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외 1편
수진
천국이 이렇게 가까이에
김밥 한 줄에 사천 오백 원
단무지와 김치는 공짜
천국답게 더 먹고 덜 먹는 것도 자유
재잘재잘 한 무리의 학생들도
찌그러진 냄비 라면에 김밥 대 여섯 줄
선하게 생긴 아주머니들
터진 김밥 속만큼이나 속 시끄런 수다에도
저지하는 사람도 없고
어딘가 아파 보이는 노인도 선한 기다림으로
천국에서는 함께 먹고 그중 하나가 선의를 베풀어도
법인 카드도 김영란 법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계엄령에 탄핵수초안도 백 오적의 로고송에도 두려움 없는
중도에 어울리는 선한 천사들이다
주인아주머니 얼굴 또한 천국의 주인장답게 포근한 봄 안개다
삼화목장 풍경
서럽도록 시리고 맑은 눈망울에
질박하게 맺힌 고요한 눈물
남극의 빙하가 녹아 저 눈물이 되었으리
대지의 젖 오물오물 빨고 피어나는 풀잎 위에
음〜매 음〜매
어느 한 생生도
인고의 탯줄을 끊지 못한 운명의 고리
어미였다가 새끼였다가 푸른 친구였다가
오호라, 사랑이었으리
흘러가는 흰 구름을 유유자작 살필 줄 아는
저 맑고 선한 눈망울
아득히 먼 기억을 바라보는
명경대明鏡臺 이었으리
영혼을 울리는 우직하고 무구한 울음
음〜매 음〜매
새끼도 어미라 부르고
어미도 어미라 부르는
윤회의 법칙을 깨달은 성자聖者의 소리
저승에 가서도 풀을 뜯을까
영혼으로 남을 낮은 저 소리
털끝을 스치는 바람까지도 사랑해야 하리
저 맑은 영혼이 먹고 난 개울물을
두 손바닥을 오므려 한 움큼 마시면
물맛 또한 향기롭고 향기로우니
그 누가 금잔金盞의 물이 향기롭다고 말 했나
음〜매 음〜매
부르고 또 부르는 낮은 목소리
산 개울에 은하수 드리우고
푸른 초원에 조각달이 뜨는
소소한 풍경들이
듀엣으로 남을 빛과 그림자
수진
2015년 문학청춘 신인상 등단
카페 게시글
신작시
수진 - 김밥천국 외 1편
시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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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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