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독감과 백신
모든 독감에 다 통하는 '만능 백신' 개발 중이에요
입력 : 2022.12.27 03:30 조선일보
독감과 백신
▲ /그래픽=유재일
계속 열이 나고 기침이 멎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면봉으로 코를 찔러 검사합니다. 잠시 후 의사가 말합니다. "독감이네요." 가을에 독감 예방 주사도 맞았는데, 왜 걸린 걸까요?
감기와 독감은 발열·콧물·기침 같은 증상이 비슷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감기는 병명이라기보다는 이런 증상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입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감기 증상을 보이는 병입니다. 독감의 정확한 병명은 바이러스의 이름을 따 '인플루엔자(influenza)'입니다.
감기와 독감, 이렇게 다르다
감기 증상은 주로 호흡기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에 감염되면 나타납니다. 우리가 아는 감기약 대부분은 증상을 완화시키죠. 일반 감기는 생활하는 데 불편할 뿐 생존에 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증상만 완화되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알아서 해결해줍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하거나 병원체가 유달리 강할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호흡기가 아닌 다른 기관까지 감염돼 더 큰 병으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는 병원체를 딱 잡을 수 있는 약이 필요합니다. 세균에 감염된 것이라면 항생제를 이용합니다. 세균 종류에 딱 맞춘 항생제를 사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그냥 버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일명 신종 플루)가 전 세계에 유행하면서 알려진 약 '타미플루'가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입니다.
해마다 다른 유행 인플루엔자
인플루엔자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관련 사망자가 수백 명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질병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인·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백신이 개발돼 있어 매년 가을에 예방 접종을 받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아제(N) 성분을 가진 바이러스입니다. 이 성분은 다른 생물의 세포에 침입하거나 세포에서 빠져나올 때 이용됩니다. 헤마글루티닌은 18종, 뉴라미니다아제는 11종류가 알려져 있는데요. 이 조합에 따라 198개(18x11=198)나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2009년 유행한 신종 플루는 H1N1 유형이었습니다. 이 유형을 인플루엔자 A형이라고 부릅니다. 이외에도 B·C·D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100개가 넘는 바이러스 중 사람에게 감염돼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20종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이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 자료를 분석해 독감 시즌인 가을·겨울이 오기 전 올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발표합니다. 제약 회사들은 이 발표를 토대로 백신을 만들고요. WHO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면 인플루엔자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예측이 틀리면 백신을 맞아도 소용없는 상황이 되지요.
2018년 당시 WHO는 A형 2종류와 B형 1종류가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WHO가 예측했던 3종류와 함께 또 다른 B형 바이러스 1종류가 유행하면서 인플루엔자 환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당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백신은 WHO가 예상한 바이러스 3가지만 대응할 수 있었거든요. 이후 우리나라는 A형 2종류에 B형 2종류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수입·제조하고 있습니다.
만능 주사 '유니버설 백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0종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면역 단백질인 항체가 달라붙어서 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번지지 못하게 합니다. 항체는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붙잡은 바이러스를 공격하게도 하죠. 하지만 인체가 모든 바이러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그 정체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면 항체가 바로 분비되지 않습니다. 백신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약하게 경험하도록 해서 면역력을 얻도록 하는 겁니다.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바로 싸울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는 거죠. 그런데 20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모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드는 게 쉽지 않겠죠. 바이러스 4종을 겨냥한 기존 백신보다 개발하기가 훨씬 복잡하고 맞아야 하는 주사 양도 5배는 많아져야 할 겁니다.
2020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류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니버설 백신'에 대한 연구가 전문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습니다. 연구를 이끈 플로리언 크래머 교수팀은 바이러스가 인체로 침투할 때 열쇠 역할을 하는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이 단백질의 머리 부분은 변이가 쉽게 일어나지만 바이러스와 단백질을 잇는 줄기 부분은 변이가 적다는 점에 착안했지요. 당시 크래머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범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 11월 사이언스에는 코로나 백신을 만들 때도 사용했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을 이용해 유니버설 백신을 만든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mRNA 백신은 세포 안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을 기반으로 한 거예요. 백신 주사 속 mRNA에는 목표 바이러스와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가 담겨 있어요. 인체에 주입된 뒤에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 코로나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죠. 바이러스를 넣는 기존 백신과 다른 방식입니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0종의 헤마글루티닌 설계도를 백신에 전부 넣었습니다. 인플루엔자를 완벽하게 방어하기보다는 여러 바이러스를 동시에 막는 데 연구 초점을 맞췄습니다.
생쥐와 흰족제비를 이용해 이 백신의 효과를 확인했는데요. 각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막으면서 병의 중증도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스콧 헨슬리 교수는 "이 백신을 이용하면 다양한 인플루엔자에 대해 기초적인 면역을 만들 수 있다"며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심한 병증이나 사망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기획·구성=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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