다 붉은 백일홍이 이맘때의 청풍문화재단지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하트나무, 생각하는나무처럼 재미난 모양의 나무도 흥미롭다. 청풍문화재단지에는 불과 2년 전까지 SBS 사극 세트장이 있었다. <대망>, <일지매>, <장길산> 등을 촬영했는데 최근에 철거됐다. 옛 사극의 무대를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배경을 이루는 청풍호의 빼어난 자연만으로 충분한 위안이다.
다행히 청풍호를 조망할 수 있는 한층 큰 스케일의 시설도 생겨났다. 지난해 들어선 청풍모노레일이다. 원래 비봉산 정상까지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운반하는 용도로 쓰이던 것을 관광용으로 발전시켰다. 7대를 운영하는데 3km 거리를 편도 23분 만에 이동한다. 모노레일은 해발 531m의 비봉산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에서 품는 전망은 쉽게 올라 품기에는 너무도 과분하다. 작성산, 성봉, 국사봉, 대덕산 등이 장쾌한 경관을 연출한다.
시간이 여유로운 여행이라면 자드락길도 권한다. 청풍호의 산간 마을 일대를 거니는 길로 작은동산길, 정방사길, 얼음골생태길 등 7개 코스로 만들어졌다. 호수를 끼고 걷는 구간이 많아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짧은 코스는 90분, 긴 코스는 280분이 걸린다. 그리고 해질녘의 청풍랜드를 찾는다.
[왼쪽/가운데/오른쪽]청풍랜드에서는 다채로운 익스트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 <라디오 스타>를 촬영한 청풍랜드의 일몰 / 청풍호반 산자락을 따라 난 자드락길
<라디오 스타>의 노을이 머문 자리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다시 청풍랜드(리조트)로 이동한다. 주차장은 영화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 한물간 가수 최곤(박중훈 분)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가 커피 한잔을 나누며 다시 의를 다졌던가. 그 쓸쓸한 중년의 삶이 청풍의 노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청풍랜드의 낙조는 청풍호 제일이다. 내륙의 바다가 선사하는 비경이다. 호수 건너편 비봉산과 인등산, 계명산 등이 빚어내는 산 그림자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마치 영화 속 로맨스처럼 가슴을 뛰게 한다. 호수가로 내려가면 호반 무대 곁에 익스트림 레포츠 시설도 있다. 국내 최고 높이인 62m 번지점프와 국내 최초의 이젝션시트, 국내 최장 1.4km의 케이블코스터(짚라인) 등이 짜릿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청풍랜드의 일몰 감상 후에는 제천 시내에서 멀지않은 의림지로 향한다. 청풍호와 더불어 제천에서 꼭 다녀와야 할 촬영지이자 여행지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신라 진흥왕 때 처음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파크랜드와 산책로를 갖춘 유원지 역할에 충실하다. 연못 주변으로는 소나무와 수양버들 등이 운치를 더한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처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낮에는 <짝패>의 야유회 장면을 촬영한 의림지 솔밭공원도 찾을 만하다. 하지만 늦은 밤 저수지 산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의림지는 제천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 가운데 하나다. 그저 바라보는 야경이 아니라 느릿하게 걸으며 느끼는 밤의 풍광이다. 발끝에 품어 담으므로 시나브로 제천의 여행을 갈무리한다.
[왼쪽/오른쪽]제천에서 야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의림지 산책로 /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의림지의 밤 풍경
여행정보
영상미디어센터 봄 :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 242, 043-645-4995
청풍랜드(청풍호반 무대) : 충북 제천시 청풍면 교리 산26, 043-648-4151
청풍문화재단지 : 충북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산6-20, 043-641-5532
청풍관광모노레일 : 충북 제천시 청풍면 도곡리 114, 043-642-3326
의림지 : 충북 제천시 모산동 241, 043-651-7101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1)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 → 금성면 방면 우회전 → 82번 지방도 청풍호 방면 → 청풍리조트 지나 청풍랜드 방면 우회전 → 청풍대교 → 청풍문화재단지 → 청풍관광모노레일
2)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신동교차로 방면 → 신동교차로에서 좌회전 → 제천바이오밸리 → 제천북로 → 세명대에서 의림지 방면 좌회전 → 의림지테마파크
* 대중교통
서울→제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30-21:00) 운행, 2시간 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1회(06:30-21:00) 운행, 2시간 소요
※ 제천역 또는 제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900번대 버스를 타고 청풍랜드 또는 청풍문화재단지 하차. 제천역 또는 제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31번, 523번 버스를 타고 의림지 하차.
2.주변 음식점
예촌 : 곤드레나물밥 / 제천시 청풍면 청풍명월로 30 / 043-647-3707
개미식당 : 약초순대 / 제천시 용두천로 114 / 043-643-5093 / korean.visitkorea.or.kr
태정 : 약초비빔밥 / 제천시 장락로 184 / 043-646-6565 / korean.visitkorea.or.kr
3.숙소
청풍리조트 :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1763 / 043-640-7000 / korean.visitkorea.or.kr
이른아침호숫가펜션 :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42길 53-15 / 070-8876-8677, 010-9049-8677 / korean.visitkorea.or.kr
드림레이크펜션 :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42길 53-10 / 043-648-6380 / www.dreamlake.co.kr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