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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 수행은 나의 삶
2012-12-27 남동우 기자
염불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다. 종단과 출재가를 막론하고 염불로 의례를 행하고 신행을 한다. 새해를 맞아 염불의 의미와 역사, 종류 등을 살펴봤다. 또 염불을 생활화 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염불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도 들어봤다. 편집자
염불, 스스로 부처님 닮아가는 수행법
한국불교 대표 수행법
“염(念)이란 각 사람마다 일으키는 현재의 한 생각을 말하고, 부처란 사람마다 깨달은 참 성품이다. 지금 한 생각으로 불성을 깨달아 간다면, 이는 곧 근기가 수승한 사람의 염불로서, 부처와 하나임을 확인하는 것이고, 본래 부처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수행이다.” 〈대지도론〉
‘염불(念佛)’이란 글자 그대로 부처님을 염(念)하는 것이다. ‘염(念)’이란 어떤 대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잊지 않으려는 의식작용이다. ‘불(佛)’이란 진리를 깨달은 자로 다른 사람을 깨닫게 하는 사람이다. 즉 부처님이란 스스로 모든 진리를 깨닫고, 미혹의 고해(苦海)에서 헤매는 중생들에게 깨달은 진리를 전해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도록 하는 분이다. 따라서 염불이란 부처님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를 닮으려는 총체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에서 염불은 선(禪)과 함께 가장 많이 실천해 온 수행법이다. 갖가지 의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염불이다. 일상적인 기도는 물론이요, 영가천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불교의례가 모두 염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염불은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행하는 의례이자 한국불자들의 대표적인 신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禪)이 스스로 노력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법이라면, 염불은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 등 불보살님의 본원력(本原力)에 의지해 정토에 왕생, 성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행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은 자력(自力) 수행이라고 하고 염불은 타력(他力) 수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보살님을 염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하는 것이고,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을 깨닫게 되는 것이므로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염불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수행은 난이도에 따라 난행도(難行道)와 이행도(易行道)로 나눌 수 있는데, 난행도란 어려운 길이란 뜻이고 이행도란 쉽고 편한 길이라는 뜻이다. 선(禪) 수행은 자력으로 깨달아 피안에 이르는 수행법이므로 난행도다. 반면 염불 수행은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의 원력이라는 배를 타고 해탈과 열반의 피안으로 나아가는 수행법이므로 이행도다.
▲ 서울 관문사에서 불자들이 관음주송 백만독 염불 수행을 하고 있다. <금강신문 자료사진>
▲ 서울 관문사에서 불자들이 관음주송 백만독 염불 수행을 하고 있다. <금강신문 자료사진>
초기불교 때부터 행해져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마땅히 한 법〔一法〕을 수행하고, 마땅히 한 법을 널리 펴라. 한 법을 수행하면 문득 명예가 있게 되고, 큰 과보를 이루며, 모든 선(善)이 널리 퍼지게 되고, 감로의 맛을 얻어 무위처(無爲處)에 이르며, 문득 신통을 이뤄 모든 어지러운 생각을 제거해 열반에 이른다. 어떤 것을 한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염불이니라.” 〈증일아함경〉 제2권 ‘광연품’
석가모니부처님이 모든 비구들에게 수행해야 할 한 법〔一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염불이다. 염불을 수행하는 공덕으로 무위처에 이르고, 신통을 얻게 되며, 결국 열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직접 말씀하신 것이다. 이처럼 염불 수행은 초기불교 시대부터 행해졌지만 대승불교 시대에 이르러 보편화됐다.
우리나라에서 염불수행이 보편화된 데에는 원효 스님의 역할이 컸다. 스님은 복잡한 교학보다는 일반 민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염불을 전파했다. 원효 스님은 정토와 예토(穢土)가 한마음이라며 염불수행을 권했고, 구체적인 수행법으로 삽관법(觀法)을 광덕(廣德)과 엄장(嚴莊)에게 전했다. 삽관법은 중생이 마음의 더러움을 없애고 깨끗한 몸으로 번뇌의 유혹을 끊는 가관(假觀)에 속한다.
고려시대에는 ‘자성미타유심정토(自性彌陀唯心淨土)’에 입각한 염불수행이 정착됐다. 이것은 선정과 염불을 조화시킨 것으로, 고려 중기 지눌(知訥) 이후 유행하기 시작해 나옹(懶翁)에 의해 정착된 것이다. 나옹은 사바세계가 곧 정토임을 주장하는 자성미타유심정토를 화두로 삼기도 했다. 이는 염불로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고려 불교계의 믿음을 선(禪)과 조화시킨 것이다. 이것을 염불선(念佛禪)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전통은 조선시대 불교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많은 사찰에 염불당(念佛堂)이 생기고 만일회(萬日會)가 봉행됐다. 만일회는 뜻을 같이하는 불자들이 1만 일을 기한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칭념하는 법회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건봉사와 망월사의 염불회가 대표적이었다.
실천방법·대상 따라 분류
염불은 실천방법에 따라 기일 염불, 시간 염불, 수량 염불, 절하면서 하는 염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일 염불은 날짜를 정해 놓고 염불하는 방법이다. 기일을 정해 놓고 수행을 하면 날짜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빠짐없이 염불을 하게 된다.
시간 염불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염불이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뒤로 미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염불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량 염불은 일정한 수량을 정해 놓고 염불하는 방법이다. 즉 하루에 108번, 1000번, 1만 번, 10만 번 등 자신의 근기에 맞게 부처님이나 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다. 천태종에서 행하고 있는 관음주송 백만독도 여기에 해당된다.
부처님 명호의 의미에 따라 염불을 나눌 수도 있다. 용수 보살은 〈십주비바사론〉에서 색신연불, 법신염불, 실상염불, 십호염불로 구분했다.
색신염불(色身念佛)이란 32상 80종호로 돼 있는 부처님의 육신을 지극하게 염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몸은 실상 색신이 아니라 법신이기 때문에 색신염불이 깊어지면 법신염불(法身念佛)을 해야 된다. 실상염불(實相念佛)이란 색신과 법신에도 집착하지 않는 중도의 실천으로 반야공 사상을 기초로 한 공관염불(空觀念佛)이다. 십호염불(十號念佛)은 수행에 장애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염불 대상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석가모니불을 비롯해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등 칭명하는 대상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염불이라고 해서 꼭 부처님만을 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살의 명호를 부르며 염불을 하기도 한다. 관세음보살이 대표적이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고통에 시달려 신음할 때 그 소리를 듣고 구제해주는 자비의 화신이다. 천 개의 눈으로 갖가지 고통을 다 살펴보고, 천 개의 손으로 고통을 모두 어루만져주는 대자비의 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라고 강조한 경전은 〈법화경〉이다. 〈법화경〉 ‘보문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모든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다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
진실하고 간절하게 염해야
휴정 스님(서산대사)은 “염불이란 입으로 하면 송불(誦佛)이요, 마음으로 하면 염불(念佛)이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를 닦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극히 진실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불보살님을 염하는 것이 바로 염불 수행이라는 말이다.
염불할 때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3요소가 있다. 첫째는 믿음[信]이다. 서방 극락세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둘째는 원(願)이다. 현실의 괴로운 사바세계를 여의고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셋째는 행(行)이다. 불보살님의 명호를 염하면서 마음에서 불보살님이 떠나지 않게 부르는 실천적인 행이다. 이때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는 행이 쉼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소리가 입으로 나오지만 귀로 들어야 하며 지극정성으로 염불해야 한다.
염불 수행을 할 때는 세 가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성심(至誠心)이다. 지극정성으로 신명을 다 바쳐서 불보살님을 믿고 의지하며, 성실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둘째는 심심(深心)이다. 부처의 본원(本願)을 깊이 믿고 아미타불의 제도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셋째는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이다. 자기가 쌓은 공덕이 모든 중생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선근(善根)을 극락세계로 회향해 극락왕생을 구하는 마음이다.
모든 고통 벗어나 극락왕생
“만일 어떤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수지하고 있다면 설령 큰 불길에 휩싸일지라도 그를 태우지 못하리니 이는 관세음보살의 신통력 때문이니라.” 〈관음경〉
염불의 가장 큰 공덕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본성을 깨달아 마침내 성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경전에서는 극락왕생과 성불 같은 염불의 궁극적인 공덕 외에도 갖가지 현세적인 공덕에 대해 상세하게 열거해 놓았다.
〈관음경〉에서는 일곱 가지 재난, 즉 불ㆍ물ㆍ나찰ㆍ칼과 몽둥이(폭력)ㆍ귀신ㆍ족쇄(감옥)ㆍ도적을 만났을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모두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관음보살의 이름을 불러서 재난을 벗어나므로 ‘입으로 짓는 기연[口機]’의 경우라고 천태대사는 풀이한다. 탐ㆍ진ㆍ치 삼독심이 치성할 때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공경하면 이를 여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뜻으로 짓는 기연[意機]’에 관세음보살이 응답하신 것이다. 또 아들이나 딸을 낳고자 할 때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몸으로 짓는 기연[身機]’에 해당한다.
이처럼 염불은 우리들의 인식과 업의 출구가 되는 입을 정화하고, 모든 객진번뇌가 들어오는 눈을 깨끗하게 하며, 거룩한 불보살님에 대한 이미지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나아가 불보살님의 자비로운 덕상으로 마음을 자비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염불을 한다는 것은 구업(口業)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며, 신업(身業)을 정화하는 것이며, 마음을 자비롭게 하는 것이다. 입으로 불보살님의 명호를 부르고, 눈으로 불보살님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마음으로 불보살님의 덕상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스스로 거룩한 부처님을 닮아가는 것이 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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